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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9월 4일 _ 전삼용 요셉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9-09-04 조회수 : 573

9월 4일 [연중 제21주간 수요일] 
 
콜로새 1,1-8
루카 4,38-44 
 
< 떠나기 가장 완전한 때 > 

아프리카에서 일하던 한 선교사가 여러 해 동안 수많은 열정을 쏟았음에도 선교의 열매를 거두지 못하였습니다.  
 
그가 고향으로 돌아오는 배에는 휴가를 얻어 아프리카에서 사냥을 하고 돌아오는 미국의 대통령이 타고 있었습니다. 
 
배가 샌프란시스코 항에 도착되었을 때 은은하게 울리는 군악대들의 예포소리와 함께 
대통령을 맞이하기 위하여 수많은 사람들이 부둣가에 나와 있었습니다. 
배에서 대통령이 내려올 때 거기에는 붉은 주단이 깔렸고 많은 사람들이 대통령을 맞이하였습니다. 
 
대통령이 지나가자 붉은 주단은 걷히고 군악대의 나팔소리도 멎었습니다. 
그 뒤를 선교사 홀로 고독하게 내려왔습니다. 
 
‘사냥을 갔다 오는 대통령은 저렇게 환영을 받는데, 큰아들과 둘째 아들 그리고 부인마저 잃고 선교를 하다가 돌아오는 나를 맞이하는 환영객은 아무도 없구나.’하는 생각으로, 고독감과 실패감을 동시에 느끼면서 거리를 걷고 있을 때였습니다.  
 
그때 한 음성이 들려왔습니다.
“내 아들아! 네가 아직 고향에 돌아온 것이 아니다. 
네가 고향에 돌아오는 날 군악대의 나팔 소리가 문제가 아니라 하늘의 천군 천사의 나팔 소리와 함께 내가 맞이해 주마. 붉은 주단이 문제가 아니라 황금의 유리길을 깔고 내가 친히 너를 마중 나오마. 
사랑하는 아들아 끝까지 충성하라!” 
 
이 말씀을 들은 선교사는 크게 뉘우치고 다시 아프리카로 돌아갔습니다. 
그리고 죽을 때까지 충성을 다하였습니다.
언제 떠나는 것이 가장 좋을까요? 
그것은 맡겨진 임무를 완수하였을 때일 것입니다.  
 
외국에서 공부하는 분들은 학위를 따지 못하고 들어갈까 봐 공부하면서도 노심초사합니다. 
결과물이 없다면 아직은 떠날 때가 아닌 것입니다. 
선교사는 아직 떠날 때가 아니었음에도 지쳐서 먼저 그 곳을 떠났던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는 예수님은 언제 그 자리를 떠야하는지 알려주십니다.
예수님은 카파르나움에서 시몬의 장모를 치유하시고, 병자들을 일일이 다 고쳐주시며, 
마귀들을 쫓아내셨습니다.  
 
그러자 군중이 찾아와서 떠나지 말고 더 머물러달라고 청합니다. 
이에 예수님은 기다렸다는 듯이 “나는 하느님 나라의 기쁜 소식을 다른 고을에도 전해야 한다.”고 말씀하십니다. 
잡을 때가 바로 떠나야 할 때인 것입니다. 
 
내가 있는 자리에서 영광을 받기 시작하면 이제 남은 것은 교만해지는 일뿐입니다. 
나를 받아들이고 함께 머물기를 원한다면 이미 그 사람들에게 해야 하는 일은 다 한 것입니다. 
그러면 또 내가 필요한 곳으로 가는 것이 낫습니다. 
 
제가 첫 본당으로 부임하던 날 재밌는 일이 있었습니다. 
신자분들이 약간은 저를 맞이할 준비가 안 된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조금은 당황하는 기색이 있었습니다.  
 
알고 보니 저를 맞이하기 위해 먼저 도착한 친구 신부님이 부임 축하를 이미 다 받은 것이었습니다. 
그 신부님은 당신이 부임하는 게 아니라고 설득하는데 애를 먹었다고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제가 도착했던 것입니다. 
 
그리고 짧은 기간이지만 신자들을 위해 무언가 할 수 있었던 그 시기는 참으로 감사했습니다. 
그러면서 부임할 때 보다는 떠날 때의 느낌이 더 중요함을 알게 되었습니다. 
올 때는 누구나 똑 같이 환영받지만 갈 때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2년 반 동안 함께 했던 신자들을 떠날 때 신자분들은 많이도 울어주셨습니다. 
참으로 감사했습니다. 
저도 눈물이 나왔습니다. 
 
떠날 때 울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 또 나도 가기 싫지만 가야만 할 때가 
가장 행복한 이별의 순간인 것 같습니다. 
 
만약 너무 오래있어서 ‘올해는 안 가시나?’라는 신자들의 표정을 본다면 이 얼마나 마음이 안 좋겠습니까? 
혹은 아직 충분한 사랑을 주지 못해서 떠날 때 신자분들이 별로 고마워하지 않는다면 그것도 슬픈 이별일 것입니다.  
 
떠나기 위해 가장 완전한 때는 바로 서로 눈물 흘릴 수 있는 때인 것 같습니다. 
그러려면 있는 동안 최선을 다하고 인정받기 시작할 때 떠나야합니다. 
우리는 그 일을 하러 이 세상에 보내진 것입니다. 
 
김수환 추기경이 이런 말을 하셨다고 합니다. 
 
“내가 태어날 때 나만 울고 많은 사람은 웃었습니다. 
내가 죽을 때 나만 웃고 많은 사람은 울 수 있도록 사십시오.” 
 
참으로 어떻게 떠나야하는지 잘 말씀해주신 것 같습니다. 
오늘 예수님께서 떠나는 모습이 바로 이런 모습이었습니다. 

(수원교구 전삼용 요셉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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