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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10월 19일 _ 전삼용 요셉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9-10-19 조회수 : 606

10월 19일 [연중 제28주간 토요일] 
 
로마 4,13.16-18
루카 12,8-12  
 
< 사랑한다면 선물부터 뜯어보라 > 

어느 아담한 도시가 있었습니다. 
그 도시에 자리한 레코드 가게에서 일어난 이야깁니다.  
 
그 가게엔 에메랄드 빛 눈을 가진 잘 생긴 청년이 있었습니다. 
이 가게 사장입니다. 
누구에게나 친절하며 클래식을 사랑하는 아주 멋진 청년이죠. 
 
그리고 언제부턴가 가게 앞을 기웃거리는 아가씨가 있었습니다. 
날마다 가게 앞을 서성거리다 돌아가곤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가씨가 문을 열고 가게로 들어옵니다. 
물론 아가씨의 목적은 레코드가 아닌 청년이었죠. 
 
“안녕하세요? 찾으시는 판이라도...?”
청년이 말을 걸어오자 가슴이 뛰고 숨이 가빠옵니다. 
 
“이 판 얼마예요?”
“5달럽니다” 
 
이를 어쩝니까? 아무 말도 못한 체 레코드판을 들고 길을 나섭니다.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레코드판만 사고 문을 나섭니다. 
하지만 아가씨는 기분이 좋았습니다. 
청년의 얼굴을 가까이서 보고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으니까요. 
 
그렇게 어느 덧 삼년이라는 시간이 흐르고 아가씨의 사랑은 깊어만 가서 
결국 상사병으로 쓰러지고 맙니다.  
 
아무 가족도 없이 혼자 살던 아가씨는 유일한 친구가 보는 가운데 숨을 거두고 맙니다.
장례를 치르고 아가씨의 집을 정리하던 친구는 굳게 닫힌 작은 방문을 열게 됩니다. 
이 방엔 무엇이 있을까요?  
 
여기엔 포장도 뜯지 않은 레코드 판 수 백 장이 쌓여 있었습니다. 
그럼 왜? 레코드판을 뜯어보지도 않고 쌓아만 뒀을까요? 
안타깝게도 아가씨에겐 전축이 없었습니다. 
단지 청년을 보기 위해 레코드판을 사러 갔으니까요. 
 
‘얘는 듣지도 않는 레코드판을 왜 이렇게 사 모은 거야?’
아무 것도 모르는 친구는 무심결에 포장을 뜯어봅니다. 
그 속에 쪽지하나가 떨어집니다. 
그쪽지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습니다. 
 
“아가씨에게 첫눈에 반했습니다. 저녁에 시간 있으세요?
p.s. 제 이름은 존이라고 합니다.” 
 
놀라움을 감추지 못한 체 다른 판을 뜯어봅니다.
“정말 당신을 사랑합니다. 
8시 가게 앞 카페에서 기다리겠습니다. 
나오실 때까지 기다릴 겁니다. 
오늘 안 나오시면 내일 모레 언제까지고 기다릴 겁니다.” 
 
이런 식으로 모든 판에 존이 쓴 쪽지가 들어있었습니다. 
친구는 존이라는 청년을 찾아가 이 모든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청년은 이야기를 듣고 밀려오는 슬픔을 주체할 수 없었습니다. 
 
예수님께서 우리를 향한 마음이 이와 같을 것입니다.
어쩌면 우리도 그분이 주시는 선물은 뜯어보지도 못한 채 상사병으로 죽어갈 수도 있습니다.  
 
사랑한다면 선물부터 뜯어보아야합니다.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선물은 ‘진리와 은총’입니다. 
쉽게 말하면 ‘말씀과 성사’입니다.  
 
성경은 들춰보지도 않고 성체는 공경하지도 않으며 
그것들을 주시는 예수님을 사랑할 수 있을까요?  
 
신앙생활의 목적은 그리스도를 더 사랑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더 사랑하려면 그분이 주신 선물을 먼저 뜯어보아야 하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먼저 구원은 당신에 대한 사랑에 달려있다고 말씀하십니다.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누구든지 사람들 앞에서 나를 안다고 증언하면, 사람의 아들도 하느님의 천사들 앞에서 그를 안다고 증언할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 앞에서 나를 모른다고 하는 자는, 사람의 아들도 하느님의 천사들 앞에서 그를 모른다고 할 것이다.” 
 
예수님을 사랑하고 예수님께 감사하고 예수님을 자랑스러워한다면 사람들 앞에서 당당히 예수 그리스도께 대한 신앙을 증거할 것입니다.  
 
만약 성당에 다니면서도 사람들 앞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증언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실제로는 그분을 사랑하고 있지 않다는 뜻이 됩니다. 
 
예수님은 그렇게 되는 이유가 당신께서 주시는 선물을 
무시하기 때문이라고 하십니다. 
당신이 주시는 선물은 ‘진리와 은총’입니다. 
‘말씀과 성령(성사)’인 것입니다. 
그분이 주시는 선물을 무시하면서 그분께 대한 사랑을 증가시킬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사람의 아들을 거슬러 말하는 자는 모두 용서받을 것이다. 
그러나 성령을 모독하는 말을 하는 자는 용서받지 못할 것이다.” 
 
당신을 사랑하지는 않더라도 당신께서 주시는 선물은 믿으라는 것입니다. 
미사 때 말씀의 전례를 통해 예수님은 당신 진리를 선물하시고 성찬의 전례를 통해 당신 성령을 선물하십니다.  
 
말씀도 지겨워하고 성체를 영하면서도 감동이 없다면 
레코드판만 사고 그 안의 글은 읽지 않았던 여자와 같아집니다.  
 
예수님께서 주시는 선물을 뜯어보고 살펴보려고 하지 않는다면 그분께 대한 사랑은 증가하지 않습니다.  
 
사랑한다면 선물부터 뜯어봅시다. 
사랑은 선물에 담깁니다. 
 
(수원교구 전삼용 요셉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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