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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4월 3일 _ 전삼용 요셉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20-04-03 조회수 : 564

4월 3일 [사순 제5주간 금요일] 
 
예레미야 20,10-13
요한 10,31-42 
 
​모든 죄는 열등감에서 비롯된다 

저는 키 작은 열등감이 있었고 지금도 그것을 극복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누구도 열등감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아무리 잘생긴 연예인들도 자신의 외모에 대한 열등감이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열등감이 우리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칠까요? 
 
‘더 리더’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길 가다가 열병에 쓰러진 10대 소년 마이클을 30대의 한나가 구해 정성껏 간호해 줍니다. 
이것이 인연이 되어 두 사람은 서로 사랑하는 사이로 발전합니다.  
 
한나는 글을 읽지 못합니다. 
마이클이 책을 읽어주면 한나는 감격에 겨워 눈물을 흘립니다. 
한나는 마이클의 장래를 생각해서 조용히 마이클을 떠납니다. 
 
그로부터 8년 후 법대생이 된 마이클은 전범 재판을 참관하던 중 옛 연인 한나가 전범으로 몰려 재판받는 것을 보게 됩니다. 
그녀의 혐의는 수용소에 수감된 죄수들의 일상을 기록해 보고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마이클은 문맹인 한나가 글을 쓸 수 없다는 것을 알았기에 그녀의 무죄를 확신합니다.  
 
그런데 한나는 순순히 자신이 한 일로 인정하고 20년형을 선고받습니다. 
이유는 간단했습니다. 
자신이 문맹이라는 사실이 탄로 날 것을 두려워했기 때문입니다. 
 
사탄이 인간을 죄짓게 만드는 무기가 무엇인지 가장 중요한 하나만 말하라고 하면 저는 ‘열등감’이라고 하고 싶습니다. 
열등감이 있다면 사탄은 그 열등감을 극복하게 만들어주겠다는 이유로 온갖 악한 행동을 부추길 수 있게 됩니다.  
 
아담과 하와가 죄를 짓게 된 이유도 이 열등감 때문이었습니다. 
뱀은 이렇게 유혹했습니다.
“너희가 그것을 먹는 날, 너희 눈이 열려 하느님처럼 된다.”(창세 3,5) 
 
뱀은 하느님처럼 되게 만들기 위해 어떠한 행동을 하도록 부추겼습니다. 
이러저러한 행위를 하면 하느님처럼 된다고 꾀인 것입니다. 
그러나 하느님은 인간이 처음부터 당신처럼 되기를 원하셨습니다. 
당신 모습대로 만드셨기 때문입니다. 
교리도 이렇게 가르칩니다. 
 
“하느님께서는 인간을 거룩한 상태에 있게 하시고, 영광 안에서 충만히 ‘신화’(神化)하기로 정하셨다.
그러나 악마의 유혹으로 인간은 ‘하느님 없이, 하느님보다 앞서서, 하느님을 따르지 않고서’ 
‘하느님처럼 되기를’ 원하였다.”(398) 
 
‘신화’란 하느님처럼 되는 것을 말합니다. 
하느님은 처음부터 인간을 하느님처럼 되도록 창조하였지만, 인간이 이것을 믿지 않고 스스로의 힘으로 하느님처럼 되려고 선악과에 손을 댄 것입니다.  
 
선악과는 자신이 이미 하느님처럼 되었음을 믿지 않고 스스로의 힘으로 하느님처럼 되어보려는 사람에 의해 강탈당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인간이 더는 죄를 짓지 않게 만들기 위해 세상에 오셨습니다. 
그 방법은 이 열등감을 극복하게 해 주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믿기만 하면 하느님의 자녀가 된다고 가르치셨습니다.  
 
그러나 사탄의 하수인들은 이 가르침에 반대하였습니다. 
그러면 자신들이 하는 노력이 아무 쓸모가 없어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예수님께 돌을 들었습니다. 
예수님께서 “사람이면서 하느님으로 자처하고” 있으셨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우리를 하느님이 되게 하시려고 인간이 되셨습니다.”(460) 
이를 위해 인간이 되셔서 믿음만으로 하느님의 자녀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어야 하셨습니다. 
성경 말씀대로 누구든 “하느님의 말씀을 받은 이들을 신”이 된다고 알려주셨습니다. 
 
저의 키 작은 열등감은 죄의 원인이었습니다. 
유럽에 나가서 공부하다 보니 그 열등감은 더욱 커졌습니다. 
왠지 무시당하는 느낌에 ‘그래도 공부는 내가 더 했지’, ‘작으니까 더 민첩하지’ 등으로 그 열등감을 극복하려 하였습니다. 
이것은 이웃을 판단하고 깎아내리는 죄입니다.  
 
나폴레옹도 자신의 키 작은 열등감을 극복하기 위해 세계 정복을 꿈꾸었다고 말합니다. 
이 때문에 전쟁에 휘말려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었는지 모릅니다.  
 
열등감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곧바로 사탄의 하수인이 됩니다. 
예수님은 밀떡이 당신과 같이 될 수 있는 것처럼, 말씀을 받아들이고 성체를 영하면 더는 높아질 수 없는 수준이 된다는 것을 믿으라고 하십니다.
이 믿음만이 죄의 유혹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길입니다. 
 
“이방에 들지 않겠어요.”
켈리 여사가 호텔 직원에게 거세게 항의했습니다. 
 
“가구 하나 없는 이 게딱지만한 방에서 자면서 그 많은 방값을 지불하진 않을 겁니다. 
내가 촌에서 올라왔다고 깔보는 모양인데….” 
 
“부인 일단 타세요.”
직원이 그녀의 말을 자르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건 부인의 방이 아닙니다. 엘리베이터라고요!” 
 
이미 그리스도와 하나가 됨으로써 하느님이 되었음을 믿는 사람은 엘리베이터에서 자라고 해도 화가 나지 않습니다. 
이 믿음이 없는 사람만 계속 자존심 때문에 죄에서 허우적대며 자신을 높이려 하다 
불행하게 삶을 마감하게 됩니다.


(수원교구 전삼용 요셉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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