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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1월 5일 _ 전삼용 요셉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20-01-05 조회수 : 547

1월 5일 [주님 공현 대축일] 
 
<​ 태양을 향해 걷는 자는 자기 그림자를 보지 않는다 > 
 
영국의 작가 버나드 쇼는 항상 죽음의 공포에 시달렸습니다. 
스스로 심각한 질병에 걸렸다고 의사에게 빨리 와달라고 자주 청했습니다.  
 
어느 날 그를 잘 알고 있었던 의사는 버나드 쇼의 부름을 받고 일부러 거친 숨을 몰아쉬며 
의자에 쓰러지듯 앉았습니다. 
 
“무슨 일입니까?“
그가 묻자 의사는 “급히 오느라고 심장에 이상이 생겨 내가 죽게 생겼습니다.”라고 했습니다. 
놀란 그는 벌떡 일어나 응급약과 차를 준비하는 등 의사를 간호하느라 분주했습니다. 
그러는 동안 그의 무기력증과 우울했던 감정이 싹 사라졌습니다. 
 
1시간 후 의사가 그에게 “진료비를 주십시오.”라고 말했습니다. 
“내가 선생님을 보살펴주었는데 무슨 진료비입니까?”라는 그의 말에 의사는 
“분주하게 움직이는 동안 당신 병이 다 나았지 않았습니까? 이게 처방이었습니다.”
라고 말했습니다. 
 
무기력증과 우울증에서 해방되려면 남을 위해 활발하게 움직이면 됩니다. 
그런 소명을 주는 만남이 가장 가치 있는 만남입니다. 
 
사람은 딱 두 종류가 있습니다. 
죽어야 할 이유를 찾은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입니다. 
죽어야 할 이유를 찾은 사람만이 참으로 살아있는 삶을 살게 됩니다.  
 
버나드 쇼는 죽어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해서 제대로 살지도 못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죽을 정도로 노력해야 할 무언가를 발견한다면 그때부터 삶이 살아납니다. 
죽어야 되는 이유와 살아야 되는 이유는 결국 하나입니다. 
 
많은 사람을 태우고 바다를 건너던 배가 갑자기 불어오는 거센 폭풍우를 만나고 말았습니다. 
비바람에 흔들리던 배는 그만 뒤집히려는 듯 요동을 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배안의 사람들은 모두 살려달라고 아우성을 쳤습니다. 
그런데 그중 노인 한사람은 아주 평화로운 얼굴로 기도를 드리는 게 아니겠습니까? 
 
사람들이 그에게 물었습니다.
“지금 배가 뒤집혀 다 죽게 되었는데 당신은 두렵지 않습니까?” 
 
그 노인이 조용히 대답했습니다.
“아니요, 나에게는 딸이 둘 있습니다. 
큰 딸은 몇 년 전에 잃고 지금은 작은 딸을 찾아가고 있는 길입니다. 
만약 이 배가 뒤집혀 죽게 되면 천국에 있는 큰 딸을 먼저 만나게 될 것이고 다행히 배가 무사히 항구에 닿게 되면 작은 딸을 만나게 될 것입니다. 
저는 죽어도 되고 살아도 됩니다.” 
 
이 노인이 참으로 인생을 사는 사람입니다. 
죽어야 하는 이유를 아는 사람만이 참 인생을 살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 죽어야 되는 이유는 나를 살게 하신 분이 주실 수 있습니다. 
그분이 하느님이십니다. 
그리고 그 하느님께서 모든 인간에게 죽어야 하는 이유를 알려주려고 
당신 자신을 세상에 드러내 보이셨습니다. 
그렇게 당신을 세상에 드러낸 것을 기념하는 날이 오늘 ‘주님 공현 대축일’입니다. 
 
오늘 복음의 동방 박사들은 죽어야 하는 이유를 찾는 그런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들은 살기 위한 이기적인 욕망에서 자신들을 구해 줄 메시아를 찾고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연구를 하다 보니 메시아가 나타나면 하늘에 징조가 있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정말 하늘에 표징이 나타났습니다. 
그런 연구를 하지 않은 사람들은 그 별을 다른 별들과 구별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자신들을 구원해 줄 메시아를 목말라했던 이 세 명만이 별을 알아보게 된 것입니다. 
 
그런데 갑자기 별이 사라집니다. 
그래도 그들은 실망하지 않습니다. 
이스라엘 왕 헤로데에게 가서 새 왕이 어디서 났느냐고 묻습니다.  
 
헤로데가 이것을 좋아할 리 없었지만 다른 나라에서 온 범상치 않은 사람들을 함부로 대할 수는 없는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메시아가 태어날 곳이 베들레헴임을 알려주고는 자신도 경배하러 가겠으니 
나중에 돌아올 때 꼭 알려달라고 부탁합니다. 
 
이렇게 동방박사들은 갈 길을 잃을 수도 있었던 어려움을 이겨내고 
유다의 가장 작은 고을 베들레헴까지 당도합니다. 
별이 다시 나타나 아기가 있는 곳을 비춥니다.  
 
그들은 기쁨에 넘쳐 메시아께 자신들이 준비한 예물을 바칩니다. 
그 예물의 의미는 예수 그리스도를 자신들의 왕으로 인정하고 그분이 세상의 죄를 없애기 위해 희생되셔야 하는 분임을 믿는다는 신앙고백이었습니다.  
 
그리고 헤로데에게 돌아가지 말라는 하느님의 명을 받고 다른 길로 돌아갑니다.
동방 박사들은 죽어야 하는 이유를 찾는 사람들이었고, 헤로데는 살기만을 원하는 인물이었습니다.  
 
누구의 인생이 더 행복했을까요? 
헤로데는 자신이 살기 위해 죄 없는 수많은 아기들을 학살하라고 군대를 보냅니다. 
그런 삶이 행복일까요? 
우리는 죽어야 하는 이유를 주시는 하느님을 만나야합니다. 
동방 박사들은 목숨을 걸고 그 별이 이끄는 길을 잃지 않으려 헤로데에게까지 갔습니다. 
그런 용기 있는 자만이 메시아를 만납니다. 
 
‘겨울왕국 1편과 2편’은 모두 두 젊은 공주들이 목숨을 거는 이야기입니다. 
1편은 자신만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태어나 인간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언니 엘사를 만나기 위해 목숨을 거는 동생 안나 이야기입니다. 
그러지 않아도 되는데 굳이 언니를 찾아 나서서 심장에 심각한 상처를 입기도 합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이런 이야기를 보며 부러워하고 
그 주인공들처럼 되고 싶어 합니다.
2편 역시 끊임없이 들려오는 비밀을 찾기 위해 엘사가 먼저 떠납니다. 
자신에게만 왜 그런 능력이 주어졌는지 알고 싶은 내면의 목소리를 이기지 못한 것입니다.  
 
물론 목숨을 거는 모험의 길이었습니다. 
동생은 또 그 언니가 알아낸 비밀을 위해 목숨을 겁니다. 
부모가 살아있었다면 두 딸이 하는 그런 행동은 용납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관객들은 그런 모습을 보며 자신도 두 주인공 중의 하나가 되고 싶어 합니다. 
 
목숨 걸어야 할 이유를 찾은 이들이 가장 행복합니다. 
목숨을 부지하려는 이들이 보는 것은 온통 두려움의 그림자뿐입니다.  
 
눈이 보이지 않고 귀도 들리지 않았던 헬렌 켈러는 “태양을 향해 걷는 사람은 자신의 그림자를 보지 않습니다.”라는 말을 했습니다.  
 
태양을 향해 걷는 이들은 걱정과 두려움과 절망의 그림자를 보지 않습니다. 
하느님의 드러내보이심을 발견한 이들이 그런 삶을 살아갑니다. 
목숨을 걸 목표가 생겼는데 죽음의 공포 따위가 그 사람의 앞길을 가로막을 수 없는 것입니다. 
 
동방박사들은 그렇게 하느님을 만나고 싶었던 사람들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오직 존재의 이유만을 목숨을 걸고 찾는 이들에게만 당신의 모습을 드러내십니다. 
하느님과의 만남이 곧 죽어야 하는 이유, 즉 삶의 소명을 전해 받는 시간입니다. 
 
나의 삶을 무기력하게 만들지 않기 위해 죽어야 할 이유를 찾읍시다. 
그러면 주님께서 나타나실 것입니다. 
주님을 만나면 죽어도 되는 이유를 간직하게 됩니다.  
 
그래서 그 만남만큼 소중한 것은 있을 수 없습니다. 
정말 살고 싶습니까? 
그러면 목숨을 걸 소명을 찾읍시다. 

(수원교구 전삼용 요셉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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