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5일 [연중 제4주간 수요일]
하느님은 밀떡도 하느님으로 만드실 수 있는 분임을 믿어라
미국에 있는 UCLA라고 하는 대학의 의과대학 교수가 이제 머지않아 의학 공부를 마치고
바로 현지 병원에 나가서 환자들을 진찰하고 치료하게 될 학생들을 놓고 가르치고 있었습니다.
가르치는 중에 한 사례를 들어 학생들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아버지는 매독균에 걸려 있고 어머니는 폐결핵 환자이다. 여기서 아이 넷이 태어났는데,
첫째아이는 매독균으로 인해서 장님이 되었고,
둘째 아이는 이미 병들어 죽었고, 셋째아이는 역시 이 부모들의 병 때문에 귀머거리가 되었고,
넷째 아이는 결핵 환자가 되었다.
이런 때에 어머니가 또 임신을 했다.
이런 경우에 그대들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학생들은 입을 모아 대답합니다.
“유산시켜야 합니다. 아버지가 매독 환자요 어머니가 폐결핵 환자이며, 이미 낳은 아이 넷도 다 그 모양이 되었는데, 이러한 악조건에서
아이를 또 낳아놓으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당연히 유산시켜야 됩니다.”
그러자 교수는 점잖게, 아주 정중하게 대답했습니다.
“그대들은 지금 베토벤을 죽였다.”
우리가 아는 악성 베토벤은 바로 그런 환경 가운데서 1770년에 태어납니다.
아버지는 매독 환자요, 어머니는 폐결핵 환자요, 형제들도 다 병들어 그 모양이지만 그 가운데서 태어나 57년 동안 작곡 활동을 했습니다.
물론 그도 나중에는 귀머거리가 되었지만 그런 가운데서도 많은 불후의 명곡을 작곡하게 됩니다.
사람 일은 아무도 모릅니다.
어떤 의사가 저런 상태에서 베토벤을 죽였다면 그가 작곡한 음악은 하나도 들을 수
없었을 것입니다.
어쩌면 내가 사람들에게 좋은 것을 받지 못하는 이유는 하느님께는 모든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믿지 못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내가 가능성을 열어놓아야 하느님도 가능성을 열어놓으십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고향 나자렛으로 가셨습니다.
회당에서 가르치실 때 고향 사람들은 깜짝 놀랍니다.
“저 사람이 어디서 저 모든 것을 얻었을까? 저런 지혜를 어디서 받았을까?
그의 손에서 저런 기적들이 일어나다니!”
그들이 깜짝 놀라는 이유는 ‘새로 태어남’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의 자비’를 믿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는 30년 동안 나자렛에서 대패질을 하며 사셨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말도 잘하시고 기적도 행하시게 되었으니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들은 자신들의 생각을 믿기로 합니다.
“저 사람은 목수로서 마리아의 아들이며, 야고보, 요세, 유다, 시몬과 형제간이 아닌가?
그의 누이들도 우리와 함께 여기에 살고 있지 않는가?”
물론 예수님은 목수의 아들이었지만, 세례를 통해 하느님의 아드님이 되셨습니다.
예수님은 처음부터 하느님이셨지만 인간이 어떻게 하느님의 자녀로 새로 태어날 수 있는지를 보여주시기 위해 세례를 받으신 것입니다.
그러나 그들은 믿지 않았기에 은혜도 받을 수 없었습니다.
“그리하여 예수님께서는 그곳에서 몇몇 병자에게 손을 얹어서 병을 고쳐 주시는 것밖에는 아무런 기적도 일으키실 수 없었다. 그리고 그들이 믿지 않는 것에 놀라셨다.”
하느님은 지금도 우리가 믿지 않는 것에 놀라고 계십니다.
우리가 하느님이 될 수 있다고만 믿으면 그 은혜를 주실 텐데 억지로 믿지 않아
그 은혜를 거부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밀떡도 하느님으로 만드실 수 있는 분이 인간을 하느님으로 만드실 수 없으시겠습니까?
이런 믿음만이 빵과 포도주를 봉헌하게 만들고 결국 하느님을 모신 성전이 됩니다.
하느님은 밀떡도 하느님으로 만드실 수 있는 분임을 잊지 맙시다.
그러면 정말 새로 태어나고 고향 사람들에게는 놀라움의 대상이 될 것입니다.
(수원교구 전삼용 요셉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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