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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1월 2일 _ 전삼용 요셉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20-01-02 조회수 : 542

1월 2일 [주님 공현 대축일 전 목요일] 
  
< 무대의 주인공이 되지 말고 진행자가 되라 > 
 
1900년대 초 유럽은 정치적 긴장이 고조되던 시기였습니다. 
특히 오스트리아와 헝가리 제국 간의 문제가 심각했는데 그 원인은 그들이 다양한 국가와 인종 집단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입니다.  
 
황제 프란츠 요제프가 시대 상황이나 국민의 뜻과 담을 쌓고 50년 동안 장기 집권한 오스트리아는 제국 내 민족 간 분열이 극에 달한 상태였습니다. 
무정부주의자들은 모든 정부를 근절하겠다는 일념으로 폭탄 테러를 가했습니다. 
 
이런 변덕스럽고 불안정한 상황이 한창인 가운데 왕위 계승자 프란츠 페르디난트 대공은 
가장 위험한 지역인 사라예보를 직접 방문해 제국에 반대하는 이들의 심정을 안심시키려 했습니다.  
 
그는 위험하니 가서는 안 된다는 주위 측근들의 말을 무시하고 1914년 6월 사라예보로 떠났습니다. 
왕위 계승자로서의 자질을 보여주려 했던 것 같습니다. 
경찰들이 황태자의 안전을 위하여 도처를 지키며 철저한 준비를 하였습니다. 
그럼에도 오스트리아 대공을 태운 오픈카는 수류탄 공격을 받게 됩니다. 
다행히 수류탄은 차를 튕겨 나와 뒤따르는 차에 피해를 입혔습니다. 
 
사라예보군 사령관 포티오렉 장군은 대공에게 가능한 빨리 도시를 벗어날 것을 권유했습니다. 
이번에도 페르디난트 대공은 수류탄 폭발로 다친 사람들을 먼저 만나야겠다며 고집을 부렸습니다.  
 
그런데 병원으로 향하는 길에는 잠시 전에 차가 너무 빨라 페르디난트 대공을 공격하지 못하고 
철수하던 한 테러리스트를 만나게 됩니다. 
그는 이미 가지고 있던 장전된 총으로 페르디난트 대공의 심장을, 소피아 부인의 복부를 맞췄습니다. 
 
대공 부부는 결국 사망하였고 며칠 후, 이 사건을 이유로 오스트리아 군대가 사라예보를 침공하였습니다. 
사라예보를 지원하기 위해 러시아가 나섰고 오스트리아는 독일에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독일은 러시아와 싸우면서도 자신들의 독립을 방해했던 프랑스도 함께 공격하였습니다. 
프랑스로 가는 길목인 벨기에도 공격했습니다. 
그러자 벨기에와 상호방위조약을 맺었던 영국도 독일에 선전포고를 단행했습니다. 
그렇게 제1차 세계대전이 시작되었습니다.  
 
역사의 주인공이 되고자 했던 페르디난트 대공은 2주 뒤 유럽 전역이 전쟁의 화마로 
몸살을 치르게 만드는 계기를 만들었고 그렇게 시작된 제1차 세계대전으로 수백만 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제1차 세계대전 발발이 페르디난트 대공의 책임이라고 하기는 무리가 있습니다. 
다만 싸울 기회를 노리고 있었던 분위기에 시작종을 울려준 것은 확실합니다.  
 
만약 대공이 조금만 신중했더라면 역사가 어떻게 되었을지는 아무도 모를 일입니다. 
가끔은 우리가 역사의 주인공이 되려고 하다가 역사적인 큰 비극의 시발점이 되기도 합니다. 
 
저도 기도를 충분히 하지 못한 날은 저도 모르게 제 힘으로 살아보려 합니다. 
실수를 한 것을 깨닫고 나서야 내가 주인공으로 살고 있었음을 알게 됩니다.  
 
역사의 주인공은 누구일까요? 하느님이십니다. 
그러니 우리는 내가 아니라 하느님을 역사의 주인이 되게 해야 합니다. 
내가 사라져야 하느님의 역사가 시작됩니다. 
그러려면 나는 작아지고 그분은 항상 커지시게 하려는 마음으로 살아야합니다. 
그런 삶을 모범적으로 살았던 인물이 ‘세례자 요한’입니다. 
 
세례자 요한은 구약에서 신약으로 넘어오는 역사의 한 축을 담당한 인물이었습니다. 
그러나 그의 역사의식은 일관되게 “내가 아니다.”였습니다.  
 
유다인들이 “당신은 누구요?”라고 물을 때, “나는 그리스도가 아니다.”라고 말합니다. 
누구냐고 물었는데 아니라고 대답하는 것입니다.  
 
그는 다만 “나는 이사야 예언자가 말한 대로 ‘너희는 주님의 길을 곧게 내어라.’ 하고 광야에서 외치는 이의 소리다.”라고 함으로써 자신은 그리스도께서 이루실 역사를 위해 준비하는 역할만 한다고 말합니다.  
 
이는 마치 무대의 주인공이 아닌 무대에서 주인공을 소개하기 위한 소개멘트를 하는 
진행자의 입장이라고 말하는 것과 같습니다.
세상에서 예수 그리스도를 소개하기 위해 진행하는 사람만큼 큰 사람은 없습니다. 
인간으로 아무리 큰 역사를 이루어내더라도 하느님 역사의 가장 작은 부분만 못합니다.  
 
자신을 가치 있는 역사로 만들어주시는 주님께 우리 모두도 “내 뒤에 오시는 분이신데, 나는 그분의 신발 끈을 풀어 드리기에도 합당하지 않다.” 고 말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내 등 뒤의 그리스도를 소개하는 마음으로 살아야겠습니다. 
 
며칠 전에 백종원씨가 SBS 연예대상에서 공로상을 받은 것을 보았습니다. 
‘골목식당’ 때문입니다. 
골목식당의 모든 스텝은 백종원씨를 내세워 좋은 성과를 내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잘 섭외하는 것도 실력입니다.  
 
우리는 항상 등 뒤에 예수 그리스도를 섭외하여 그분이 역사를 이루어 가시도록 합시다. 
그러면 내가 무언가를 해야 하는 부담도 사라지고 그분께서 이루신 역사에 같은 영광을 받게 될 것입니다.  
 
주님, 저희가 매일매일 작아지게 하시고 당신은 저희를 통해 매일매일 더 커지게 역사하소서. 

(수원교구 전삼용 요셉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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