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0일 [연중 제27주간 목요일]
말라키 3,13-20ㄴ
루카 11,5-13
< 주님의 기도는 자아를 때리는 망치다 >
곰을 발견한 한 소년은 17.3초 만에 정확하게 곰이 자신들을 따라잡을 것을 계산하였습니다.
그 공포감에 빠져있을 때 다른 소년은 운동화 끈을 고쳐 매고 있었습니다.
첫 번째 소년이 말했습니다.
“너 정말 멍청하구나! 우리는 절대 저 곰보다 빨리 달릴 수 없어!”
두 번째 소년이 말합니다.
“그건 사실일지도 몰라. 하지만 난 너보다 빨리 달리기만 하면 돼.”
왜 달리지 않는 것일까요?
달려봐야 소용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아니 그렇게 말하는 자기 자신에게 속았기 때문입니다.
뛰지 않게 만드는 유일한 장애물은 자기 자신밖에 없습니다.
그 장애물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안 되는 것보다 되는 것을 먼저 보아야합니다.
기도도 마찬가지입니다.
기도하지 않는 이유는 소비되는 시간과 노력에 비해 얻는 것이 없다고 믿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렇게 매번 곰에게 잡아먹힙니다.
기도하면 곰에게 잡아먹히게 만드는 자아를 죽일 수 있습니다.
이것 하나로 기도해야 할 이유는 충분합니다.
오늘 복음 말씀은 ‘주님의 기도’를 알려주신 바로 다음에 바로하신 말씀입니다.
주님의 기도의 방법과 효과에 대한 설명입니다.
우선, 주님의 기도의 방법은 하느님을 괴롭히듯이 하라는 것입니다.
벗이 한 밤중에 찾아와 계속 빵 세 개를 요구하면 귀찮아서라도 빵을 내어줄 것이라고 하십니다.
얼마나 귀찮게 하느냐가 얼마나 절실한가를 보여주는 증거가 됩니다.
하느님은 더 원하는 이에게 더 많이 주십니다.
그렇다면 주님의 기도의 열매인 빵 세 덩이는 무엇일까요? 예수님은 말씀하십니다.
“너희가 악해도 자녀들에게는 좋은 것을 줄 줄 알거든,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서야 당신께 청하는 이들에게 성령을 얼마나 더 잘 주시겠느냐?”
주님의 기도는 성령을 청하는 기도입니다.
그런데 성령과 빵 세 덩이와는 무슨 상관일까요?
보통 성경에서 숫자 ‘3’은 ‘하늘’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빵은 ‘에너지’입니다.
하늘에서 오는 에너지가 성령이니 빵 세 덩이는 성령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성령으로 얻어지는 ‘복음삼덕’을 의미할 수도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세례를 받으실 때 성령을 받으시고 광야에서 사탄과 싸워 ‘청빈-정결-순명’의 덕을 얻으셨습니다.
이 복음삼덕은 자아를 눌러 이기면 얻는 덕입니다.
청빈은 자아의 소유욕을 이기고 정결은 자아의 육욕을 이기며 순명은 자아의 교만을 눌러 이깁니다.
삼구를 이기면 가질 수 있는 덕이 복음삼덕인데 이 복음삼덕은 하늘에서 오는 에너지인 성령의 힘으로만 얻어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자아가 얼마나 안 좋은지 알기 전까지는 주님의 기도를 하느님을 괴롭히듯이 할 수 없습니다.
반대로 자아가 얼마나 안 좋은지 알면 주님의 기도로 하느님을 괴롭힐 수밖에 없습니다.
자아는 한 명만 잡아먹는 곰에게 수많은 사람 중에 내가 잡아먹히게 만드는 내 안의 가장 큰 적입니다.
애니메이션 영화 ‘치킨 런’은 악독한 양계장 아줌마로부터 닭들이 탈출하는 내용입니다.
탈출을 할 수 있다고 믿는 닭이 안 된다고 믿는 닭들에게 이런 대사를 합니다.
“당신들을 가로막고 있는 장벽이 뭔지 아세요?
양계장의 울타리가 아니라 당신들 머릿속에 쳐져있는 울타리입니다.”
주님의 기도는 우리 머릿속의 울타리를 벗겨냅니다.
내가 하느님을 아버지라 부르는데 불가능할 것이 무엇이 있습니까?
내가 아버지의 영광만을 위해 사는데 두려울 것이 무엇이겠습니까?
아버지의 뜻대로 산다면 하느님께서 도와주실 것인데 걱정할 것이 무엇이겠습니까?
이렇게 주님의 기도를 드리면 자아의 올가미로부터 벗어나게 됩니다.
자아는 걱정과 두려움을 자아내지만 주님의 기도는 그런 것들이 솟아나지 못하게 막습니다.
이 가치를 안다면 짬을 일부러 내서라도 주님의 기도를 바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석공들은 돌이 깨지지 않아도 계속 망치질을 합니다.
101번째 망치질에 돌이 깨졌다면 그것은 100번의 끈질긴 믿음의 망치질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자아를 이기려면 이렇게 주님의 기도로 튀오나오려는 자아의 머리에
망치질을 해야 합니다.
(수원교구 전삼용 요셉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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