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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1월 15일 _ 전삼용 요셉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20-01-15 조회수 : 590

1월15일 [연중 제1주간 수요일]  

"다음 날 새벽 아직 캄캄할 때, 예수님께서는 일어나 외딴곳으로 나가시어 그곳에서 기도하셨다. (1,35)" 
 
< 뜯지 않은 레코드판 > 
 
어느 아담한 도시가 있었습니다.
그 도시에 자리한 레코드 가게에서 일어난 이야깁니다.  
 
그 가게엔 에메랄드 빛 눈을 가진 잘생긴 청년이 있었습니다.
이 가게 사장입니다.
누구에게나 친절하며 클래식을 사랑하는 아주 멋진 청년이죠. 
 
그리고 언제부턴가 가게 앞을 기웃거리는 아가씨가 있었습니다.
날마다 가게 앞을 서성거리다 돌아가곤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가씨가 문을 열고 가게로 들어옵니다.
물론 아가씨의 목적은 레코드가 아닌 청년이었죠.

“안녕하세요? 찾으시는 판이라도...?”
청년이 말을 걸어오자 가슴이 뛰고 숨이 가빠옵니다.

“이 판 얼마예요?”
“5 달럽니다”

이를 어쩝니까?
아무 말도 못한 체 레코드판을 들고 길을 나섭니다.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레코드판만 사고 문을 나섭니다.
하지만 아가씨는 기분이 좋았습니다.
청년의 얼굴을 가까이서 보고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으니까요

그렇게 어느 덧 삼년이라는 시간이 흐르고 아가씨의 사랑은 깊어만 가 결국 상사병으로 쓰러지고 맙니다.
아무 가족도 없이 혼자 살던 아가씨는 유일한 친구가 보는 가운데 숨을 거두고 맙니다.

장례를 치르고 아가씨의 집을 정리하던 친구는 굳게 닫힌 작은 방문을 열게 됩니다.
이 방엔 무엇이 있을까요?
여기엔 포장도 뜯지 않은 레코드 판 수 백 장이 쌓여 있었습니다.  
 
그럼 왜? 레코드판을 뜯어보지도 않고 쌓아만 뒀을까요?
안타깝게도 아가씨에겐 전축이 없었습니다.
단지 청년을 보기 위해 레코드판을 사러 갔으니까요. 
 
“얘는 듣지도 않는 레코드판을 왜 이렇게 사 모은 거야?” 
 
아무것도 모르는 친구는 무심결에 포장을 뜯어봅니다.
그 속에 쪽지하나가 떨어집니다.
그쪽지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습니다.

[아가씨에게 첫눈에 반했습니다.
저녁에 시간 있으세요? ps 제 이름은 존이라고 합니다.]
놀라움을 감추지 못한 체 다른 판을 뜯어봅니다.

[정말 당신을 사랑합니다.
8시 가게 앞 카페에서 기다리겠습니다.
나오실 때까지 기다릴 겁니다.
오늘 안 나오시면 내일 모레 언제까지고 기다릴 겁니다.] 
 
이런 식으로 모든 판에 존이 쓴 쪽지가 들어있었습니다.
친구는 존이라는 청년을 찾아가 이 모든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청년은 이야기를 듣고 몰려드는 슬픔을 주체할 수 없었습니다.
(발췌: http://blog.daum.net/baechanwon/15193007
 
이런 비극이 발생하게 된 이유는 단 한 가지 때문이었습니다.
그 레코드판을 뜯어보지 않았던 것입니다.

이렇게 사랑하는데 상대의 마음을 모르는 것만큼 가슴 아픈 일이 없습니다.
연인이 된 후에라도, 여자가 남자에게 불쾌한 표정을 하면서도 그 이유를 말해주지 않는다면 남자는 커다란 고통에 빠집니다.  
 
여러 가지로 생각해 보고 고쳐보아도 변화가 없습니다.
그래서 무엇 때문에 그러는지 알려달라고 해도,
“정말 내가 무엇 때문에 그러는지 몰라요?” 라는 말만 되풀이합니다. 
 
‘네 스스로 찾아내라.’는 식인데, 이런 사람은 사귀지 않는 편이 나을 수도 있습니다.
매 번 이런 식이라면 남자는 말라죽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정말 사랑하고 있고 좋은 사람이라면 그 때 그 때 불만이나 원하는 바를 이야기해 줍니다.
그건 하느님도 마찬가지겠지요.  
 
하느님은 좋으신 분이라 우리가 그 분 뜻을 모르며 갈등 속에서 살기를 원하시지 않습니다.
하느님은 항상 우리에게 당신 마음을 알려줄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오늘 예수님께서도 새벽에 컴컴할 때 혼자 외딴 곳으로 나가셔서 아버지와 대화를 나누십니다.
대화 주제 중 하나는 ‘이 곳에서 계속 복음을 전하셔야 할지, 아니면 다른 곳으로 옮겨야 할지’였을 것입니다.  
 
그리고 모든 사람들이 당신을 찾는다는 제자들의 말에 즉시, “다른 이웃 고을들을 찾아가자.”라고 하십니다.

신앙이 있는 우리들은 매일 일상에서 부딪히는 무언가 결정을 해야 하는 순간순간에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무엇을 원하시는지 알고 싶어 합니다.

주님은 우리가 잘되기만을 원하시기 때문에 주님의 뜻만 따른다면 행복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그 분 뜻을 알고 싶어 하면서도 그분이 주시는 메시지를 뜯어 읽으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분이 나에게 원하시는 뜻을 알기 위해서는 오늘 예수님께서 하신 것처럼, 피정을 한다든지 성당에 홀로 앉아 기도를 한다든지 하며 주님과의 대화를 하면 됩니다.

그런 노력도 안 하면서 주님께서 나에게 무엇을 원하시는지 모르겠다고 한다면 계속 그 분 뜻을 모르며 살아가야 하는 고통을 겪어야합니다.

우리 매일의 삶 자체가 선택의 연속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따라서 매일 기도하며 주님께서 원하시는 것을 자주 여쭈어보아야 합니다.

그래서 항상 기도해야합니다.
아침에 홀로 깨어나서 하면 가장 좋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홀로 있을 수 있는 아무 시간에라도 그분과 대화하며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끊임없이 묻고 대답을 찾아내야합니다.  
 
하느님은 오늘도 우리에게 뜯어지지 않은 레코드판 속에 우리에게 들려주시기를 원하시는 당신의 메시지를 주시고 계십니다.  
 
받아서 뜯어봅시다.
뜯어서 읽어봅시다.
그래야 하느님 뜻을 모르며 살아가는 고통에서 해방될 수 있습니다.

하느님은 기도하는 자에게 진리의 성령을 보내시어 당신 뜻을 밝혀주시고 구원으로 이끌어주십니다.
지혜서의 말씀을 잠시 묵상해 봅시다.

“어떠한 인간이 하느님의 뜻을 알 수 있겠습니까?
누가 주님께서 바라시는 것을 헤아릴 수 있겠습니까?

당신께서 지혜를 주지 않으시고 그 높은 곳에서 당신의 거룩한 영을 보내지 않으시면 누가 당신의 뜻을 깨달을 수 있겠습니까?

그러나 그렇게 해 주셨기에 세상 사람들의 길이 올바르게 되고 사람들이 당신 마음에 드는 것이 무엇인지 배웠으며 지혜로 구원을 받았습니다.” (지혜 9, 13. 17-18) 

(수원교구 전삼용 요셉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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