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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11월 26일 _ 전삼용 요셉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9-11-26 조회수 : 593

11월 26일 [연중 제34주간 화요일] 
 
다니엘 2,31-45
루카 21,5-11 
 
<​ 오늘 닥칠 최악의 상황에서도 감사할 수 있는 마음가짐으로 하루를 시작하라 > 

1908년 독일에 살던 한 청년이 배고픔과 외로움을 견디다 못해 자살을 결심했습니다.
높은 건물에서 뛰어내리려고 하는데 너무 아플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목을 매려고 허리띠를 풀어 목욕탕 고리에 걸고, 의자 위에 올라가 목을 매단 후 의자를 발로 차버렸습니다.  
 
그런데 허리띠가 낡아 끊어지는 바람에 죽지도 못하고 그냥 바닥에 처박혔습니다.
바로 그때 이런 말이 튀어나왔습니다. 
 
“다행이다. 죽을 뻔 했네.” 
 
갑자기 감사한 마음이 일었습니다.
밖으로 나가 보니 조금 전과는 달리 모든 것이 희망차 보였습니다. 
 
“그래, 다시 살아보자.” 
 
그는 열심히 노력해서 세계 최고의 피아니스트가 됐습니다.
바로 쇼팽 음악의 최고 권위자인 루빈스타인의 이야기입니다. 
 
세상에 ‘저 정도면 충분히 행복할 수 있을 텐데!’라고 생각되는 사람들도 자살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권력의 최상위에 오른 정치인도, 엄청난 부를 자랑하는 사업가도, 큰 인기를 누리는 연예인도 스스로 목숨을 끊습니다.
목숨을 끊는 이유는 당연히 삶이 힘겹기 때문입니다.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아무리 호화롭게 보여도 그 사람은 큰 고통을 감내하며 견디고 있는 것입니다.
겉모양이 삶의 질을 보장하지는 않습니다. 
 
오늘 복음에 제자들은 예루살렘 성전의 웅장함과 아름다움을 자랑합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 겉모습만 보지 말라고 하시며
“너희가 보고 있는 저것들이, 돌 하나도 다른 돌 위에 남아 있지 않고 다 허물어질 때가 올 것이다.”
라고 말씀하십니다. 
 
제자들은 깜짝 놀라 그런 일이 언제 일어날 것인지,
그 일이 일어나기 전의 표징은 무엇일지 예수님께 묻습니다.  
 
예수님은 수많은 고통스러운 상황들이 벌어질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러나 그런 상황 때문에 두려움에 휩싸이지 말라고 하십니다. 
 
우리 각자도 하나의 성전입니다.
하느님을 모시고 있기 때문입니다.  
 
성전이 허물어지는 때는 그 성전에 모셔야 할 주님을 십자가에 못 박아 죽일 때입니다.
그분이 나의 주인이 아니라 내가 나의 주인으로 살 때 성전은 뱀의 소굴이 되고 뱀의 소굴은 사람들에게 밟히게 됩니다. 
 
이 세상도 하느님께서 계시는 큰 성전입니다.
그러나 세상 사람들이 하느님보다는 자기 자신들을 섬길 때 자연이 파괴되고 자연재해가 일어나고 결국은 종말을 맞게 될 것입니다.  
 
예루살렘의 성전도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고 완전히 파괴되어 지금까지도 복구를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하기 위해 먼저 우리 자신의 성전을 잘 지켜내야 합니다.
오늘 복음이 이어지는 마지막 부분에 예수님께서 이런 충고로 마무리하십니다. 
 
“너희는 스스로 조심하여, 방탕과 만취와 일상의 근심으로 너희 마음이 물러지는 일이 없게 하여라.
그리고 그날이 너희를 덫처럼 갑자기 덮치지 않게 하여라.”(루카 21,34) 
 
어떻게 이런 재난이 갑자기 닥치지 않게 할 수 있을까요?
그 방법에 대해서도 예수님은 명확히 말씀하십니다. 
 
“너희는 앞으로 일어날 이 모든 일에서 벗어나 사람의 아들 앞에 설 수 있는 힘을 지니도록 늘 깨어 기도하여라.”(루카 21,36) 
 
오늘 당장 죽더라도 주님 앞에 설 수 있도록 기도하라는 말씀입니다.
주님 앞에 설 수 있는 힘은 ‘감사’입니다.  
 
내가 누군가를 만날 때 그 사람에 대한 감사의 마음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아직 그 사람을 인격적으로 만날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것입니다.  
 
그러니 오늘 죽음이 오더라도 그 죽음을 주신 주님께 감사할 수 있는 준비를 하는 것이 기도입니다.
제가 본당에 있을 때 모든 신자분들께 감사 일기를 쓰라고 공책을 선물한 적이 있습니다.
한 분이 그 일기를 꾸준히 쓰셨습니다.  
 
그 분이 공장에서 일하다 손가락 두 개가 기계에 들어가 잘렸을 때 그분은 곧바로 손가락이 부족한 손을 들고 “주님, 감사합니다. 손목이 아니라 손가락만 가져가셔서 감사합니다.” 라고 기도를 드리셨습니다.  
 
감사가 몸에 배인 것입니다.
이렇게 기도해야 나에게 힘든 일이 닥칠 때 쓰러지지 않을 수 있는 것입니다.
우리가 예루살렘 성전처럼 완전히 멸망하지 않으려면
아침기도를 통해 오늘 하루 일어날 가장 고통스러운 상황에서도 감사할 수 있는 준비를 해야 합니다.  
 
기도로 항상 감사할 수 있는 마음으로 깨어있을 때
나는 어떠한 시련에서도 흔들리거나 무너지지 않는 굳건한 성전이 됩니다. 
 
이것이 깨어 기도하는 삶이고 그런 사람들만이 인내로서 영원한 생명을 얻을 것입니다.
 
(수원교구 전삼용 요셉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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