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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3월 6일 _ 전삼용 요셉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20-03-06 조회수 : 519

3월6일 [사순 제1주간 금요일]


행위보다 감정이, 감정보다 자기 정체성이 더 중요하다
 
형과 동생이 싸웠습니다.
그것을 보고 엄마가 말했습니다.
“먼저 용서하는 사람이 형이다.” 
 
역시 한 살이라도 더 먹은 형이 먼저 손을 내밉니다.
“야! 미안하다.” 
 
아마도 동생이 먼저 손을 내밀었다면 형의 스타일은 더욱 구겨졌을 것입니다.
동생은 원래 동생이니 동생이라는 말을 들어도 아무 상관이 없겠지만 형은 ‘동생’이라는 말을 들으면 곤란해집니다.
그러므로 “먼저 용서하는 사람이 형이다.”라는 말은 사실은 형이 먼저 용서하라는 말입니다. 
 
이 짧은 이야기에서 우리는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요?
내가 누구냐는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서는 행위도, 감정도 바뀔 수 있다는 것입니다.  
 
나의 행동과 감정을 통제하기 위해 ‘내가 누구인가?’라는 정체성을 아는 것만큼
중요한 일은 없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너희의 의로움이 율법 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의 의로움을
능가하지 않으면, 결코 하늘 나라에 들어가지 못할 것이다.”라고 하십니다.
의롭다는 말은 주님 마음에 든다는 뜻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바리사이나 율법학자들의 의로움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그들의 의로움은 ‘행위’의 의로움입니다.
그들은 율법에 “살인해서는 안 된다.
살인한 자는 재판에 넘겨진다.”라고 나와 있다면
살인하지 않기 위해 노력합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이것보다 더 높은 단계의 의로움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씀하시는 것입니다. 
 
행위의 의로움보다 더 높은 단계의 의로움은 ‘감정’의 의로움입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자기 형제에게 성을 내는 자는 누구나 재판에 넘겨질 것이다.”라고
말씀하시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우리를 의롭게 하시기 위해 오신 것은 행위를 넘어서는 감정의 의로움을 주시기 위함입니다.
하느님은 이 감정으로 우리를 심판하십니다.
오늘의 이 말씀이 그것을 말해주는 것입니다. 
 
“자기 형제에게 ‘바보!’라고 하는 자는 최고 의회에 넘겨지고, ‘멍청이!’라고 하는 자는 불붙는 지옥에 넘겨질 것이다.” 
 
형제에게 화를 내고 욕을 했다고 지옥에 던져진다는 것은 참으로 무서운 일입니다.
바리사이-율법학자들은 행위로 살인만 하지 않으면 된다고 믿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감정’을 보시겠다는 말씀입니다.
우리는 행위보다는 감정을 의롭게 하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어떻게 감정을 항상 기쁨과 평화, 사랑으로 지켜나갈 수 있을까요?
이것은 인간의 힘으로 되는 것이 아닙니다.
성령의 열매가 사랑과 기쁨과 평화 등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성령의 힘으로 하느님을 “아빠, 아버지!”라 부를 수 있습니다.  
 
내가 고아인 줄 알았다고 참 부모님을 찾게 되었다면 기분이 어떨까요?
지금까지 아무리 자기를 괴롭혔던 사람이 있더라도 그 부모님을 찾은 기쁨에
그 미운 마음이 싹 사라질 것입니다.
이렇듯 기분은 결국 자기 정체성에 의해 결정됩니다.  
 
우리는 성령을 통하여 우리가 ‘하느님의 자녀’가 되었다는 기쁨으로
우리 감정을 의롭게 할 수 있습니다. 
 
자기 정체성은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입니다.
우리는 우리가 하느님의 자녀가 되었다는 믿음으로 세상을 살아갑니다.
하느님의 자녀라는 믿음으로 살아가면 감정의 흐트러짐을 막을 수 있습니다. 
 
보물섬이라고 하는 불후의 명작을 남긴 스코틀랜드의 작가 로버트 스티븐슨이 가족들과 함께 주님의 기도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갑자기 벌떡 일어나서 문을 박차고 나가버렸습니다.  
 
부인이 놀라 뒤따라 나가서 남편을 붙들고 왜 그러느냐고 물었습니다.
스티븐슨이 말했습니다. 
 
“오늘은 내가 죄를 용서해달라고 주기도문을 주님께 드리기가 괴롭소, 마음이 편치 않소.” 
 
하느님의 자녀라면 하느님의 자녀로서 유지해야 하는 감정이 있습니다.
감정은 정체성과 직결됩니다.  
 
따라서 하느님 자녀로서의 명확한 자기 정체성은 행위의 의로움을 넘어서 감정까지 의롭게 만드는 가장 중요한 조건이 됩니다. 

(수원교구 전삼용 요셉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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