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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1월 23일 _ 전삼용 요셉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20-01-23 조회수 : 591

1월 23일 [연중 제2주간 목요일]
 
< 모기에게 피 빨리는 것은 자비가 아니다 > 
 
한 어머니가 아기를 낳습니다.
그런데 그 아기는 어딘가 좀 이상합니다.
양쪽 눈의 색깔이 다릅니다.
한쪽 눈은 푸른색입니다.
자라면서 매우 폭력적이 됩니다.
마음에 안 들면 친구들을 심하게 때립니다.  
 
잘 때 잠꼬대를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로 합니다.
엄마는 그 잠꼬대를 녹음하여 전문가에게 의뢰합니다.
그리고 그 아이가 태어난 날과 그 시간에 다른 나라에서 연쇄 살인마가 죽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그 살인마의 눈 색이 푸른색임도 알게 됩니다.
그 살인마의 영혼이 그 아기에게 들어간 것입니다. 
 
아이는 아버지까지 거의 죽을 지경이 되게 만들어놓고 그때 죽이지 못한 한 여자를 찾아갑니다.
어머니는 이 모든 사실을 알고 자신이 먼저 그 여자를 죽이면 자기 아이를 구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만 그건 착각이었습니다.  
 
아이는 완전히 그 살인마에게 사로잡혀 있었고 자신에게 이용당한 어머니까지 살해하고는
다른 집으로 입양됩니다.
영화 ‘프로디지’(2019)의 내용입니다.
생각만 해도 무서운 영화입니다.
여기에서 제일 답답한 사람은 어머니입니다.  
 
어머니는 자신의 아이의 영혼이 살인마에게 사로잡혀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자식이라는 연민 때문에 자식이 원하는 살인을 대신 해주려고 합니다.
우리 삶 안에서는 이런 경우가 없을까요?
자녀가 못된 아이인 것을 알면서도 자녀의 애정을 잃지 않기 위해 휘둘린 적은 없나요?  
 
우리 모두는 어느 정도씩 애정에 휘둘리며 살아갑니다.
그러나 끊어야 할 때는 끊어야합니다.
그것이 자신과 자녀를 위해 좋은 일입니다. 
 
유튜브 채널 ‘강형욱의 보듬 TV; 내 강아지의 공격성’에서 주인까지 무는 진돗개가 나옵니다.
마음씨 착한 노부부는 자신들을 공격하는 진돗개를 무척이나 사랑합니다.
그런데 쓰다듬어 주다가 물리고 마사지 해 주다가 물립니다.
상처투성이인데도 여전히 자신의 개에 대해 무척 큰 애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고 말하는 개 전문가인 강형욱씨는 노부부에게 개 다루는 법을 시범으로 보여줍니다.
개가 자신에게 허락도 없이 발을 감싸자 짧은 목줄을 강하게 당겨 하는 행위를 더 이상 하지 못하게 만듭니다.  
 
자신 주위를 돌며 자신의 영역에 강형욱씨가 있다는 것을 표현하려 하자 역시 목줄을 당겨 돌지 못하게 만듭니다.
누가 주인이고 누가 개인지 명확히 인식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그랬더니 그 무섭던 개가 발에 땀까지 흘리며 어쩔 줄 몰라 합니다.
그러며 노부부에게 개를 사랑하는 것은 알지만 개에게 끌려 다녀서는 안 된다고 말합니다. 
 
간식을 주고 개를 쓰다듬기 위해 손을 대었을 때 물린 이유는 개에게 애정을 받고 싶기 때문입니다.
뽀뽀를 하려고 하다가 물리는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강형욱씨는 먼저 쓰다듬게 해 주면 간식을 주라고 합니다.
개가 지켜야 할 선을 인간이 무너뜨리면 안 되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군중이 당신을 밀치는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하시려고 당신께서 타실 거룻배 한 척을 마련하여 그들로부터 조금 거리를 두십니다.
그랬더니 더 이상 밀치거나 잡아당기는 일이 발생하지 않습니다.  
 
심지어 군중 가운데는 마귀 들린 사람들도 있어서 예수님께 어떠한 해를 끼칠 수도 있었습니다.
예수님은 군중들이 해 달라는 대로 다 해주지 않으십니다.  
 
사랑은 휘둘리는 것이 아닙니다.
하느님 아버지와 성자께서 완전히 사랑하는 사이시라도 그분 사이에는 넘을 수 없는 거리가 존재합니다.
그래서 그 거리를 이어줄 성령께서 필요하신 것입니다.  
 
무조건 거리를 좁혀 그 사람의 영향을 받아주는 것이 사랑이 아님을 알아야합니다.
왜냐하면 그 사람이 아직 모기의 수준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모기와 기생충이 생명체이기는 하나 그것들에게 무작정 피를 빨려주는 것이 곧 자비는 아닐 것입니다.
그 피의 의미를 깨닫고 변화될 수 있는 이들에게만 피를 내어주어야 합니다. 
 
내가 만나는 사람들을 모두 나쁜 사람처럼 보는 것도 문제지만 모두 천사도 아니라는 사실을 인지해야 합니다.  
 
나를 이용하여 자기 배를 채우기 위해 다가오는 사람들도 있음을 알아야합니다.
그 작은 지혜가 쓸데없이 소비될 수 있는 에너지를 아끼게 만들어 더 많은 이들에게 더 큰 사랑을 하도록 이끕니다. 

(수원교구 전삼용 요셉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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