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8일 [성주간 수요일]
이사야 50,4-9ㄴ
마태오 26,14-25
예수님을 팔아넘기는 ‘맛’이 있다
많은 중독자가 있습니다.
일 중독, 알코올 중독, 도박 중독, 성(음란) 중독, 권력 중독, 돈 중독, 게임중독, 스포츠 중독… 등.
그런데 왜 그런 중독이 자신을 망친다는 것을 알면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일까요?
당연히 그것에서 주는 만족을 그것에서 벗어나는 만족보다 더 크게 보기 때문입니다.
찰스 두히그의 「습관의 힘」에는 도박 중독에 빠진 어느 평범한 주부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앤지 버크만은 측량사인 남편과 두 딸을 키우는 중년 여성입니다.
그런데 아이들이 다 출가하고 남편은 여전히 일에 바쁜 상태여서 집에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왠지 모를 공허함이 밀려왔습니다.
자신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는 무의미한 존재란 생각이 밀려왔습니다.
결국은 혼자라는 생각에서 잠시 벗어나기 위해 카지노를 가기 시작하였습니다.
물론 몇 만원, 크게는 몇십 만원 이상은 도박을 하지 않았습니다.
도박할 때, 특별히 돈을 딸 때는 자신이 좀 특별한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이것이 습관이 되어 그동안 모은 돈을 다 날리고 파산신청을 해야 하는 상태에 이르렀습니다.
앤지는 파산한 지 3년 후,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약 11억 원의 유산을 받게 됩니다.
도박을 싹 끊기 위해 그 돈으로 도박이 불법인 새로운 지역으로 이사했습니다.
그러나 훌륭한 고객을 잃을 수 없었던 카지노 측에서는 교통비와 숙박비, 그리고 약 천만 원의 칩까지 서비스로 제공하겠다는 말에 ‘그것만 해야지!’라는 생각으로 다시 빠져들게 되었습니다.
불과 며칠 사이에 유산 11억을 다 날린 것은 물론이요, 집까지 저당 잡히고도 약 4억 원 상당의 빚 독촉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녀는 말합니다.
“솔직히 누구든 내 입장이었다면 똑같이 했을 거라 생각해요.”
왜 중독을 끊지 못할까요?
그 이유는 ‘맛’이 있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을 팔아넘기는 데도 맛이 있습니다.
구약에 에사우는 야곱이 제공하는 불콩죽에 자신의 장자권을 팔았습니다.
우리가 공부해야 하는 것은 과연 불콩죽의 행복을 장자권을 희생하면서까지 팔아넘기는 것이 과연 현명한 일인가 하는 문제입니다.
그러나 많은 사람이 가리옷 유다처럼 은전 삼십 냥을 선택하며 영원한 생명을 주시는 분을
포기합니다.
그런 사람들은 예수님께서 유다에게 하신 말씀을 다시 들을 것입니다.
“불행하여라, 사람의 아들을 팔아넘기는 그 사람!
그 사람은 차라리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자신에게 더 좋았을 것이다”
우리는 왜 현명한 선택을 하지 못할까요?
그 이유는 ‘나’의 정체를 잘못 이해했기 때문입니다.
인간은 육체와 영혼의 결합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육체는 땅으로 만들어졌고 영혼은 하늘에서 왔습니다.
그래서 육체는 땅의 행복을 추구하고 영혼은 하늘의 행복을 추구합니다.
중요한 것은 내가 누구를 ‘나’로 정할 것이냐는 것입니다.
내가 육체라고 믿으면 은전 삼십 냥에 예수님을 팔아넘기게 됩니다.
육체의 행복이 우선시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나를 영혼으로 생각하면 영혼의 행복을 위해 은전 삼십 냥을 포기하는 고통을 감수합니다.
물론 은전 삼십 냥을 포기하는 고통으로 얻어지는 것은 영원한 행복입니다.
육체의 행복은 짧은 맛과 오랜 고통을 수반합니다.
반면 영혼의 행복은 짧은 고통과 오랜 행복을 보장합니다.
요즘 ‘코로나 블루’라는 말이 유행이라고 합니다.
코로나 블루는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하여 새롭게 일상에서 겪게 되는 우울증을 말합니다.
맞습니다. 우울한 세상입니다.
그러나 이런 때에도 우울함보다는 기쁨을 선택하는 사람들도 없지 않아 있습니다.
이 시간을 기회로 삼는 사람도 있습니다.
어쩌면 우울함도 내가 선택하는 삼십 냥일 수 있습니다.
시간이 많으니 한 달 동안 악기를 배워볼 수도 있고, 소설을 한 권 쓸 수도 있고, 드라이브하면서 찾아뵙지 못했던 부모님을 찾아뵙고 친교를 나눌 수도 있습니다.
선택의 상황에서 굳이 더 우울한 것을 선택하는 이유는 자신의 몸의 행복에만 집중하기 때문입니다.
영혼을 기쁘게 해 주어야 합니다.
그래야 은전 삼십 냥이 아닌 예수 그리스도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수원교구 전삼용 요셉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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