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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1월 3일 _ 전삼용 요셉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20-01-03 조회수 : 541

1월 3일 [주님 공현 대축일 전 금요일] 

< 내가 변했다면 믿음이 생긴 것이고 믿음이 생겼다면 성령(하느님의 사랑)을 본 것이다 > 

존은 알코올 중독자입니다.
회사 다니며 한 여자와 은밀한 관계를 맺고 있었는데 그 여자가 관계를 정리하자고 했을 때부터 스트레스를 술로 풀기 시작한 것입니다.  
 
음주 운전으로 학교에서 아이들을 태우고 집으로 돌아오는 중에 인도로 차를 몰아 정지 표지판을 들이받았습니다.
아이의 팔이 부러지고 얼굴에 부상을 입었습니다. 
 
이래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으로 알코올 중독을 전문으로 치료하는 병원을 드나들었습니다.
13개월 동안 이틀에 한 번씩 알코올 중독자 모임에 참석했고 그렇게 술을 끊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자 ‘내가 이런 술주정뱅이들이랑 어울려야 할 정도로 패배자는 아니잖아?’
라는 마음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알코올 중독에 관련된 모든 모임에서 탈퇴하였습니다. 
 
2년 동안 술을 한 잔도 마시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어머니가 암에 걸리셨고 암이 상당히 진전된 상태라는 소식을 접하고는 바로 술집으로 갔습니다.  
 
그리고 2년 뒤 아내가 집을 나갈 때까지 하루도 빠지지 않고 술을 마셨습니다.
심지어 코카인을 흡입하는 상태까지 갔습니다.
아이들을 태우러 가는 도중 또 트럭과 사고가 발생하였습니다.  
 
만약 아이들을 태우고 돌아오는 도중 그런 사고가 났다면 아이는 죽었을 것입니다.
조수석 쪽이 완전히 찌그러져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는 깨달았습니다. 
 
“나는 다시 모임에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내 뜻대로 절제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은 버리기로 했습니다.
내 삶을 결정하는 더 높은 힘이 필요함을 알았습니다.  
 
나의 약함을 인정하지 않으면 어떠한 도움도 받으려하지 않게 됩니다.
물론 아직도 저는 무신론자이지만 나보다 더 강한 존재가 있다는 것을 믿어보려 했고
그러자 효과가 있었습니다.
그 존재가 하느님인지 아니면 다른 신인지 아직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내가 그 이후로 7년 동안 술을 끊고 지내는 데 도움을 준 강력한 존재가 있다는 건 압니다.
그리고 그 존재를 공경하면서 두려워합니다.” 
 
세계에서 가장 잘 알려진 알코올 치료 재단인 AA는 ‘신’의 존재를 믿도록 유도합니다.
알코올 중독자들의 나눔에는 신과 영성이란 단어가 끊임없이 언급됩니다.
믿어야 변화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믿음을 가진 공동체에 머물러 있을 때 믿음이 약해지지 않기 때문에 결국엔 탈출이 불가능한 중독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됩니다. 
 
[참조: 「습관의 힘; 개인의 습관」, 찰스 두히그, 갤리온] 
 
 
사람이 부모처럼 두 발로 걷고 말을 할 수 있다는 것은 부모로부터 사랑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믿어야 변할 수 있는데 그 믿음은 사랑을 보아야만 생깁니다.
사랑은 믿어서 변하려는 사람에게만 보입니다.
그리고 사랑은 공동체 안에서만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사랑 자체가 혼자서는 할 수 없는 본성이기 때문입니다. 
 
자녀는 가족이라는 공동체에서 부모의 사랑을 봅니다.
그러면 자신도 부모와 같은 인간임을 믿게 되고 부모처럼 될 수 있다고 믿어 수천 번 넘어져도 두 발로 걷는 연습을 포기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본성의 변화가 일어납니다. 
 
사람이 하느님이 되는 과정도 마찬가지입니다.
하느님의 자녀가 되기 위해서는 내가 하느님이 될 수 있음을 믿게 만들 하느님의 사랑, 즉 성령을 보아야합니다.  
 
세례자 요한은 예수 그리스도 위에 머무시는 성령을 보았습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하느님의 사랑이 담긴 아버지의 선물임을 본 것입니다. 
 
저는 매일 라면만 먹으면서도 부모님의 손과 발의 굳은살을 보았습니다.
그것은 굳은살이 아니라 사랑이었습니다.
그때부터 부모님께서 주시는 것에 불만을 가질 수 없었습니다.  
 
마찬가지로 우리도 성령을 품고 있는 교회 안에서 하느님의 사랑을 발견해야 합니다.
예수님은 사랑으로 교회를 세우시고 세상에 파견하셨습니다.
당신 사랑을 믿게 하시기 위함입니다.  
 
혼자 힘으로는 절대 그리스도처럼 물 위를 걸을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질 수 없습니다.
그 믿음을 가진 베드로 위에 시작된 교회 공동체에서 성령을 받아야만 그 믿음을 유지하고 처음엔 비틀거리겠지만 언젠가는 물 위를 걷게 됩니다.
교회는 물 위를 걸으려고 시도하는 이들의 공동체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요한 세례자는 예수 그리스도를 사람들에게 알려주며 자신이 예수님을 알아보게 된 이유를 이렇게 말합니다. 
 
“나는 성령께서 비둘기처럼 하늘에서 내려오시어 저분 위에 머무르시는 것을 보았다.” 
 
존은 알코올 중독자 모임에서 처음엔 성령을 보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혼자 힘으로 술을 끊을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나중엔 그 공동체 안에 살아있는 믿음을 보았습니다.
성령의 열매가 믿음입니다. 
 
우리는 교회에서 이 믿음을 보아야합니다.
교회는 최초로 예수 그리스도처럼 물 위를 걸어보겠다고 시도한 베드로 위에 세워졌고
성체를 통하여 우리가 예수 그리스도요 하느님이 될 수 있다는 믿음을 지속적으로 제공합니다.  
 
교회에서 이 성령이 머무시는 것을 보지 못하면
진정한 삶의 변화는 기대할 수 없습니다. 

수원교구 전삼용 요셉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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