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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9월 22일 _ 전삼용 요셉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9-09-22 조회수 : 590

9월 22일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와 
성 정하상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 대축일] 
 
지혜 3,1-9
로마 8,31ㄴ-39
루카 9,23-26 
 
< 순교자의 피는 믿음의 씨앗이다 > 
 
제가 초등학교 때 요한 바오로 2세께서 오셔서 103위 한국 순교자들을 성인품에 올리는 미사에 참례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어린나이였음에도 많은 성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도 저런 신앙을 가져야겠다는 결심을 했습니다.  
 
만약 그때의 마음으로 지금까지 살았다면 신앙적으로 큰 성장을 하였겠지만 살다보니 순교의 정신이 무뎌지고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삶을 살아온 것 같습니다. 
 
당시 저와 비슷한 나이의 순교자 이야기는 그야말로 큰 충격이었습니다. 
열 살 갓 넘은 어린 나이에 어디서 저런 믿음과 용기가 나왔는지 가히 부럽기까지 하였습니다.
그 성인은 소년 성인 유대철 베드로입니다. 
 
그는 유진길 성인의 아들이며, 서울의 유명한 역관 집안에서 태어났습니다. 
어려서 아버지의 모범과 가르침을 받아 입교하여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였습니다.  
 
천주교를 싫어하고 방해하는 어머니와 누나에게 끊임없는 괴로움을 당했지만 그 때마다 오히려 어머니에 대한 효성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러나 신앙에 대해서는 절대 양보하지 않았으며, 어머니와 누나를 위해 항상 기도하였습니다. 
 
1839년 기해박해가 일어나자 많은 교우들이 순교하였고 아버지도 체포되었다는 소식을 들은 후 자신도 순교하기로 결심하고 자수합니다.
재판관들은 어린 소년을 배교시키기 위해 온갖 방법을 다 사용하였지만 소년 유 베드로의 마음은 변치 않았습니다. 
 
어느 날 저녁에 한 옥쇄장이 담배통으로 그의 넓적다리를 사뭇 내리쳐 살 한 점을 떼어 내며 소리쳤습니다. 
 
“이래도 천주교를 버리지 않겠느냐?”
“그럼요. 이것쯤으로 배교할 줄 아시나요?” 
 
이에 옥쇄장은 부젓가락으로 벌건 숯덩이를 집어 입을 벌리라고 했습니다.
“자요.” 
 
유대철이 서슴없이 입을 크게 벌리니 이번에는 옥쇄장도 기가 막혀서 뒤로 물러났습니다. 
 
“너는 이쯤으로 아마 고생을 많이 한 줄로 생각할 거다만 큰 형벌에 비기면 이건 아무것도 아니다.”
어떤 교우가 말하니 유대철은 이와 같이 대답했습니다. 
 
“저도 잘 알아요. 
그것을 쌀 한 알을 한 말에 비기는 것과 같은 것이지요.” 
 
포청에서 총 14차의 형벌과 100여 대의 매질, 그리고 40도의 치도곤을 맞아 온몸이 피투성이가 되었으나 항상 만족스럽고 평화로운 표정을 띠었습니다. 
 
하루는 심한 고문을 당한 끝에 까무러친 채 옥에 끌려왔습니다. 
함께 갇혀 있는 교우들이 정신을 들게 하느라고 허둥지둥할 때 그가 말한 첫마디는 “너무 염려하지 마세요. 이 까짓것쯤으로는 죽지 않아요.”라고 하였습니다. 
 
관원들은 어린 소년을 공공연하게 죽이면 군중이 반발할까 두려워 1839년 10월 31일, 형리들을 옥 안으로 들여보내 상처투성이가 된 그 가련한 작은 몸뚱이를 움켜잡고 목에 노끈을 잡아매어 죽이도록 하였습니다.  
 
가장 어린 순교 소년 유대철은 아버지와 함께 순교하여, 우리 민족 모든 어린이들의 신앙적인 모범이 되었습니다. 
 
유대철 성인은 주일학교 어린이들의 주보성인으로 알고 있습니다. 
요즘도 어린이들에게 이런 신앙을 들려주는지 모르겠습니다.  
 
오늘 복음의 “사람이 온 세상을 얻고도 자기 자신을 잃거나 해치게 되면 무슨 소용이 있느냐?”
란 말씀처럼, 아이들에게 이 세상에서 돈 많이 벌고 성공하게 만드는 예수님이 아니라 
순교 앞에서도 당당한 유대철로 만드는 신앙을 주시는 예수님을 알려주어야 합니다. 
 
순교자들의 피는 새로운 믿음을 키우는 씨앗입니다. 
예수님은 피가 온 세상에 하느님께 대한 믿음을 자라나게 한 것과 같습니다.  
 
부모님의 피가 아니면 자녀는 그 부모가 자신의 부모라는 믿음을 가질 수 없습니다. 
피 없이 생겨나는 믿음은 하나도 없습니다.
하다못해 누군가에게 자신의 사랑을 믿게 만들려면 작은 선물을 준비합니다.  
 
그런데 요즘은 순교자들의 이야기를 너무 하지 않는 것 같은 생각도 듭니다. 
그러면 그들의 피를 헛되게 하는 것입니다.
그들의 피가 지금의 신자들의 심장 위에 계속 떨어지게 해야 합니다. 
그래야 그분들의 순교가 신앙인들의 가슴 위에서 믿음의 열매를 맺게 합니다. 
 
최양업 신부님의 아버지인 최경환 프란치스코 성인도 아들을 나라 밖으로 내보내어 신학공부를 시킨다는 죄가 추가되어 남달리 혹심한 형벌로 큰 고통을 받은 분이십니다.  
 
태장 340도, 곤장110도를 맞았으나 끝까지 신앙을 잃지 않았고, 9월 11일 최후로 곤장 25도를 맞고 그 다음날인 12일에 옥중에서 일생을 마쳤습니다. 
 
형리가 그에게 고통을 더하기 위해 도둑 한 명을 그와 함께 잡아매었습니다. 
도둑은 그를 조롱하고 욕설을 퍼부으며 그의 상처를 장난삼아 발로 차서 덧내 놓곤 했습니다.  
 
그러나 경환은 모든 것을 아무 말 없이 참아 견뎠습니다. 
본래 최경환 성인은 다혈질의 성격이었다고 하는데 신앙을 가지고 성격도 바뀐 것입니다.
그러자 이 몹쓸 도둑도 일찍이 본 적이 없는 이 인내심에 감격한 나머지 최경환과 천주교를 아울러 탄복하고 찬미하며 외쳤습니다. 
 
“이 사람이야말로 참으로 천주학쟁이다.” 
 
그리고 옥에 갇힌 다른 교우들을 보고 덧붙여 말했습니다.
“너희들도 이 교를 믿으려거든 이 사람처럼 믿어라.” 
 
그러던 어느 날, 옥쇄장들이 교리책을 가지고 와 읽어 달라고 청하자 최경환은 책을 들어 웅변으로 그것을 해설해 주었습니다. 
이에 청중은 감탄하며 말했습니다. 
 
“무서운 사람이야! 형벌을 받아 초죽음이 되었다가도 종교 서적을 들든지 교리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에는 상처나 죽음에 대한 모든 걱정을 잊어버리고 아주 마음이 흡족한 것 같단 말이야.” 예수님의 옆구리를 찌른 로마 백인대장은 이렇게 외쳤습니다.
“정녕 이 사람은 의로운 분이셨다.”(루카 23,47) 
 
피는 분명 믿음의 씨앗입니다. 
자녀들의 믿음이 크지 못했다면 어쩌면 부모님이 신앙을 위해 피를 덜 흘렸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내가 뜨거우면 분명 옆에 있는 사람에게 그 뜨거움이 전달되게 되어있습니다. 
믿음은 혼자 노력해서 절대 얻어질 수 없습니다. 
내가 믿고 있다면 그것은 분명 누군가가 나의 믿음을 위해 피를 흘렸기 때문입니다. 
 
한국 교회의 믿음은 순교자들의 피 위에서 굳건히 서 있습니다. 
우리는 믿음을 위해 피를 흘린 분들을 배우고 또한 그렇게 피를 흘리시는 분들을 가까이해야 합니다. 
그래야 내 믿음도 강해집니다.  
 
만약 제가 마더 데레사나 이태석 신부님을 가까이 했었다면 지금보다는 믿음이 더 성장했을 것입니다. 
믿음을 성장시키고 싶다면 믿음의 선배들의 피를 받읍시다.  
 
믿음을 성장시키고 싶다면 믿음으로 흘리는 내 피를 뿌려줍시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그러하셨듯이 믿음으로 흘리는 피만이 부활의 영광의 약속을 성취시킬 수 있습니다. 
 
예수님은 말씀하십니다.
“누구든지 내 뒤를 따라오려면, 자신을 버리고 날마다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야 한다. 
정녕 자기 목숨을 구하려는 사람은 목숨을 잃을 것이고, 나 때문에 자기 목숨을 잃는 그 사람은 목숨을 구할 것이다.” 
 
(수원교구 전삼용 요셉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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