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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3월 12일 _ 전삼용 요셉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20-03-12 조회수 : 537

3월 12일 [사순 제2주간 목요일]
 
가난해지려는 의도 없이 성경을 읽는 사람은 목적지 없이 표를 끊는 사람과 같다 
 
한 추장이 나이가 들었습니다.
그는 세 아들 중 하나에게 추장직을 물려주기로 했습니다.  
 
추장은 아들들을 데리고 사냥에 나섰습니다.
그런데 추장 일행의 눈앞에 거대한 나무 한 그루가 나타났습니다.
그 나뭇가지에는 커다란 독수리 한 마리가 앉아 있었습니다.
추장은 세 아들에게 각각 물었습니다. 
 
“저 앞에 무엇이 보이는가?”
장남이 먼저 대답했습니다. “파란 하늘과 나무가 보입니다.” 
 
이번에는 차남이 대답했습니다.
“거대한 나무와 나뭇가지에 앉은 독수리가 보입니다.” 
 
추장은 매우 실망스러운 표정을 지었습니다.
“너는 뭐가 보이느냐?” 그러자 막내가 대답했습니다.
“독수리의 두 날개와 그 사이의 가슴이 보입니다.” 
 
“그러면 그곳을 향해 화살을 쏘아라.”
막내의 화살은 독수리의 가슴에 명중했습니다.
그리고 추장직은 막내에게 돌아갔습니다. 
 
하늘 나라를 얻는 방법도 이와 같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오늘 복음에서 부자는 지옥으로 가고 거지는 천국으로 간다고 말씀하십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시는 부자와 거지의 개념은 지금 가진 재산의 양에 따른 것이 아니라
‘내어주려는 마음이 있는가, 없는가?’에 의해 결정됩니다.  
 
지옥으로 가는 부자는 자신의 집 문 앞에 항상 거지 라자로가 있었는데도 배를 채울 음식을 주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라자로는 가진 것이 없었음에도 개들을 불쌍히 여겨 자신의 종기를 핥는 것을
허락하였습니다. 
 
예수님께서는 “행복하여라, 가난한 사람들! 하느님의 나라가 너희 것이다.”(루카 6,22)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가난한 사람이란 이웃을 사랑하여 가난해지려는 의도가 있는 사람입니다.
사람은 부자가 되려 하건, 가난하게 되려 하건 두 의도 중 하나를 선택하여 살아갑니다. 
 
이 세상에서 부자가 되려는 사람은 마치 모기처럼 남에게 피해를 주는 사람이 됩니다.
자신이 살려면 남은 죽여야 하는 것이 생존의 법칙이기 때문입니다.  
 
반면 예수님처럼 되려는 사람은 이웃을 살리기 위해 피 한 방울까지 내어주려는 마음으로 삽니다. 
 
오늘 복음은 사실 부자가 지옥 가고, 가난하면 천국 간다는 것이 주제가 아닙니다.
바로 ‘성경’을 어떠한 의도로 읽어야 하는지에 관한 내용이라 할 수 있습니다.  
 
지옥에 간 부자는 아브라함에게 라자로를 부활시켜 자신의 형제들에게 나타나게 하여
형제들이 회개할 수 있게 해 달라고 청합니다.
이는 형제들을 사랑해서가 아니라 자신 때문에 형제들까지 지옥에 오면
그들의 괴롭힘에 의해 고통이 가중될 것을 걱정해서라고 보아야 합니다.  
 
형제를 위하는 마음이 있었다면 지옥에 오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아브라함은 이렇게 말해줍니다. 
 
“그들이 모세와 예언자들의 말을 듣지 않으면,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누가 다시 살아나도
믿지 않을 것이다.” 
 
모세와 예언서는 ‘성경’입니다.
바리사이-율법학자들은 성경의 전문가들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성경을 읽고 연구하면서도 지옥에 떨어지는 이들이 많았습니다.
예수님께서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해주십니다. 
 
“너희는 성경에서 영원한 생명을 찾아 얻겠다는 생각으로 성경을 연구한다.
바로 그 성경이 나를 위하여 증언한다.”(요한 5,39) 
 
성경의 처음부터 끝까지 예수님을 증언합니다.
예수님은 하느님의 어린양으로서의 피까지 내어주는 삶을 가르치십니다.  
 
결국, 거지 라자로는 우리를 위해 십자가에서 피를 흘리시는 당신 자신의 모습을 상징하고 있는 것입니다.  
 
성경은 예수 그리스도께 대한 믿음으로 이끌어 이웃을 위해 가난한 삶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표지판과 같은 것입니다.
그러나 그 목적지를 원하지 않는다면 성경을 읽어도 소용이 없습니다.
성경을 읽는 목적이 명확해야 하늘나라에 다다를 수 있습니다. 
 
그러니 만약 거지 라자로처럼 되기를 원치 않는 사람이 성경을 읽는다면 이는 목적지 없이 버스표를 끊겠다고 하는 사람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목적지를 알고 표를 끊어야 목적지에 다다를 수 있습니다.
건강을 해치려는 마음으로 운동하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전쟁에서 지려는 마음으로 훈련받는 사람도 없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십자가의 예수님을 닮으려는 의도로 성경을 공부해야 합니다.
그러면 성경은 그 목적지에 다다르게 하는 표지판이 되어줄 것입니다. 

(수원교구 전삼용 요셉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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