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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10월 23일 _ 전삼용 요셉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9-10-23 조회수 : 588
10월 23일 [연중 제29주간 수요일] 
 
로마 6,12-18
루카 12,39-48 
 
< 주님의 종의 역할은 양식을 분배하는 것이다 >
 
영화 ‘기생충’은 한 가난한 가족이 부잣집에 위장취업 해서 벌어지는 내용을 그렸습니다.
아버지, 어머니, 아들, 딸이 모두 한 가정에 취직을 한 것입니다.  
 
어느 날 주인집 가족이 며칠 동안 나들이를 가게 되었습니다.
당연히 가난한 가족이 그 집을 전부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그들은 정말 부자가 된 것처럼 먹고 마시고 흥청거렸습니다.  
 
그런데 날씨가 나빠 놀러갔던 주인 가족이 갑자가 들이닥친 것입니다.
간신히 위기를 모면하기는 했지만 가난한 집 가족들은 자신들이 한 짓들을 감추느라 식은땀을 흘립니다.  
 
마치 주인처럼 행세하다 들키면 큰일 나는 벌레들처럼 되어버린 것입니다.
보는 사람들의 심장이 쫄깃쫄깃 해 질 정도로 불안하고 비참한 모습으로 탈출극을 벌여야했습니다.
이것이 주인의 집에 합당하지 못한 종들의 최후입니다. 
 
남의 집에서 살려면 그 집 주인이 원하는 것을 하고 있어야합니다.
적어도 주인 행세를 해서는 안 됩니다.  
 
우리도 하느님 집에 살기를 원하는 사람들입니다.
이 세상에서도 집을 얻으려면 그만한 고생을 해야 하듯이 내가 만들지 않은 하느님의 집에 살려면 하느님 뜻에 맞는 삶을 살 줄 알아야합니다.  
 
이 세상은 우리가 그럴 능력이 있는지 시험하는 장입니다.
마치 기생충에 나오는 가족처럼 주인이 안 보이기만 하면 그 집을 자기 집처럼 여기며 흥청거리는 사람들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예수님은 이렇게 경고하십니다.
“만일 그 종이 마음속으로 ‘주인이 늦게 오는구나.’ 하고 생각하며, 하인들과 하녀들을 때리고 또 먹고 마시며 술에 취하기 시작하면, 예상하지 못한 날, 짐작하지 못한 시간에 그 종의 주인이 와서, 그를 처단하여 불충실한 자들과 같은 운명을
겪게 할 것이다.” 
 
영화 ‘기생충’에서 부잣집에서 일하는 가난한 가족들은 각자의 임무가 있었습니다.
그것만 하고 있다면 주인이 싫어할 이유가 없습니다.
예수님은 오늘 복음에서 우리에게 그 임무가 무엇인지 명확히 말씀해주십니다. 
 
제가 병자성사를 어느 부잣집에 간 적이 있었습니다.
100평이 넘는 으리으리한 집이었습니다.
낮에 갔기 때문에 주인들은 없었습니다. 그런데도 사람들이 북적였습니다.
알고 보니 다 그 집에서 일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주방과 청소, 그리고 환자분을 돌보는 분도 계셨습니다.
한 환자분이 식물인간처럼 침대에 누워 꼼짝하지 못하고 계셨는데 그 집의 가족이었습니다.
그분은 비록 말을 할 수는 없지만 눈은 뜨고 있었고 의식은 있어 보였습니다.  
 
만약 주인이 없다고 그 일하시는 분들이 그 환자분께 소홀히 하고 그것이 발각이 된다면
그분들은 당장 쫓겨날 수밖에 없습니다. 
 
하느님 나라도 이와 같습니다. 주인은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나 CCTV를 통해 다 보고 계십니다.
우리에게 맡겨진 환자들은 세상에서 가장 힘없고 가난한 사람들입니다.
우리에게 그들을 돌보는 일을 맡기셨습니다.  
 
카인은 “제가 동생을 돌보는 사람입니까?”라고 하며 그 일을 거부하였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착한 사마리아인처럼 가장 작은이들을 주인님의 가족으로 여겨야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이 말씀을 하고 계신 것입니다.
“주인이 자기 집 종들을 맡겨 제때에 정해진 양식을 내주게 할 충실하고 슬기로운 집사는 어떻게 하는 사람이겠느냐?
행복하여라, 주인이 돌아와서 볼 때에 그렇게 일하고 있는 종!
내가 참으로 너희에게 말한다. 주인은 자기의 모든 재산을 그에게 맡길 것이다.” 
 
하느님 나라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우리가 가난한 이들을 돌보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어떻게 돌보냐면 주인의 재산으로 돌봅니다.
먹을 것을 주어도 주인의 것을 주는 것이고 옷을 입히고 약을 주어도 다 주인의 것입니다.  
 
우리도 주님께서 주시는 양식을 이웃에게 전해줄 수 있어야합니다.
나의 것을 나의 것으로 여기지 않고 주님께서 주신 것으로 여겨 가난한 이들과 나누게 될 때 그 사람이 하느님 나라에 충실한 종입니다. 
 
양식을 나눕시다.
어떻게 하면 이웃을 행복하게 할 수 있을까만을 생각합시다.
하느님께서는 이 세상의 삶을 통해 이웃을 사랑할 줄 아는 사람만을 당신 나라의 모든 재산을 맡기실 것입니다.  
 
이 세상에서 자기나 자기 가족만을 위해 산 사람들은
하느님 나라에서 기생충과 같은 처지가 됩니다.
나는 매일매일 누구에게 하느님의 양식을 전해주고 있는지 생각해 보아야겠습니다. 

(수원교구 전삼용 요셉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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