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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4월 11일 _ 전삼용 요셉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20-04-12 조회수 : 574

4월 12일 [주님 부활 대축일] 
 
사도행전 10,34ㄱ.37ㄴ-43
콜로새 3,1-4
요한 20,1-9 
 
가진 자는 더 받지만, 나누지 않으면 가진 것이 아니다 
 
기쁜 부활 축하드립니다.
오늘 복음에서는 여인들이 가장 먼저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나 뵙는 행복을 맛봅니다.
그런데 복음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습니다.  
 
마르코 복음에서 여인들은 천사들로부터 예수님 부활의 소식을 듣고는 두려워서 덜덜 떨며
아무에게도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오늘 마태오 복음에서 여인들은 천사들의 말을 듣고 그 기쁜 소식을 들으러 가다가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납니다. 
 
왜 무덤에서 나타나셔도 되는데 가는 도중에 나타나셨을까요?
요한복음에서는 이미 사도들에게 예수님께서 사라지신 것을 알린 막달라 마리아에게
나타나시는 장면이 나옵니다.  
 
루카 복음은 천사의 말을 듣고 말씀을 전한 여인들과 그것을 듣고 자신들도 말을 하는
또 다른 여인들이 있었던 것처럼 전하고 있습니다. 
 
이는 부활을 접하는 우리의 각자 다른 자세와도 관련이 됩니다.
저는 마리아 막달레나, 복음을 전하다가 예수님을 만난 여인들, 그리고 천사들만 만나서
겁을 먹고 말을 하지 못하던 여인들, 이렇게 세 부류로 여인들이 나뉘어 있었다고 봅니다. 
 
그리고 그 차이가 나는 이유는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나기 위해서는 오늘 복음에서 천사들이 “이제 여러분보다 먼저 갈릴래아로 가실 터이니, 여러분은 그분을 거기에서 뵙게 될 것입니다.” 라고 말해준 것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습니다. 
 
구두장이 할아버지가 있었습니다.
이 구두장이 할아버지의 간절한 소원은 예수님을 단 한 번만이라도 만나보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예수님이 꿈속에 나타나 내일 너희 집을 방문하겠다고 약속하셨습니다.  
 
이 할아버지는 어찌나 기뻤던지 온갖 정성을 들여 음식을 가득 차려놓고 기다렸으나
어찌 된 셈인지 그렇게 기다리고 기다리던 예수님은 그날 저녁 가게 문을 닫을 때까지도
오시지 아니하였습니다.  
 
단지 거지가 한 번 오고, 또 한 번은 청소부 할아버지가 오고, 저녁때는 사과 장수 아주머니가 왔을 뿐이었습니다.  
 
이 구두장이 할아버지는 그만, 거지와 청소부 할아버지와 사과 장수 아주머니에게 예수님을 대접하려고 정성스럽게 준비한 음식을 나누어 주고 말았습니다. 
 
왜냐하면, 이들 모두 너무나 불쌍하게 보였고 실제로 추위 때문에 또 배고픔 때문에 떨고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날 밤 예수님께서 꿈속에 다시 나타나셨습니다.
구두장이 할아버지는 왜 오시지 않으셨느냐고 질문을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뜻밖에도 “나는 오늘 너희 집에 세 번이나 갔었는데 세 번 다 대접을 잘 받았다.
참으로 너는 나를 사랑하는 줄을 알겠다.
네 이웃에 사는 보잘것없는 사람을 대접하는 것이 곧 나를 대접한 것이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톨스토이 작품 속에 나오는 이야기라고 합니다. 
 
예수님은 하느님이십니다.
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
그렇다면 예수님은 사랑하는 사람들 안에 이미 머물고 계심을 알 수 있습니다.
이것이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나는 자세요, 기준입니다. 
 
예수님께서 하신 말씀 중에 “가진 자는 더 받게 될 것”이라는 진리가 있습니다.
이는 부활의 기쁨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천사들로부터 부활의 기쁨을 전해 받고 제자들에게 갈릴래아로 가라고 전하러 가던
오늘의 여자들(루카 복음에서는 요안나와 야고보의 마리아로 나옴)은 예수님을 만납니다.
그녀들이 이미 갈릴래아로 간 것이기 때문입니다. 
 
갈릴래아는 이미 가진 사람들을 의미합니다.
복음을 이미 가졌으니 복음 자체이신 부활하신 예수님도 갖게 되는 것입니다.
제자들에게 갈릴래아로 가야 만난다는 말씀은 진짜 갈릴래아로 가라는 말씀이 아니라
갈릴래아처럼 ‘가진 자’가 되라는 말씀입니다.  
 
갈릴래아 호수는 자신이 가진 물을 끊임없이 요르단강으로 흘려보내 주위를 비옥하게 합니다.
그러나 실제 물의 양이 훨씬 많은 사해는 밖으로 자신의 물을 내놓지 않아 죽은 바다가 되었습니다. 
 
성경에서 가졌다는 말은 내어놓을 줄 아는 것을 의미합니다.
물이 잔에서 흘러넘치듯, 이웃에게 내어놓을 줄 알 때 비로소 가진 것이지,
아무리 많이 가져도 내어놓을 줄 모르면 사해와 같이 부족한 사람입니다.  
 
천사들의 말을 듣고 갈릴래아로 가라고 전하러 가던 여인들은 이미 부활의 기쁨을 가진
여인들이었기 때문에 예수님께서 그 기쁨을 더 완전하게 해 주신 것입니다.  
 
반면 천사들의 말을 듣고 두려움에 떨며 아무 말도 하지 않던 여인들은 아직 갈릴래아에 도달하지 못하여 예수님을 만날 수 없었던 것입니다. 
 
사랑이신 주님을 만나려면 사랑을 해야 합니다.
사랑도 마중물처럼 메마른 곳에는 가지 않으십니다.  
 
저의 동기 신부 아버지는 수원 빈센트 병원의 영안실로 들어가려다가 살아나신 분입니다.
가스 폭발로 사망 선고를 받으셨다가 다시 살아나신 것은 물론, 2시간 만에 다 타 버린 살이 어린이의 살로 변하는 기적까지 체험하셨습니다.
그리고 그 체험을 많은 사람들에게 전하여 정말 많은 사람들을 주님께 오게 하셨습니다. 
 
이분이 강조하시는 것이 성호경입니다.
성호경에 관한 여러 가지 이야기가 있지만, 그 이후에도 목숨을 끊으시려고 약을 먹으려고 할 때도 성호경을 긋는 자신을 보며 예수님께서 함께 계심을 믿게 되었습니다.
그리고는 다시 열심히 사셨습니다.  
 
내가 지금 흘려보내고 있는 것들 안에 주님은 현존하십니다.
그리고 더 많이 내어줄수록, 더 많이 그분을 체험할 수 있게 됩니다.
가지고 싶은 것이 있다면 그것을 내어놓으십시오.
믿음을 가지고 싶다면 믿게 하려고 노력하십시오.
기뻐지고 싶다면 기쁘게 하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우리는 오늘 교회라는 천사에게서 예수님 부활의 기쁜 소식을 들었습니다.
예수님을 만나려면 오늘 복음의 여인들처럼 주위 사람들에게 그 기쁜 소식을 전해야 합니다.
그래야 예수님을 만나 더 기뻐집니다.  
 
예수님은 갈릴래아가 된 사람들에게만 그 기쁨을 더 충만하게 해 주십니다.
가진 자가 더 갖게 되는 것은 진리입니다.
내가 나누는 것이 앞으로 내가 더 충만해질 것입니다.
기쁜 부활을 먼저 전하기를 결심하며, 더 기쁜 부활 맞으시길 빕니다. 

(수원교구 전삼용 요셉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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