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9일 [주님 만찬 성 목요일]
탈출기 12,1-8.11-14
코린토1서 11,23-26
요한 13,1-15
진리는 회개의 씻음, 은총은 성사의 씻음을 의미한다.
주님 만찬 성 목요일에 주님께서 사제직을 제정하시고 성체성사를 세우셨습니다.
다른 공관복음과는 달리 요한복음은 성체성사를 발을 씻는 모습으로 보여줍니다.
그러나 그 성사를 통해서도 깨끗해지지 못한 제자가 있었는데 가리옷 유다입니다.
왜 예수님께서 당신 살과 피를 먹고 마시면 영원한 생명을 얻는다고 하셨는데 가리옷 유다는 성사를 영하고도 더 악으로 기울었을까요?
다른 제자들처럼 목욕하지 않고 발만 씻으러 왔기 때문입니다.
「노트르담의 꼽추」, 「레미제라블」 등을 쓴 세계적 대문호인 빅토르 위고는 위기의 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
부모는 각자가 애인을 두고 살았습니다.
그런 가정에서 온전한 교육을 받고 살 수는 없었을 것입니다.
그도 성장해서 부모를 따라 방탕하였습니다.
결혼하였지만, 이내 자신도 비밀 연애를 하였고 술도 많이 마셨습니다.
어느 날 세느강에서 딸 레오포르딘의 시체가 발견되었습니다.
그리고 아버지의 심한 외도와 과음 등에 짓눌려 사는 비참한 엄마를 더 바라볼 수 없어서
삶의 의욕을 잃었다는 딸의 유서도 발견되었습니다.
빅토르 위고는 4자녀를 두었지만 이렇게 세 자녀가 일찍 죽고 한 자녀는 정신이상자가 되었습니다.
그는 자신의 삶이 딸이 죽기 전과 후로 나뉜다고 말합니다.
이 사건을 “이것은 나를 향한 하느님의 심판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 이후로 회개하여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며 교육부 장관도 역임하고 프랑스 국기인 ‘3색기’의 유공자로 지정됩니다.
그가 죽었을 때 프랑스는 함께 슬퍼하며 국장을 치렀습니다.
사람이 변하려면 누군가 피를 흘려야 합니다.
그리스도께서도 우리를 새로 태어나게 하시기 위해 피를 흘리셨습니다.
오늘 그리스도께서 제자들의 발을 씻어주시는 그 물은 바로 당신의 피라고 할 수 있습니다.
모든 성사는 그리스도의 피로 완성됩니다.
그러나 가리옷 유다는 그 피로도 변화되지 않았습니다.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영화 「책 읽어주는 남자」에서 여자 주인공은 자신이 글만 모른다고 말만 하면 징역을 살 필요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글을 모른다는 것에 대해 창피당하는 것이 싫어서 유태인들을 죽이는 것들을
자신이 다 기록했다고 거짓말을 하여 20년 형을 받습니다.
세례-견진-성체성사는 바로 재판을 받는 자리에 서는 것과 같습니다.
하느님 자녀로 새로 태어나게 만들어 하느님 나라에 들어갈 수 있는 자격을 얻게 합니다.
이는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으로 마련된 은총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제자들의 발을 씻어주시는 모습이 바로 그 성사의 은총을
주는 것과 같습니다.
그러나 자기 자신을 버려야 함을 깨닫는 회개의 세례를 받지 않은 상태에서는 그런 은총을 받아봐야 소용이 없습니다.
오늘 가리옷 유다가 그런 모습이었습니다.
피는 지금의 자신을 죽일 준비가 된 이들에게만 효과를 발휘합니다.
오늘 예수님께서 베드로에게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목욕을 한 이는 온몸이 깨끗하니 발만 씻으면 된다. 너희는 깨끗하다. 그러나 다 그렇지는 않다.”
베드로와 다른 사도들은 언제 목욕을 했고, 또 유다는 왜 목욕을 하지 못했던 것일까요?
지금까지 예수님께서는 ‘말씀’으로 그들을 목욕시켜 오신 중이셨습니다.
예수님은 ‘은총과 진리’가 충만하신 분이셨는데, ‘진리’가 곧 ‘말씀’이고 그 효과는 ‘목욕’입니다.
목욕은 ‘회개의 세례’와도 같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유다가 나간 뒤에 다른 제자들에게 “너희는 내가 너희에게 한 말로 이미 깨끗하게 되었다.”(요한 15,3)고 말씀하셨습니다.
3년 동안 예수님께서는 당신 말씀으로 제자들을 목욕시키고 계셨던 것입니다.
그러나 유다는 진리를 거부하였습니다.
그렇다면 당신 피인 성령의 은총도 소용이 없습니다.
말씀으로 목욕을 하지 않은 채 성사를 영할 때, 이것을 ‘모령성체’라고 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유다가 그렇게 성체를 영한 것입니다.
지금 오랜 시간 성체를 영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어떤 분들은 성체에 갈급하고 어떤 분들은 영하지 않아도 큰 차이가 없습니다.
목욕하고 발만 씻지 않았다면, 그리고 그런 일이 계속된다면 왠지 발도 씻고 싶어 져야 정상일 것입니다.
성체에 배고프지 않으면 어쩌면 그동안 목욕도 안 하면서 발만 씻으며 살아왔을 수도 있습니다.
성체는 그리스도로 사는 것입니다.
회개는 내가 죽는 것입니다.
내가 죽으려는 마음 없이 성체를 영하면 내 안에 그리스도께서 사실 수 없습니다.
우리는 가리옷 유다처럼 자기를 살리려는 마음으로 성체를 영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성사는 그리스도를 내 안에 사시게 하려고
나를 죽일 준비가 된 이들에게만 유효한 은총입니다.
(수원교구 전삼용 요셉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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