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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4월 6일 _ 전삼용 요셉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20-04-06 조회수 : 527

4월 6일 [성주간 월요일] 
 
이사야 42,1-7
요한 12,1-11 
 
​부부의 관계는 그 부부의 부모와의 관계의 연속이다 
 
지구는 인간의 절제되지 못한 생활방식으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그래서 2015년 전 세계 대표들이 프랑스 파리에 모여 섭씨 2도 내로 기후를 안정시키자는
협약을 체결하였습니다.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이 협약으로부터 탈퇴하겠다고 선언하였습니다.
자신은 미국의 대통령이지 전 세계의 대통령일 필요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그가 참으로 미국을 사랑하는 대통령이라고 인정할 수 있을까요?
그냥 느낌만으로 말하자면, 왠지 재선을 위한 자신만의 이익을 목적으로 미국인들을 이용하는 느낌이 듭니다.
그 이유는 더 큰 무엇을 사랑하지 못하면 더 작은 것도 사랑할 수 없을 것이란 확신 때문입니다.  
 
태양이 자신이 빛을 줄 대상을 고려하며 뜨거워졌다 식었다를 반복할 수 없는 것처럼,
사랑도 대상을 가릴 수 없습니다.
세상을 사랑하지 못하는 대통령은 제 나라 사람도 사랑할 수 없습니다. 
 
만약 우리 자녀가 누군가를 데려와 결혼하겠다고 할 때 그 자녀의 배우자가 어떠한 사람인지 알아보기 위해 가장 먼저 무엇을 보아야 할까요?
어떤 사람은 술을 잔뜩 먹여보고 주사가 있는지 살펴보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건실하게 살아왔는지를 조사할 것입니다.  
 
만약 저라면 그 사람이 부모를 어떻게 대하는지 알아볼 것 같습니다.
부모에게 하는 모습이 결국은 결혼하여 나의 자녀에게 하게 될 모습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부모에게 갈 사랑까지 나의 자녀에게 쏟을 사람이 있을까요?
부모를 향한 사랑이 없다면 누구도 사랑할 준비가 안 된 사람일 것입니다.
부모만큼 자신을 사랑해 준 사람은 지금까지 없었기 때문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베타니아의 마리아는 3백 데나리온이나 하는 향유를 가져와 자신의 머리카락으로 예수님 발을 닦아드립니다.
3백 데나리온이면 약 3천만 원 정도 하는 향유입니다.  
 
이것을 본 가리옷 유다는 이웃을 사랑하라는 예수님의 계명대로 이렇게 충고합니다.
“어찌하여 저 향유를 삼백 데나리온에 팔아 가난한 이들에게 나누어 주지 않는가?” 
 
만약 누군가 성당에서 어느 액수의 돈을 봉헌할 때, “성당에 내지 말고 가난한 사람을 주는 게 낫다.”라고 말한다면 참 이웃사랑이 많은 사람으로 보일까요?
이는 부모에게 줄 것을 차라리 자녀들에게 주라는 말과 같습니다.  
 
우리를 창조하시고 구원해주신 분께 아깝다면 이웃에게도 아까운 것입니다.
이에 요한은 이렇게 결론 내립니다. 
 
“그가 이렇게 말한 것은, 가난한 이들에게 관심이 있어서가 아니라 도둑이었기 때문이다.” 
 
짐짓 이웃사랑이 대단한 것처럼 보이려 했던 가리옷 유다는 돈 때문에 예수님을 팔아넘길 것입니다.
우리는 이웃들을 생각한다고 하느님께 아까워하는 사람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부모에게 대한 사랑이 없다면 누구도 사랑할 수 없는 사람입니다. 
 
지난여름에 고속도로에서 사고가 나는 것을 보았습니다.
너무 더워서인지 아무도 그 사고에 관심이 없었고 빨리 사고가 처리되기만을 기다렸습니다.
저도 내려서 길 위에 떨어진 사고 잔해를 치우고 차 안에 다친 운전자를 보기는 했지만 전화로 신고만 하고 그냥 지나치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깨달은 것이 있습니다. 
 
‘만약 나의 부모님이었다면? 만약 나의 형제였다면?’
그렇게 보였다면 그냥 지나칠 수는 없었을 것입니다. 
 
우리가 이웃을 사랑할 수 있는 것은 당연히 사랑해야 하는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애정 없이 배우자와 함께 살다가 나이가 들어 자신 부모님의 모습이 보이면 어떻게 할까요?  
 
부모를 사랑했던 사람이라면 그 부모에 대한 연민과 겹치면서 배우자가 다시 보이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부모를 미워하는 사람이라면 배우자가 더 미워질 것입니다. 
 
먼저 사랑해야 할 대상이 있습니다.
자신을 가장 많이 사랑해 준 사람입니다.
먼저 그 사랑을 이뤄내지 못하면 그 사람은 다른 사람도 사랑할 준비가 안 된 것입니다.  
 
하늘을 사랑할 수 없으면 땅도 사랑할 수 없습니다.
하느님을 사랑할 수 없으면 이웃도 사랑할 수 없습니다.
세상을 사랑할 수 없으면 자신의 나라도 사랑할 수 없습니다.
부모를 사랑할 수 없으면 자신의 가족도 사랑할 수 없습니다.
자신의 행복을 위해 이용하고 있으면서 사랑한다고 착각할 뿐입니다.  
 
우리가 그리스도인이라면 생명까지 주신 그리스도께 무언가 드리는 것을 아까워하는 사람이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그리스도께 드리는 것이 아까운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도 사랑으로 줄 마음이 없는 사람입니다. 

(수원교구 전삼용 요셉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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