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일 [사순 제5주간 목요일]
불가능한 것은 요구하시는 분은
불가능한 것을 주실 수도 있는 분이시다
어제 6세 여자아이가 “신부님, 하느님은 어떻게 만날 수 있어요?” 하는 부담스러운 질문을
저에게 하였습니다.
갑자기 말문이 막힌 저는 다음에 이야기하자고 얼버무렸습니다.
어떻게 하느님을 만날 수 있을까요?
유튜브에 올라있는, Brad TV 동영상 중에 아랍 아이들을 돌보고 있는 한 기독교 여성이 테러 공격을 당한 이후의 놀라운 이야기도 있습니다.
마리크 벨트만은 40년 전 네덜란드를 떠나 예루살렘에 올 때 한 가지 목적을 가지고 왔습니다.
그것은 바로 아랍 아이들을 키우는 수양 엄마가 되는 것이었습니다.
32년 동안 그는 수양 엄마가 됐고 그동안 20명가량의 아이가 길거나 짧게 머물다 갔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가 타고 있던 버스에 두 명의 남자가 타면서 그녀의 삶은 갑자기 큰 변화를 맞았습니다.
예루살렘 근처 동네에서 온 두 명의 팔레스타인 청년들이 버스에 올라타서는 승객들을 칼로 찌르고 총을 쏘기 시작했습니다.
이 공격으로 이스라엘인 3명이 사망했습니다.
칼을 가지고 있던 남자는 벨트만에게 달려가 어깨, 가슴, 손을 마구 찔렀습니다.
그녀는 여섯 군데나 칼에 찔렸고 폐도 망가졌습니다.
다행히 생명은 구할 수 있었습니다.
아이들은 벨트만에게 제일 먼저 “엄마, 우리를 미워하고 아랍 사람들을 미워할 거예요?” 라고 물었습니다.
아이들이 모두 아랍인이었기 때문입니다.
벨트만은 한번도 아랍 사람을 미워한다는 생각을 해보지 않았고 엄마를 찌른 사람도
용서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아이들이 “엄마, 그건 말도 안 돼요. 엄마를 죽이려고 한 사람을 어떻게 용서할 수 있어요?” 라고 되물었습니다.
벨트만도 마음속으로는 ‘그래. 그런 사람을 용서하는 것은 말이 안 되지’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동시에 아이에게는 이렇게 말하고 있었습니다.
“만약 내가 용서하려고 한다면 하느님께서 도와주신단다.”
인간의 힘으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것이 있습니다.
그중 가장 큰 것이 ‘사랑’입니다.
사랑할 때면 자신도 모르게 그 능력을 주시는 분을 만나게 됩니다.
이태리에서 많은 이들이 바이러스로 죽어갈 때 어떤 노 신부님은 자신의 산소마스크를 젊은 사람에게 양보하고 자신은 죽음의 길로 들어섰습니다.
그분은 그렇게 하실 때 분명 자신도 놀랄 그 힘을 주시는 분을 만나고 그래서 죽음도 두렵지 않으셨을 것입니다.
모든 인간은 살려고 하지 죽으려고 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죽으려고 한다면 이미 생명이신 하느님을 만났기 때문입니다.
인간에게 많은 능력이 있는 줄 알지만, 지금처럼 살 수 있는 것은 다 누군가로부터 그런 능력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내가 두 발로 걸을 수 있다면 그 능력도 부모에게서 받은 것이고, 말을 할 수 있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늑대에게 자랐다면 절대 두 발로 걸을 수 없었을 것입니다.
두 발로 걷는 능력도 받는 것이라면 원수까지 용서할 수 있는 능력도 당연히 받는 것임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능력을 주실 수 있는 분은 다른 것도 주실 수 있는 분입니다.
원수를 사랑하기 위해 목숨을 내어놓을 수 있는 능력을 주셨다면 다시 살게 하실 수 있는 능력도 주실 수 있는 분입니다.
부모의 말을 잘 따라주는 아이들은 또한 부모가 지은 집에서 살고 부모가 주는 음식을 먹을 수 있습니다.
이런 것들도 아이들의 능력으로는 얻을 수 없는 것입니다.
부모는 불가능한 것을 요구하기도 하고 또 불가능한 보상을 주기도 합니다.
내가 두 발로 걷고 있다면 그 사람은 반드시 그것을 요구한 분이 계시고 그분은 또 다른 불가능한 것도 주실 수 있는 분인 것입니다.
내가 무언가 불가능한 것을 할 수 있게 되었을 때 불가능한 보상도 줄 수 있는 분을 만난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내 말을 지키는 이는 영원히 죽음을 보지 않을 것이다” 라고 말씀하십니다.
인간이 영원히 죽음을 보지 않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렇다면 이것을 요구하는 예수님께서 지키라고 명하시는 ‘말씀’은 분명 인간이 지키기 불가능한 것입니다.
예수님은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라고 명하십니다.
예수님께서 우리를 위해 십자가를 지신 사랑을 우리도 하면 영원한 생명을 주시겠다는 말씀입니다.
야곱은 형을 만나기 전에 밤새 기도하였습니다.
그랬더니 자신을 죽일지도 모르는 형의 얼굴이 하느님의 얼굴처럼 보였습니다.
이것이 하느님을 만나는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저도 저를 모함하고 악의적으로 손해를 보이려 한 사람을 만나야 할 때가 있었습니다.
그러면 그 사람을 위해 기도하고 그 사람을 사랑할 수 있게 해 달라고 청합니다.
그리고 그 사람을 만나면 신기하게 그 사람 얼굴이 가족처럼 사랑스럽게 보입니다.
그리고 그럴 때 그 사람도 바뀌어 있는 모습을 발견하게 됩니다.
이 신비한 체험에서 주님께서 함께 계시고 당신 말을 따랐기에 영원한 생명의 영광도 주실 수 있는 분임을 믿게 됩니다.
일단 주님의 말씀을 지켜보십시오.
그러면 죽음을 보지 않을 것도 믿게 됩니다.
주님은 말씀하십니다.
“내 말을 지키는 이는 영원히 죽음을 보지 않을 것이다.”
(수원교구 전삼용 요셉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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