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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12월 31일 _ 전삼용 요셉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9-12-31 조회수 : 471

12월 31일 [성탄 팔일 축제 제7일]
 
<​ 행동을 바꾸려하지 말고 자기에 대한 믿음을 바꾸려 노력하라 >
 
오래 전 영화 ‘워털루 브리지’에서 비비안 리는 전쟁에 나간 남편 로버트 테일러의 이름이 전사자 명단 속에 있는 것을 발견합니다.
사실 남편은 전사한 것이 아니었고, 신문의 보도는 잘못된 것이었습니다.
그런데도 비비안 리는 ‘다시’ 길거리에서 웃음을 파는 불행한 직업을 택하게 됩니다. 
 
‘다시’라고 말한 이유는 그녀가 결혼하기 전부터 춤추는 직업을 가졌었기 때문입니다.
이것 때문에 시어머니는 항상 며느리를 달갑지 않게 생각했습니다.
시어머니는 춤추는 직업을 가졌던 비비안 리와 명문가의 자손인 자신의 아들과의 결합은
처음부터 어울리지 않는다고 믿고 있었습니다. 
 
꿈에도 그리던 아내를 만나려는 희망에 부풀어 집으로 돌아오는 로버트 테일러의 가슴에는
아직도 아내를 향한 순수한 사랑이 불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다시 자신의 몸을 더럽혔던 비비안 리는 그것이 부끄러워 스스로 목숨을 끊고 맙니다. 
 
행동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요?
행동은 믿음에서 나옵니다.
누군가 불 속에 갇힌 아이를 구하기 위해 불속으로 뛰어든다면 그 아이의 부모일 가능성이 큽니다.
그런 행동을 하는 이유는 사랑해야 하는지 알아서가 아니라 그냥 아버지이고 어머니이기 때문입니다.
각자가 자기 자신이 누구냐는 믿음에 따라 행동하며 살아가는 것입니다. 
 
비비안 리는 남편의 사랑이 아니라 시어머니의 생각을 더 받아들이고 있었습니다.
비비안 리는 결혼해서도 자신은 웃음을 파는 여자라는 생각을 지니고 있었던 것입니다. 
 
행위는 안다고 나오지 않습니다.
사랑해야 한다고 하루에 수천 번 되뇌어도 사람을 미워할 수 있습니다.
알아야 행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되어야 행할 수 있습니다.  
 
로버트 테일러라는 아내의 정체성을 명확히 가졌다면 남편이 죽었더라도 다시 몸을 파는 일로 되돌아가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영국군이 전쟁에 참패를 당하여 거의 전멸되고 말았습니다.
간신히 살아남은 몇몇의 병사들이 모두 숲속으로 도망쳤는데, 그중 ‘부수’ 장군도 함께 끼어 동굴 속으로 숨었습니다.  
 
그러나 전쟁에 참패한 것이 수치스러워 그는 칼을 빼어 자살하려고 했습니다.
그때 동굴 어귀에서 거미가 거미줄을 치려고 애쓰는 것이 눈에 들어 왔습니다.
그 거미는 바람으로 인해 6번을 연거푸 실패 했으나 7번째에 가서 성공했습니다.  
 
이것을 지켜본 부수장군은 무언가 깨달은 듯 벌떡 일어나서는 “난 겨우 한 번 실패했을 뿐이다!”라고 외쳤습니다.
그리고 다시 그는 전쟁터에 나가 대승리를 거두었습니다. 
 
자신이 군인이라는 정체성을 망각하면 한 번 실패해도 자살이라는 행동을 선택하게 됩니다.
반면 거미는 거미줄 치는 것을 절대 포기하지 않습니다.
거미니까 그렇습니다.
거미가 거미줄 치는 것을 포기할 때는 더 이상 거미가 아니게 됩니다.  
 
우리가 하느님의 행동을 하려면 내가 하느님이라고 믿으면 됩니다.
우리도 하느님의 자녀가 될 수 있음을 알게 해 주시기 위해 예수님께서 빛으로 오셨습니다. 
 
예수님은 당신처럼 모든 인간이 하느님의 자녀가 되는 특권을 받았다고 말씀하십니다.
우리는 “하느님에게서 난 사람들”입니다.
개에게서 태어났으면 개이고 사람에게서 태어났으면 사람이며 하느님에게서 난 사람들은 하느님입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아직 “나는 하느님입니다.”라고 고백하기를 주저합니다.
다른 이들이 교만하다고 여길 것 같기 때문입니다. 
 
성모 마리아께서 예수님을 잉태하셨을 때 “나는 하느님입니다.”라고 말하면 교만한 것일까요?
당신 태중에 하느님을 모시고 계신 분이 오히려 “저는 그냥 하찮은 인간입니다.”
라고 말하는 것이 교만입니다.
당신 안에 계신 하느님을 하찮은 인간으로 만들어버렸기 때문입니다. 
 
성체가 하느님이라면 그 성체를 영하는 사람도 하느님입니다.
성체를 영할 때마다 하느님과 한 몸이 되었기 때문에 자신도 하느님이 되었음을 되새겨야 합니다.
자신이 하느님이라 믿기만 한다면 그 사람이 하는 모든 행동은 하느님이 하시는 행동이 됩니다.  
 
자주 “나는 하느님입니다!”를 고백합시다.
조금씩 저급한 행위가 사라지는 것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수원교구 전삼용 요셉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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