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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12월 26일 _ 전삼용 요셉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9-12-26 조회수 : 670

12월 26일 [성 스테파노 첫 순교자 축일] 
 
사도행전 6,8-10; 7,54-59
마태오 10,17-22 
 
< 공연하듯 말하라 >

제가 가장 눈물을 많이 흘려본 영화는 ‘에비타’(1996)입니다.
에비타는 아르헨티나의 영부인이었던 에바 페론의 별명입니다.
뮤지컬을 영화화 한 것인데 주인공은 마돈나였습니다. 
 
에비타는 창녀와 같은 삶을 살다가 우여곡절 끝에 영부인이 되어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봉사하고 신앙생활도 열심히 하다 생을 마쳤습니다.  
 
그때 제가 신학교에 들어가기로 결심한 때였기 때문에 약간은 불안하던 시기였는데 앞으로의 나의 미래가 될 것 같기도 해서 많이 울었던 것 같습니다. 
 
사생활이 약간은 문란한 것으로 알려졌던 마돈나가 아르헨티나에서는 거의 성녀처럼
추앙받는 영부인의 역할을 한다는 것은 좀 안 어울려보였습니다.
그러나 영화를 보는 내내 그녀의 연기와 노래에 홀딱 빠져서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마돈나의 영화를 보며 그렇게 감동받을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만약 마돈나가 자신의 말과 행동으로 저에게 영향을 주려고 했다면 저는 ‘너나 잘 하세요!’라고 말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마돈나는 좋은 대본으로 공연을 했기 때문에 많은 사람에게 감동을 주었습니다.
적어도 그 공연을 하는 때는 마돈나가 사라지고 에비타가 살아난 것과 같았습니다. 
 
사람은 자신의 말로는 누구를 감동시킬 수 없습니다.
그저 잔소리가 될 뿐입니다.
그러나 좋은 대본으로 공연하듯 살면 큰 감동을 주는 사람이 될 수도 있습니다.  
 
예수님은 아버지께서 주시는 대본으로 공연하듯 사신 분입니다.
그 대본이 곧 성령이십니다.
그리고 우리도 그렇게 살도록 초대하십니다. 
 
하느님께서는 분명 우리 안에서 활동하십니다.
예수님께서는 박해당할 때 걱정하지 말라고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사람들이 너희를 넘길 때, 어떻게 말할까, 무엇을 말할까 걱정하지 마라.
너희가 무엇을 말해야 할지, 그때에 너희에게 일러 주실 것이다.
사실 말하는 이는 너희가 아니라 너희 안에서 말씀하시는 아버지의 영이시다.” 
 
그런데 성령께서 누구나를 통해 말씀하시는 것은 아닙니다.
오늘 기념하는 스테파노 성인처럼 자신을 온전히 주님께 봉헌한 이를 통해 말씀하십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모든 말씀은 아버지의 말씀이었습니다.
당신을 온전히 봉헌했기에 당신 목소리가 사라진 것입니다.
스테파노는 성령으로 가득 차 자신을 고발하는 이들 앞에서 이렇게 소리칩니다. 
 
“보십시오, 하늘이 열려 있고 사람의 아들이 하느님 오른쪽에 서 계신 것이 보입니다.” 
 
이 말을 듣고 있던 이들이 모두 예수 그리스도를 미워하는 이들이었기 때문에 스테파노는 그들에게 이끌려 돌에 맞아 순교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렇듯 그리스도를 증언하기 위해 죽임을 당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을 통해
성령께서 말씀하십니다.
그리고 그의 삶은 명작이 되어 하늘나라에 걸리게 됩니다. 
 
이 세상을 그리스도를 증언하기 위해 성령에 이끌려 연극과 같은 공연을 한다고 생각하며 살아봅시다.
연극이 끝나는 때는 죽음입니다.  
 
그러나 죽음 뒤에 그 연극 공연을 잘 한 사람은 상을 받게 됩니다.
당신의 극본대로 잘 해 주었기 때문입니다.  
 
세상은 하느님 사랑을 증명하기 위해 대사를 대신 읽어주는 공연장입니다.
공연하는 마음으로 산다면 내가 하는 대사를 통해 내가 배우고 더 믿게 될 것입니다.  
 
마돈나도 공연하며 에비타의 삶을 배웠을 것입니다.
공연하듯 말해보십시오.
그러면 자신의 대사를 통해 자신이 배우게 될 것입니다.  
 
말의 진정성은 자신의 생각으로 말할 때 생기지 않습니다.
자신이 받은 메시지대로 말할 때 말의 진정성이 생깁니다.  
 
내가 개입된 말이 진정성 없는 말입니다.
우리 인생을 성령께서 이끄시는 대로 좋은 공연으로 만들어봅시다. 

(수원교구 전삼용 요셉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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