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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12월 13일 _ 전삼용 요셉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9-12-13 조회수 : 612

12월 13일 [대림 제2주간 금요일] 
 
이사야 48,17-19
마태오 11,16-19 
 
< 냄새는 못 속인다 > 

저는 군생활을 수송부에서 했습니다.
운전병이었습니다.  
 
예전에는 갓 자대로 들어온 신병들에게 선임 서열을 외우게 했습니다.
운전병은 선임들이 운전병인지 정비병인지, 운전병이면 몇 호를 운전하는지까지 외워야했습니다.  
 
그렇다고 그 서열을 외울 시간을 주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서열이 적힌 쪽지를 들고 화장실에 가서 외워야했습니다.
저녁때면 무서운 일병 주임이 시험을 보기 때문에 긴장하며 외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당시 화장실은 수세식이 아니었기 때문에 열심히 외우고 돌아오면 선임들은 코를 막았습니다.
선임들은 뭐 했는지 물어보지 않아도 제가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왔는지 냄새로 다 알 수 있었던 것입니다.
다른 것은 다 속여도 냄새는 속일 수 없습니다. 
 
사람은 속이려 해도 속일 수 없는 것이 세 가지가 있다고 합니다.
감기와 가난과 사랑이라고 합니다.  
 
꼭 그것만 있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한국말을 쓰는데 미국 사람이라 여길 사람이 없는 것처럼 언어와 몸에 배인 습관 등은 어디서 자랐고 누구에게 자랐는지 알게 만듭니다.  
 
네 발로 걷고 짐승처럼 행동하는데도 사람에게 키워졌다고 믿을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생선 포장용 종이에서 꽃향기가 날 수는 없습니다.
냄새는 결코 속일 수 없습니다.  
 
어떤 사람의 성격은 그 행동에서 반드시 나타나게 되어 있습니다.
이렇듯 인간은 보지 않아도 그 사람이 어디에서 무엇을 하다 온 사람인지 냄새만 맡아도 다 알 수 있는 능력을 지녔습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세상 사람과 하늘에서 온 분을 구분하지 못합니다.
왜 그럴까요? 두렵기 때문입니다.
자신이 변하게 될까봐 두려워하는 것입니다.
못 알아보아서가 아니라 알아보기 싫어서입니다. 
 
인간에게 참 아버지를 알려주시기 위해 하늘에서 파견된 분이 예수 그리스도이십니다.
또 예수 그리스도를 알아볼 수 있게 하기 위해 파견된 사람이 세례자 요한입니다.
세례자 요한은 목청이 터져라 그리스도를 증언했습니다.
물론 사람들은 알아들으려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 세례자 요한의 증언을 두고 이렇게 한탄하십니다.
“우리가 피리를 불어 주어도 너희는 춤추지 않고 우리가 곡을 하여도 너희는 가슴을 치지 않았다.” 
 
그리고 알아보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알아보려하지 않는 그들의 마음을 보시고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사실 요한이 와서 먹지도 않고 마시지도 않자, ‘저자는 마귀가 들렸다.’ 하고 말한다.
그런데 사람의 아들이 와서 먹고 마시자, ‘보라, 저자는 먹보요 술꾼이며 세리와 죄인들의 친구다.’ 하고 말한다.” 
 
그들은 이래도 저래도 핑계를 대며 받아들이려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 증언을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책임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꽃을 싼 종이는 꽃 향기가 나고 생선을 쌌던 종이는 생선 냄새가 나기 때문입니다.  
 
하늘에서 오신 분은 인간 세상에서는 발견할 수 없는 사랑의 향기가 나기 때문에 증언이 없더라도 못 알아볼 수 없습니다.
냄새는 속일 수 없는 것입니다. 
 
하느님의 냄새는 사랑입니다. 사랑은 향기라고 해야 좋을 것입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에 달리신 그 큰 사랑을 보고 사람도 그렇게 할 수 있다고 여길 수는 없습니다.  
 
어떤 사람도 타인의 죄를 자신의 탓이라 여기고 대신 죽음을 당하지 않습니다.
온 인류의 죄를 자신의 탓으로 여기며 그 모든 고통을 자신이 대신 받겠다고 할 사람은
결코 없습니다.  
 
심지어 가진 모든 것을 내어주고 싶어 피 한 방울까지도 다 쏟아주는 사랑을 보여주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십자가를 통한 사랑의 향기는 하느님만이 풍기실 수 있습니다. 
 
이에 예수님께서는 “지혜가 옳다는 것은 그 지혜가 이룬 일로 드러났다.” 라고 하시는 것입니다.
그리스도께서 하신 일을 보면서도 그분이 어디서 오셨는지 믿지 않는 것은 그냥 믿기 싫기 때문일 수밖에 없습니다.  
 
피리를 불어도 춤추지 않는 것은 음악이 없어서가 아니라 춤추기 싫어서이고, 곡을 하여도 울지 않는 것은 전혀 슬프지 않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냄새를 먼저 맡아봅시다.
저는 저 자신을 이기기 위해 몇 년 동안 매일 한 끼만 먹으며 4시간만 잤습니다.
그렇게 살이 20kg이상 빠졌던 적이 있습니다.
그때 깨달았습니다. 
 
‘아! 나는 나를 이길 수 없구나.’ 
 
그때의 이 깨달음은 그리스도를 알아보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습니다.
그리스도만이 자신을 이기신 분이시기 때문입니다.  
 
내 힘으로 내 자신을 이길 수 없는 것이 나의 냄새입니다.
나의 냄새가 인간의 냄새였습니다.
인간의 냄새를 알게 되니 하늘의 냄새를 구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는 인간이시지만 하늘의 냄새를 풍기는 분이셨습니다.
그분께서 하신 일을 보고 그분이 하늘에서 내려오셨음을 믿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예수님에게는 이 지상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하늘나라의 향기가 납니다. 

(수원교구 전삼용 요셉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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