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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11월 15일 _ 전삼용 요셉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9-11-15 조회수 : 677

11월 15일 [연중 제32주간 금요일] 
 
지혜서 13,1-9
루카 17,26-37 
 
< 내가 죽고 있다면 내 안에 생명이 있다 > 

며칠 전에 젊은 나이에 암으로 선종하신 최영훈 루카 형제님과 스테파니아 반장님과의 카톡 대화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루카 형제님이 신앙으로 거의 1년간 어떤 마음의 변화가 있었는지 읽으며 마음이 뭉클했습니다.
“저는 세례 받은 지 이제 일 년에서 이틀 모자란 초보신자입니다.
그렇지만 그 짧은 시간동안 주님의 온전한 사랑을 느끼는 은혜를 받았습니다. 
 
지난 3월 29일 요양병원에서 저녁 예배를 드리던 중, 그동안 하지 못했던, 그러나 꼭 해야만 했던, 주 하느님을 나의 모든 것 위에 놓고, 마음을 다하여 목숨을 다하여 아버지하느님을 사랑하기로 했습니다.  
 
그것은 제가 세상에서 사랑했던 모든 것을 버린 날로,
아마 제가 태어난 이후 제일 많이 울었던 시간으로 기억합니다.
그러나 아버지, 저의 주 하느님! 저를 꾸짖고 책망하소서. 저의 그 얄팍하고 가벼운 신앙으로 아버지 이름을 욕되게 하였음을 눈물로 회개합니다.  
 
육체에 찾아온 그깟 고통 앞에서, 너무나 쉽게 아버지를 원망하고, 아버지에 대한 믿음을 포기하고 싶었으며, 아버지를 저주하고 싶었습니다.  
 
차라리 아버지를 몰랐던 때로 돌아가고 싶었으며, 지금까지 제게 베풀어 주신 수많은 은혜들, 그리고 제가 겪었던 그 많은 성령체험들을 원망했습니다.  
 
제게 그러한 은총을 내리신 뜻을 따져 묻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새끼손톱의 1/6보다도 작은 진통제 앞에서 저는 한없이 약하고 미미한 존재임을 뼛속 깊이 알게 되었습니다. 
 
아버지, 저의 주 하느님. 아버지께서는 옳은 일을 하시는 것이 아니라, 아버지께서 하시는 모든 일이 옳은 일임을 이제야 깨닫습니다.  
 
제게 주신 이 고통에는, 저는 알지 못하는, 아버지의 옳은 뜻이 있을 것임을 믿습니다.
아버지, 눈물로서 반성하고 회개하오니, 저에게 자비를 베푸시고 저의 잘못을 용서하여 주소서.  
 
오직 아버지께서만이 저의 생사여탈을 하실 수 있는 주권자이시며 권능자이심을 믿고 고백하오니, 아버지의 부족하고 미천한 아들 루카를 불쌍히 여기시어, 제게 자비를 베풀어 주소서.  
 
언제나 살아계시고 제 안에 계시며 또한 저를 지켜주시는 주 하느님아버지. 모든 감사와 영광을 홀로 받으소서. 지금 이순간의 삶을 제게 허락해주신 아버지께 감사드립니다. 아멘!”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마지막 때에 소돔 위에 유황불이 쏟아져 내릴 때처럼 그렇게 세상이 멸망하리라고 하십니다.
세상이 아니라 우리 각자도 그렇게 반드시 주님께 가게 되어있습니다.  
 
소돔 땅에는 아브라함의 조카 롯이 살고 있었지만 소돔인들은 그를 사랑하지 않았습니다.
롯과 아내와 두 딸이 소돔 땅을 탈출하자 소돔이 불바다가 되었습니다. 
 
우리가 멸망을 피하기 위해 반드시 품고 있어야 하는 롯은 바로 예수 그리스도입니다.
한 분이 돌아가시기 1년 전에 예수 그리스도를 품게 되자 그의 삶은 완전히 변화되었습니다.  
 
죽음까지도 감사할 수 있게 받아들였습니다.
더 겸손해지고 더 감사하게 된다면 그 사람 안에 반드시 하느님께서 계십니다.
그분을 몰아내는 것이 진짜 죽음입니다.  
 
예수님께서 루카 형제를 어떻게 변화시켰는지 또 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저는 2남 2녀의 막내로 온 가족의 사랑을 받으며 자랐습니다.
그래서인지 제게는 어떤 마음의 상처도 없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금년 1월, 주님께서는 제 마음속 깊은 곳에 꽁꽁 숨겨져 있던 상처를 한순간에 제 눈앞에 펼쳐보이게 하셨습니다.  
 
정말 괴수와도 같은 울음과 눈물이 한동안 흘렀는데,
저도 모르게 제 입에서는 주님의 기도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때서야 비로소 ‘저희에게 잘못한 이를 저희가 용서하오니’라는 기도가 왜 있는지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 이후 제게는 그들에 대한 알 수 없는 미움이 사라지고, 그들에 대한 고마움과, 그들에 대한 미안함만이 남았습니다. 
 
주님께서는 정말 살아계시며, 항상 제 곁에 계신다는 것을, 그리고 제 기도를 듣고 계신다는 것을 알게 해준 소중한 기억이자 은혜였습니다.  
 
주님 감사합니다.
제게 허락하신 이 모든 것에 감사드립니다.
주님 홀로 영광 받으소서. 아멘!” 
 
우리 안에 롯과 같은 분을 반드시 모시고 있어야합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함께 계시다면 나는 죽고 있을 것입니다.
그분은 생명이시기 때문에 죽음인 내가 죽어야하는 것입니다.  
 
주님을 내 안에 모십시다.
그러면 미움이 죽고 용서가 살며, 절망이 죽고 희망이 살며, 화가 죽고 겸손과 감사가 살아납니다.  
 
내가 죽고 하느님의 기쁨이 샘솟는 것을 보면 절대 나를 그렇게 만드는 롯을 내어 쫓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수원교구 전삼용 요셉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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