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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12월 29일 _ 전삼용 요셉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9-12-29 조회수 : 732

12월 29일 [성가정 대축일]
 
< 누구와 싸워야 하는지 모를 때 가정은 파괴된다 > 
 
‘희망기도’로 유명한 대구교구 최봉도 신부님이 본당 사목하실 때 한 자매가 울면서 신부님을 찾아와 정말 하느님이 계시기나 한 것이냐고 따졌다고 합니다. 
이야기를 들어본 즉 이렇습니다.  
 
식구가 4명인데 월세로 한 방에서 산다는 것입니다. 
남편은 알코올중독이라 일도 나가지 않고 술만 마시고, 큰 딸은 결핵에 걸렸지만 돈이 없어서 병원에 데려가지 못하여 집에 있고, 작은 딸은 가출해서 소식도 없는데, 이번엔 자신이 다니는 직장이 부도가 나 그 자매까지 직장을 잃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월세를 내지 못해서 쫓겨날 판이고 이제 모든 식구가 길에 나앉게 되었다고 
하소연하는 것이었습니다. 
 
최봉도 신부님은 그 자매에게 그러면 일주일간 속는 셈 치고 ‘감사기도’를 드리라고 하였습니다. 
남편이 알코올중독인 것도, 딸이 하나는 결핵으로 죽어가고, 또 하나는 가출하여 집에 없는 것도, 또 자신이 직장을 잃게 된 것도 
다 하느님의 은총이니 감사의 기도를 드리라고 하였답니다.  
 
그 자매는 불난데 기름 붓느냐며 화를 내고 문을 쾅 닫고 나가버렸습니다.
그런데 일주일 뒤 그자매가 환한 얼굴로 신부님께 감사의 인사를 드리러 찾아왔습니다. 
신부님께 화를 내고 집에 돌아가서는 할 것이 없더랍니다.  
 
그래서 한풀이를 할 겸 하루 종일 방에서 큰 소리로, “남편이 알코올중독이라 감사합니다. 
내 딸이 결핵에 걸려 감사합니다. 
막내가 가출을 해서 감사합니다. 
제가 직장을 잃어서 감사합니다.”
라며 계속 부르짖었다고 합니다.  
 
그 다음 날도 목이 쉬어서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지만 속으로 감사의 기도를 드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본당 빈첸시오회에서 오더니 오스트리아 선교사 하 마리아가 운영하는 
결핵요양소에서 딸을 무료로 받아주겠다는 소식을 전해왔습니다. 
그러니 진짜 감사의 기도가 나오더랍니다.  
 
그런데 그 다음 날 문 밖에서 “엄마!”하는 작은 딸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집에 돌아온 것입니다. 
정말 감사의 기도가 나왔습니다.  
 
그런데 그 다음 날 남편이 생전 처음으로 술을 안마시고 들어왔다고 합니다. 
그동안 미안했다고 하며 아예 술을 끊었고 아파트 경비원으로 취직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어서 그 자매도 옆에 병원이 새로 생겨서 거기에 주방근무자로 취직이 된 것입니다. 
이 모든 것이 일주일 안에 일어났다고 합니다. 
 
만약 내가 마귀라면 교회를 먼저 파괴할까, 가정을 먼저 파괴할까를 생각해보았습니다. 
내가 마귀라면 두 번 생각할 것도 없이 가정을 먼저 파괴하겠습니다. 
가정이 파괴되면 교회는 자연히 붕괴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어떻게 가정을 파괴할까를 생각해봅니다. 
서로서로 미워하게 만들면 됩니다.  
 
어떻게 하면 미워하게 만들 수 있을까요? 
어려운 일이 닥치게 하면 됩니다.  
 
그 두려움 때문에 상대의 탓을 하게 되면 가정은 자연적으로 붕괴됩니다. 
아이는 못생겨서 결혼 못하게 되면 어떻게 하느냐고 부모 탓을 하게 만들고 아내는 돈을 못 버는 남편 탓을 하게 만들며 남편은 바가지만 긁는 아내 탓을 하게 하면 됩니다. 
이 모든 것은 걱정과 두려움을 줌으로써 해결됩니다. 
 
집안의 걱정과 두려움이 있고 그것 때문에 서로 싸움을 하게 된다면 
그것은 싸움의 상대를 잘못 고른 것입니다. 
마귀와 싸워야하는 것을 모르고 마귀에게 이용당하고 있는 것입니다.  
 
가정이 파괴되는 이유는 이렇게 누구와 싸워야 하는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오늘 복음에 ‘성가정’이 나옵니다. 
성가정을 파괴하려는 마귀도 등장합니다. 
여기서는 헤로데 왕입니다. 
자신이 왕을 하고 싶어서 예수님을 죽이고 싶어 합니다. 
이 두려운 상황에 요셉이 이집트로 피신하자고 말합니다. 
천사가 알려주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성모 마리아는 두말도 하지 않고 요셉의 말을 따릅니다. 
하느님의 뜻이라 믿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다른 아기들은 다 죽었지만 성가정은 그 어려운 상황에서도 평화로울 수 있었습니다. 
이분들이 성가정을 이룰 수 있었던 이유는 두려움을 어떻게 극복하는지 알았기 때문입니다. 
 
어차피 가정을 파괴하려는 헤로데, 즉 마귀는 눈에 보이지 않습니다. 
찾을 필요도 없습니다. 
다만 그것들이 주는 두려움을 극복하는 법을 알아야합니다.  
 
두려움을 극복하는 법은 다른 것이 없고 
하느님의 말씀에 순종하는 것입니다.  
 
성가정은 순종하는 가족입니다. 
순종하려면 어떻게 해야겠습니까? 
하느님 뜻을 알기 위해 기도해야합니다.
부산교구 허성 야고보 원로 신부님이 법원 옆에 있는 부산의 모 성당에서 본당신부를 하고 계실 때의 일입니다.  
 
마침 이혼하기 위해 법원에 온 부부가 법원이 점심시간이 된 터라 갈 곳이 없어 
성당을 배회하고 있었습니다. 
둘 다 신앙인이어서 성당에 잠깐 앉아 있다가 기도가 되지 않아 다시 나왔습니다. 
 
신부님은 그들을 보고 무엇 때문에 이혼을 하려고 하느냐고 물었습니다. 
남편이 먼저 “이 사람은 제가 무슨 일만 하려고만 하면 반대를 합니다.”라고 합니다. 
그랬더니 자매가 “당신이 잘했어봐라. 내가 반대하나?”라고 하며 언성이 높아집니다.  
 
신부님은 “아니, 싸우다가도 어른이 오시면 싸움을 멈추는 법인데 신부님 앞에서 이게 뭐 하는 것입니까?”라고 호통을 치셨습니다. 
그들은 용서를 청했고 신부님은 그러면 보속으로 두 시간 동안 함께 성체조배를 하라고 했습니다. 
 
두 시간 뒤 두 사람이 눈물이 범벅이 되어 사제관 초인종을 눌렀습니다. 
두 시간 동안 성체 앞에 있다 보니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서로가 잘못했다고 뉘우치고 용서를 청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들은 신부님이 보는 앞에서 이혼서류를 찢어버렸고, 신부님은 바로 혼인갱신 예식을 해 주었습니다.
기도의 목적이 무엇일까요? 
집안이 잘 되는 것일까요? 
남편이 승진하고 자녀가 성공하는 것일까요?  
 
기도를 통해 오시는 분은 ‘성령’이십니다. 
성령은 사랑이시고 사랑은 일치시킵니다. 
그러니 기도하면 하나가 되는 것입니다. 
 
기도하지 않고 순종이 가능할까요? 
하느님의 천사가 요셉의 꿈에 나타나지 않았다면 요셉은 아들을 잃게 되었을 테고 
그러면 부부간의 사랑도 그렇게 끝나버렸을 것입니다.  
 
요셉은 항상 하느님의 뜻을 찾는 사람이었습니다. 
가장으로서 하느님께 순종해야 가정을 잘 이끌어 갈 수 있음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성모 마리아는 영성으로는 요셉이 자신보다 못하지만 가장이라는 것 하나만으로 요셉에게 순종할 줄 아는 분이셨습니다. 
물론 예수님은 부모에게 순종하며 지냈습니다. 
 
이 순종은 기도 없이는 실천이 불가능합니다. 
기도하면 하느님의 뜻에 순종하는 사람이 됩니다. 
부부가 함께 두 시간만 기도해도 수십 년 동안 말로 풀어도 안 되는 것이 해결됩니다.  
 
순종하기 위해 기도한다면 사탄이 가정을 파괴하기 위해 주는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고 가정 안에 하느님께서 머무시게 됩니다. 
누구와 싸워야 할 줄 아는 사람은 기도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느님만이 사탄의 두려움을 이길 힘을 주십니다. 
함께 기도하지 않으며 가정이 화목하기를 바라는 것은 바람에 날리는 모래가 뭉쳐서 
스마트폰이 만들어지기를 기대하는 것과 같습니다. 
 
(수원교구 전삼용 요셉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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