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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8월 15일 _ 전삼용 요셉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9-08-15 조회수 : 589

8월 15일 [성모 승천 대축일] 
 
요한 묵시록 11,19ㄱ; 12,1-6ㄱㄷ.10ㄱㄴㄷ
코린토 1서 15,20-27ㄱ
루카 1,39-56 
 
영화 ‘기생충’은 가난한 집 가족과 부잣집 가족 간의 관계를 통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줍니다.
가족 간의 관계가 아니라 두 인격체의 관계로 대입해 생각해도 괜찮은 영화 같습니다.
     
그러면 이제부터 가난한 우리가 어떻게 으리으리한 집을 차지할 수 있는지 그 방법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가장 간단하면서도 가장 좋은 방법은 돈을 벌어서 그 집을 구입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가난의 굴레에서 피자 박스나 접으면서 그 집을 살 돈을 모으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또 이것은 그 집에 사는 사람들이 그 집을 팔 의향이 있을 때에만 가능합니다.
      
하느님 나라도 우리가 최종적으로 살게 될 천국과 같은 집입니다. 
그런데 그 하느님 나라의 집을 돈을 많이 모아서 살 수 있을까요? 
그럴 수 없습니다. 
인간이 그만한 액수의 돈을 모을 수 없을뿐더러 그분은 그 나라를 우리에게 파실 의향도 없으십니다. 
당신의 영원한 집이기 때문입니다. 
하느님 나라는 인간이 노력해서 들어갈 수 있는 곳이 아닙니다.
      
그런데도 인간이 자신의 노력으로 하늘나라에서 살 수 있다고 믿었던 적이 있습니다. 
바로 첫 조상들이 그랬습니다. 
그들은 무화과 잎으로 두렁이를 만들어 자신들을 가렸습니다. 
그러면 버틸 수 있을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인간의 행위와 공로만으로는 결코 그 나라에 살 자격을 얻을 수 없습니다.
      
돈을 벌어서 집을 살 수 없다면 어떻게 하면 될까요? 
두 번째 방법은 강탈하는 것입니다. 주인을 죽이면 됩니다. 
이것을 잘 표현했던 영화가 ‘숨바꼭질’입니다. 
남의 집에 몰래 숨어살면서 결국엔 그 집 주인을 죽이고 그 집을 자신이 차지하게 된다는 내용입니다.  
 
이는 마치 뻐꾸기가 남의 둥지에 알을 낳아놓으면 그 뻐꾸기 새끼가 본래 그 둥지의 새끼들을 몰아내고 자신이 그 집의 주인으로 차지하게 된다는 내용과 같습니다.
      
그런데 만약 그렇게 집을 차지하더라도 그 사람은 그 집에서 자유롭게 살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법적으로 그 집이 그 사람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언젠가는 수갑 차게 될 것입니다.
      
예수님은 “세례자 요한 때부터 지금까지 하늘나라는 폭행을 당하고 있다. 
폭력을 쓰는 자들이 하늘나라를 빼앗으려고 한다.”(마태 11,12)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습니다. 
이는 본래 주인이신 당신을 죽이고 하늘나라를 차지하려던 유다인들을 두고 하신 말씀이었습니다. 
본 주인을 제외시키고는 결코 온전한 방법으로 그 집을 차지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더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요? 
세 번째 방법은 그 집의 일꾼으로 들어가는 것입니다. 
영화 기생충에서 한 일가족 모두가 그 집에 일꾼으로 취직합니다. 
그러면 합법적으로, 또 월급도 받으며 그 집을 누릴 수 있습니다.
      
하늘 나라에서 이렇게 살아가는 이들이 ‘천사들’입니다. 
천사들은 하느님의 종으로서 합당하게 하늘 나라를 누립니다.
그러나 한계가 있습니다. 
잠은 다시 지하 단칸방에 가서 자야한다는 것입니다.  
 
그 집의 주인이 되지 않는 이상은 그 집의 모든 것을 내 것처럼 누릴 수는 없습니다. 
그렇더라도 지옥에 가는 것보다 주님의 종으로서 그 집을 어느 정도 누릴 수 있다는 것은 큰 기쁨일 것입니다.
      
만약 이렇게 종살이하는 것이 싫어 그 집을 다시 강탈하려 한다면 마귀가 됩니다. 
아예 쫓겨나게 되는 것입니다. 
아담과 하와도 사실은 그렇게 주인의 것을 인정하려 하지 않고 자신의 것처럼 여겼기 때문에 쫓겨나게 되었습니다. 
종은 주인의 것과 내 것을 명확하게 구분하고 지내야합니다. 
따라서 종으로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는 것도 아주 좋은 방법은 아닙니다.
      
영화 ‘기생충’에서 반지하에 사는 아이는 그 부잣집의 딸의 과외선생으로 들어갑니다. 
그리고 둘은 서로 사랑하게 됩니다.
      
만약에 둘이 결혼까지 하게 된다면 그 아이는 그 집을 자신의 집처럼 누릴 수 있습니다. 
주인의 자녀와 혼인하면 결국 한 가족이 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결혼이 성립되려면 나도 그 집 자녀를 사랑하고 그 집 자녀도 나를 사랑해야만 합니다. 
사랑은 자기 자신의 모든 것을 상대에게 내어주는 것입니다. 
상대를 위해 죽을 줄 알아야 둘이 한 몸이 될 수 있습니다. 
내가 내 자신을 내어주어야 상대가 자신을 내어주어 나는 그 상대의 심장에 살고 
그 상대는 나의 심장에 살게 됩니다.
      
하느님 나라를 이렇게 차지한 첫 모델과 같은 분이 계십니다. 
성모 마리아는 하늘나라의 아드님과 한 몸이 되어 하느님 나라를 당신의 것으로 삼으셨습니다. 
그분이 하느님의 아드님을 잉태하시게 된 것은 그분의 뜻을 당신의 뜻으로 삼았기 때문입니다.
      
사람을 받아들이는 것은 그 사람의 뜻을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뜻이 욕구요 본성입니다. 
예수님은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을 실행하는 사람이 내 형제요 누이요 어머니다.”(마태 12,50)
라고 하십니다. 당신 뜻을 받아들이는 사람이 당신 가족이라는 의미입니다.  
 
성모 마리아는 주님의 뜻이 당신 안에서 그대로 이루어지기를 바라시며 하느님의 아드님과 한 몸이 되셨습니다.
     
오늘 성모 승천 대축일을 지냅니다. 
하느님께서 인간을 어떻게 영광스럽게 하실 것인지 성모님을 통해 보여주신 것입니다. 
성모님은 그런데 하느님 나라를 그 이전부터 차지하고 계셨던 분입니다. 
바로 하느님의 뜻인 예수 그리스도를 받아들이고 당신 뜻을 봉헌하는 순간부터 
하느님의 나라는 성모 마리아의 것이었습니다.
      
성모 마리아는 이렇듯 우리가 어떻게 하느님 나라를 차지할 수 있는지 몸소 보여주신 구원의 모델이십니다. 
그분이 하늘로 올라간 것만 경축할 것이 아니라 내가 그분의 모범으로 그분과 같은 결말을 맞게 될 것인지를 살펴야겠습니다. 
 
오늘 나는 하느님의 아드님, 하느님의 뜻을 잉태하며 예수 그리스도로 살려고 노력하였습니까? 
그러면 당신을 땅으로 내려오게 해 준 우리를 위해 당신이 계신 곳으로 우리를 올려주실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나를 통해 이 땅에 살게 합시다. 
내가 하늘로 올라가는 유일한 길입니다. 
하느님의 유일한 뜻은 나의 이웃을 내 몸처럼 사랑하라는 것입니다. 
 
 
(수원교구 전삼용 요셉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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