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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10월 31일 _ 전삼용 요셉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9-10-31 조회수 : 663

10월 31일 [연중 제30주간 목요일] 
 
로마 8,31ㄴ-39
루카 13,31-35 
 
< 순교로 가는 길 >  
 
이승아씨가 ‘화니하니’란 자신의 블로그에 ‘내 것이 아닙니다...’란 제목으로 2013년 10월 1일에 올린 글입니다.  
 
사진을 보니 매우 큰 집에 남부럽지 않게 사는 젊은 자매님입니다.
개신교 신자이지만 몇 단어는 천주교식으로 바꾸었습니다.  
 
내 것이 아닙니다...
한 때는 이 아름다운 집이 제 가장 큰 자랑이었습니다....
심혈을 기울여 꾸민 아름다운 우리 집.....
잡지에 여러 번 나왔다고 내심 자랑스러워했던 우리 집....
행여나 때가 탈까.... 혹여나 먼지 탈까....
닦고 쓸고 했던 우리 집.... 
 
하지만 남편이 아프고 보니 제가 있을 곳은
궁궐 같던 우리 집이 아니라 몇 평 안 되는 비좁은 병실이더군요.... 
 
피곤한 내 한 몸 누일 곳은 푹신하고 안락한 라텍스 침대가 아니라 딱딱하고 좁은 보조 침상이더군요..... 
 
내 꺼라 믿었던....
남편과 공동명의로 되어있던 자랑스럽던 내 집도 알고 보니 제 것이 아니었습니다.... 
 
바라만 봐도 뿌듯했던... 참으로 고운 접시들.... 참으로 이쁜 그릇들....
난 왜 이렇게 꽂히는 게 많지?
남들은 그릇이면 그릇... 가구면 가구.... 옷이면 옷....
하나만 꽂힌다는데 난 왜 이 모든 것을 다 갖고 싶지? 라며 투덜대게 만들었던 내 못 말리던 그릇 사랑..... 
 
그 수많은 이쁜 그릇들도 남편과 함께 하는 병실에선 아무 소용이 없더이다! 
 
제가 황량한 병실에서 쓸 수 있는 건....
보잘 것 없는 플라스틱 접시와 종이컵뿐이더군요....
15자 붙박이장에 가득한 수많은 옷들과
제가 사랑해 마지않던 명품 백들....
이 또한 제 것이 아니었습니다.... 
 
남편과 함께 하는 병실에선 편한 츄리닝과 레깅스면 족하더이다....
귀히 여기던 명품백도 필요 없더이다....  
 
어디 그 뿐인가요?
이십년 넘게 나의 자랑이었던....
나를 빛나게 해준다고... 나를 완전케 해준다고 믿었던 내 남편도...
제 것이 아닙니다.... 내 것이 아닙니다.... 
 
의사들은 말합니다....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이 또한 내 것이 아니라고..... 
 
이젠 압니다....
내 분신.... 내 생명.... 내 사랑하는 아이들조차 제 것이 아니라는 것을요....
이 아이들 또한 그 분이 제게 잠시 맡기셨던 선물임을 제가 잊고 있었네요!  
 
이와 같은 이유로.... 근심, 염려 또한 제 것이 아닙니다....
적혈구 수치가 모자라 수혈을 해도... 의사가 제 아무리 무서운 말을 해도...
그것은 내 것이 아닙니다....
내 아버지의 것입니다....  
 
여러분의 모든 걱정을 그분께 내맡기십시오.
그분께서 여러분을 돌보고 계십니다. (1베드 5:7) 
 
근심, 염려는 다 주께 맡기고 내 남편 또한 주께 맡기고....
저는 이 밤 또 기다립니다....
죽은 나자로를 살렸던 예수님이....
베짜타 연못의 38년 된 병자를 찾아가셨던 예수님이....
친히 내 남편을 찾아오셔서 살려주시길 기다립니다.... 
 
내가 가서 고쳐주리라... 말씀해 주시길 기다립니다....
그 분의 피값으로 살리셨던 내 남편을
또 다시 살려주시길 애타게 기도합니다....  
 
내 것이 아닌 걸 내 것인 양 소유하며 자랑하며 욕심내었던 제 무지를, 제 교만을, 제 과거를 회개하며 눈물로 기도합니다....  
 
의사의 권유로 내일 호스피스로 옮기는 울 화니가 무덤에서 걸어 나온 나자로처럼 그 곳을 건강하게 걸어 나온 최초의 증인이 되도록 기도합니다....
하느님이 함께 하시면 불가능한 일이 없을 줄 믿습니다!!! 
 
인생은 B(Birth)와 D(Death) 사이의 C(Choice)라고 하더군요...
그러고 보니 인생은 늘 선택의 연속입니다.... 
 
저는 오늘도 희망을 선택합니다.... 절망을 거부합니다....
내 남편이 살아서 하느님을 자랑하고 증거할 수 있도록 그 분께 매달립니다.... 
 
그리 아니하실지라도 평생 그 분을 사랑하고 섬기겠지만....
오늘은 꼭 그리 해주시길 무릎 꿇고 기도합니다....
내 기도가....여러분의 기도가....
오늘 밤 하늘 보좌를 흔들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주님의 오른손이 드높이 들리시고 주님의 오른손이 위업을 이루셨다!
나는 정녕 죽지 않고 살리라. 주님께서 하신 일을 선포하리라.
(시편 118:16-17) 
 
이 자매는 모든 것을 내려놓을 줄도 알고 희망할 줄도 아는 훌륭한 신앙인 같습니다.
그리고 죽음 앞에서는 이 세상에서 지키려고 하는 모든 것이 무의미해 진다는 것을 진솔하게 말하고 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바리사이들이 와서 헤로데 왕이 예수님을 죽이려한다고 겁을 줍니다.
이렇게 말하면 겁을 먹을 줄 알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들 앞에서 예수님은 왕을 여우라고 하며 당신은 당신의 길을 갈 것이니 죽이든 살리든 맘대로 하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리고 당신이 겁을 먹지 않는 이유를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예언자는 예루살렘 아닌 다른 곳에서 죽을 수가 없다.” 
 
당신의 목적이 바로 예루살렘에서 순교하는 것이라고 말씀하시는 것입니다.
어차피 죽어야 하는데 죽음으로 위협한들 겁을 먹을 수 있겠습니까?
죽기를 각오한 사람 앞에서 이 세상 모든 위협은 더 이상 위협이 되지 못합니다.  
 
우리가 겁을 먹는 이유는
아직도 이 세상에 집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속도가 빠르면 빠를수록 생기는 것이 바로 ‘저항’입니다.
그 저항을 원치 않는다면 그냥 멈추어서면 됩니다.  
 
그러나 나를 미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하느님의 뜻입니다.  
 
결국 하느님의 뜻은 더 큰 저항을 만들어 내게 됩니다.
따라서 하느님의 뜻을 따른다고 하면서 모든 사람들과 평화롭게 지내고 싶다는 생각은 버려야합니다.  
 
우리는 왜 남이 나를 미워하는 것을 두려워할까요?
이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가 아닙니까?  
 
예수님은 우리도 당신 길을 따라 순교하기를 원하십니다.
이것이 가장 두려움 없는 삶이기 때문입니다.
아무도 나를 미워하지 않도록 힘쓰며 사는 삶이 더 두려움 가득한 삶인 것입니다.  
 
우리는 그렇게 살 필요도 없고, 믿음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렇게 살 수도 없습니다.
잃을 것이 없어야 두려움이 없어집니다.
자신의 목적지가 순교임을 명확히 아는 사람은 이 세상에서 무엇을 잃을지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믿음은 이 뜻을 명확히 내 마음에 새겨줄 것이고 다 잃어도 두렵지 않은 마음을 가지게 할 것입니다.  

(수원교구 전삼용 요셉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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