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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11월 30일 _ 전삼용 요셉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9-11-30 조회수 : 590

11월 30일 [성 안드레아 사도 축일] 
 
로마 10,9-18
마태오 4,18-22 
 
<​ 호랑이는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제자를 남긴다 > 
 
역사상 ‘대’(The Great)라는 수식어가 붙는 왕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세종대왕 정도 되어야 대왕이라 칭합니다.  
 
전 세계적으로 대왕이란 수식어가 붙은 가장 유명한 왕 중의 하나는 ‘알렉산더 대왕’입니다. 
로마제국을 일으킨 율리우스 카이사르조차도 알렉산더 동상 앞에서 눈물을 흘리며 위대한 지도자의 이른 죽음을 슬퍼하고 그 업적을 기릴 정도였습니다. 
 
알렉산더는 명문학교를 졸업하여 전투하는 법과 지도자로서의 역할을 철저히 배운 인물입니다. 
알렉산더의 가장 위대한 스승은 당대 최고의 철학자인 아리스토텔레스였습니다.  
 
그는 “아버지는 나에게 생명을 주셨고, 스승님은 나에게 살아가는 법을 알려주셨다.” 라고 할 정도로 스승을 사랑했습니다. 
 
알렉산더가 18세 되던 해에 많지 않은 기마대를 이끌고 자기보다 수적 우위에 있는 
테베 동맹군들을 전멸시켰습니다. 
이후 페르시아와 이집트까지 점령하고 인도를 향해 나아가는 중에 병을 얻어 젊은 나이에 죽게 되었습니다.  
 
그의 신하들은 걱정에 싸이게 되었습니다. 
세계를 정복하다시피 한 알렉산더가 죽게 되면 그 큰 제국은 누가 다스려야할까요? 
 
신하들은 귀를 바짝 갖다 대고 알렉산더에게 물었습니다.
“누구에게 제국을 맡기시려 하십니까?” 
 
알렉산더는 유언으로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습니다.
“가장 강한 자에게 나의 제국을 맡기노라.” 
 
하지만 서로 자신이 가장 강한자라 주장했기 때문에 그의 제국은 12년 만에 20명 이상의 통치자들에 의해 갈기갈기 찢겨나갔습니다. 
역사학자들은 그가 강력한 후계자를 키워 단일정부를 유지했다면 유럽과 아시아를 아우르는 그리스제국은 500년 이상 존속됐을 것이라고 평합니다. 
 
알렉산더가 33세의 나이로 사망했기 때문에 
후계자를 물색할 생각조차 하지 못했을 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 이유 때문에 그의 제국은 단시간에 허물어지고 말았습니다.  
 
아무리 대왕이라고 하더라도 그 업적을 이어줄 후계자까지 정해놓지 못한다면 대왕으로서 완벽하지는 못한 것입니다. 
[참조: ‘세계사를 바꾼 49가지 실수; 후계자를 남기지 않은 리더의 몰락’, 빌 포셋, 생각정거장] 
 
예수님은 30세에 복음전파를 시작하셨고 역시 33세에 돌아가셨습니다. 
그런데 그분이 돌아가실 때 이미 당신의 교회가 굳건히 세워져있었습니다. 
아무리 박해가 심해도 교회는 전 세계를 정복하였고 지금까지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은 항상 베드로의 후계자인 ‘교황’이 차지합니다.  
 
예수님은 왕 중의 왕으로서 당신 왕국을 세우시기 위해 가장 먼저 당신의 후계자들부터 선택하시고 교육하시고 그들을 위해 피를 흘리셨습니다. 
 
예수님의 첫 제자 둘은 예수님께서 세례를 받으실 때 세례자 요한의 증언을 듣고 따라온 
이들이었습니다. 그리고 오늘 복음에서는 그 두 제자들의 형제들을 부르십니다.  
 
여기에 오늘 축일을 맞는 안드레아의 형 베드로도 있습니다. 
예수님은 당신께 오는 사람들의 가까운 사람들로부터 당신 제자들을 구성하셨습니다. 
이미 그들은 가족과 일로 하나로 묶여있고 어부들이었기 때문에 큰 노력 없이도 단합이 잘 되고 가르치는 대로 받아들이는 이들이었습니다. 
 
예수님께서 특별히 세 사도들을 사랑하셨는데 
요한과 그의 형 야고보와 안드레아의 형 베드로였습니다.  
 
오늘 뽑으신 어부 네 명이 사도들의 주축이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예수님은 당신의 사촌들인 야고보와 유다까지도 제자로 뽑으셨고 심지어 세리까지도 뽑으셨습니다. 
로마에 저항하며 싸우던 열혈당원 시몬도 있었습니다. 
 
예수님은 어쩌면 좀 저속한 말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가능하다면 ‘닥치는 대로’ 당신의 제자들을 만드셨던 것입니다. 
그러다 가리옷 유다도 끼이게 되었습니다.  
 
그렇더라도 3년이란 세월동안 2000년을 세상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종교로 
당신 믿음을 이어갈 교회를 세우셨으니 참으로 유일한 대왕다우신 분이라 할 수 있습니다. 
 
호랑이는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이름을 남긴다고 합니다. 
역사에 이름이 기억되는 위대한 인물들은 책을 쓰지 않았습니다. 
붓다도 책을 쓰지 않았고 공자도 쓰지 않았습니다. 
대신 그들은 제자를 키웠습니다.  
 
사람의 이름은 사람을 통해 남겨지는 것입니다. 
조상들의 위폐를 모셔놓고 제사를 지내는 후손들이 있으니 조상의 이름이 기억되는 것입니다.  
 
교회 또한 자신의 일을 이어갈 제자들을 통해 영원히 지속됩니다. 
예수님은 제자로 삼는 이들 안에 머무십니다. 
 
예수님은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그러므로 너희는 가서 모든 민족들을 제자로 삼아,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주고, 내가 너희에게 명령한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여라. 
보라, 내가 세상 끝 날까지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겠다.”
(마태 28,19-20) 
 
(수원교구 전삼용 요셉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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