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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12월 8일 _ 전삼용 요셉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9-12-08 조회수 : 560

12월 8일 [대림 제2주일] 
 
이사야 11,1-10
로마 15,4-9
마태오 3,1-12 
 
<​ 싸우기 시작하면 무기가 보인다 > 
 
고등학교 때 일진인 아이가 교실에서 저의 친구를 때리는 것을 보았습니다. 
저도 모르게 그 친구에게 달려 나갔습니다. 
일진은 제가 다가오는 것을 보고 놀라서 넘어졌습니다. 
그것이 창피했던지 저의 얼굴을 주먹으로 쳤습니다.  
 
희한하게 저는 하나도 아프지 않았고 싸움도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멀거니 서 있는데 그 아이는 주먹으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는지 교실 뒤로 가서 마대를 부러뜨려 크게 휘두르며 다가왔습니다. 
그러나 반 아이들이 말려서 제가 서 있는 곳까지 오지는 못하고 싸움은 그렇게 끝나고 말았습니다. 
 
싸움을 할 때 맨주먹으로 안 될 것 같으면 무기를 찾습니다. 
컴퓨터 게임을 하다보면 어떤 것은 상황에 따라 무기를 주워가며 싸워나가는 것이 있습니다. 
싸우려 하니까 무기가 보이는 것입니다. 
아니 싸워야하는데 자신이 약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무기를 찾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세상에 주러 오신 것이 무엇일까요? 
무기입니다. 죄와 싸울 무기입니다. 
죄 때문에 천국에서 쫓겨났다면 그 죄와 싸워 이겨야 다시 그 나라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그런데 죄는 우리 힘으로는 이길 수 없습니다. 
하느님께 죄를 이길 수 있는 무기를 청해야합니다.
하느님께 무기를 청하는 시간을 ‘기도’라 하고 그 기도로 오는 무기를 ‘성령’이라 합니다. 
그리고 이 싸움을 할 장소를 ‘광야’라 합니다.  
 
그런데 인간이 죄와 싸울 마음이 없다면 하느님께서 무기를 가지고 인간을 만나러 오셔도 인간은 그분께 관심을 가지지 않게 됩니다.  
 
그래서 우선 하느님께서 오시기 전에 죄와 싸우게 만들 선지자를 먼저 보내셨습니다. 
그 사람이 바로 사람들을 광야로 나오라고 외쳤던 ‘요한 세례자’입니다. 
세례자 요한을 만나면 누구든 싸움을 시작해야합니다. 
 
이렇게 요한 세례자는 우리가 죄와 싸울 필요가 있다는 것을 알려주러 왔습니다. 
그 이전에는 죄를 자신의 탓으로 여기지 않고 환경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자포자기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구원자가 오셔도 아무 소용없습니다. 
싸울 마음이 없는 사람이라면 무기를 주려는 사람에게 관심이 있을 리 없습니다. 
 
1300년대 중반 유럽에 흑사병이 창궐하여 유럽 인구의 절반이 사라졌습니다. 
가톨릭교회는 이런 사태 때 무언가 대책을 내어놓아야 했습니다.  
 
그런데 자기성찰은 둘째 치고 그 원인을 ‘고양이’에게 돌렸습니다. 
교황 그레고리오 9세는 고양이를 악마로 취급하여 고양이를 없애야 흑사병이 잦아들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렇게 유럽에서 고양이는 자취를 감추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전염병이 잦아들기는커녕 더욱 빠르게 확산되었습니다. 
고양이를 다 잡아 죽이니 쥐의 개체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했기 때문입니다. 
쥐는 더 구석구석까지 병을 퍼뜨렸습니다. 
 
우리의 죄도 마찬가지입니다. 
환경 탓이나 남 탓을 할 때는 메시아를 알아볼 수 없게 됩니다. 
그러면 죄에서 결코 헤어 나올 수 없게 됩니다. 
먼저 죄를 자신의 탓으로 여기고 그 죄와 싸우고 싶어 하는 사람들만이 성령의 무기를 주시는 분을 알아볼 수 있습니다. 
 
또 어떤 이들은 자신들의 힘만으로 죄를 이길 수 있다고 가르치고 있었습니다. 
이 사람들이 제일 사악한 인간들이었습니다. 
바리사이-율법학자들이었습니다.  
 
자신의 힘으로 죄를 이길 수 있다면 굳이 성령의 무기가 필요 없습니다. 
그렇게 예수님 구원을 무의미하게 만드는 인간들이었습니다. 
그들이 자신에게 세례를 받으러 오는 것을 보고 요한은 이렇게 야단을 칩니다. 
 
“독사의 자식들아, 다가오는 진노를 피하라고 누가 너희에게 일러 주더냐? 
회개에 합당한 열매를 맺어라.” 
 
회개에 합당한 열매란 인간의 힘으로 죄를 이길 수 없음을 깨닫고 성령을 청하는 기도를 시작하는 것입니다.  
 
죄를 이기기 위해 기도를 시작했다면 회개를 한 것입니다. 
회개를 한 사람만 그리스도를 알아볼 수 있습니다. 
 
회개를 했다면 반드시 자기 죄와 싸우기 위해 성령을 청하고 있을 것입니다. 
성령은 그리스도를 통하여 오기 때문에 그런 사람은 그리스도께서 나타나셨을 때 그냥 지나치게 내버려두지 않을 것입니다.  
 
죄와의 싸움을 시작한 사람만이 우리에게 다가오시는 예수님을 알아볼 수 있습니다.
그러니 회개해야 복음을 믿을 수 있는 것입니다. 
 
(수원교구 전삼용 요셉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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