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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7월 27일 _ 전삼용 요셉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9-07-27 조회수 : 447

7월 27일 [연중 제16주간 토요일] 
 
탈출기 24,3-8
마태오 13,24-30 
 
< 밀과 가라지를 구별하는 법 > 

김지은씨는 북한에서 9년간 한의사로 일하면서 절망을 느꼈습니다. 
영양실조로 죽어가는 아이들을 보며 엄마와 함께 울어주는 것 외에는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이에 맨몸으로 두만강을 건너 중국 시골마을로 들어갔습니다. 
중국 공안에 잡혔지만 마을 사람들의 사정으로 가까스로 풀려났습니다.  
 
그녀는 보다 안전한 북경으로 도망쳐 3년간 파출부와 도시락 판매원으로 일했습니다.
거기서도 불안을 느껴 미얀마로 피신했지만 또 경찰에 잡혔습니다. 
그러다 구사일생으로 한국에 들어올 수 있었습니다. 
 
한국에서 처음에는 다단계 판매사원으로 일했습니다. 
그러다 정착금으로 받은 것을 몽땅 잃고 말았습니다. 
먹고 살 길이 막막했습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은 한의사가 되는 길뿐이었습니다. 
그래서 보건복지부를 찾아갔습니다.  
 
담당 공무원은 무심하게 “북한에 가서 대학졸업증명서를 가져오세요.”라고 대답했습니다. 
그것은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어쩔 수 없구나! 죽는 수밖에 ...’
그녀는 유서를 써놓고 문을 닫아걸었습니다.
1분 후면 목숨이 끊어질 순간이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모든 생각이 사라지고 고요함이 밀려왔습니다. 
시야가 매우 투명해지고 지나간 일들이 영화처럼 스쳐갔습니다. 
 
‘지금보다 더 힘들 때가 많았구나! 그런데 왜 세 끼 밥을 다 먹을 수 있는 지금 죽으려 하는 것인가? 
그렇다. 욕심이 커졌기 때문이다.’ 
 
그녀는 다시 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러나 이전의 욕심을 내려놓기로 했습니다.
살아있는 것에 감사하기로 했습니다. 
한의사가 되고 싶다는 마음도 내려놓았습니다.
그러자 모든 것이 조금씩 잘 풀리기 시작하였습니다.  
 
여기저기서 도움의 손길이 나타났습니다.
직장동료들은 한의대 진학을 도와주었습니다.
그녀는 국회청원을 내서 지방 한의대 편입학 자격을 얻었습니다. 
그리고 몇 년 후 마침내 한의사 국가고시에 합격하였습니다.  
 
그녀는 남북한의 한의사 자격증을 모두 가진 최초의 한의사가 되었고 지금은 잘 나가는 한의원 원장입니다. 
 
주님의 씨는 밀이고 사탄이 뿌린 씨는 가라지입니다. 
밀과 가라지는 서로 비슷하여 구분하기 어렵습니다. 
나중에 심판 때 구분이 되기는 하겠지만 자기 자신이 먼저 자신이 밀인지 가라지인지 구분해보지 않으면 나중에 큰 후회를 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밀과 가라지는 어떻게 구분이 될까요?
하느님의 본성으로 새로 태어났으면 밀이고,
태어날 때의 본성을 그대로 가지고 있으면 가라지입니다.  
 
밀은 사랑할 줄 알고 가라지는 집착합니다.
사랑과 집착은 구분하기 어렵습니다. 
사랑과 집착을 구분할 줄 알아야 밀인지 가라지인지도 구별이 가능해집니다. 
 
사랑과 집착은 어떻게 다를까요? 
있으면 좋고 없어도 괜찮으면 사랑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있으면 너무 좋아서 없으면 못 살 것 같다면 그건 집착입니다.  
 
하느님은 인간이 지옥 간다고 지옥까지 쫓아가시지는 않으십니다. 
그러면 집착일 것입니다. 
사랑은 자유를 존중해줍니다.  
 
그러나 자아의 집착은 그렇지 않습니다. 
그것을 잃지 않으려고 목숨까지 버립니다.
사업이 망해 길거리에 나 앉게 되었다고 자살을 생각한다면 그 사람은 가라지입니다.  
 
그러나 하느님을 품은 사람은 그런 것을 다 잃더라도 여전히 영원한 생명을 품고 있기에 삶을 포기할 이유가 없습니다. 
 
이런 의미로 김지은 원장은 자살하려고 할 때까지가 가라지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집착하며 살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 집착을 내려놓자 밀이 되었습니다.
자아를 버렸기 때문입니다. 
자아를 버렸다는 것은 다른 본성을 받아들였다는 뜻입니다. 
 
성경에 “미워하라!”는 말은 “사랑하라!”는 말과 동의어입니다. 
사랑하는 것이 미워하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부모도 미워하고 가족도 미워하고 돈도 미워하라고 하십니다. 
이는 사랑하라는 말입니다. 
당신을 따르기 위해 장애가 되면 버리라는 뜻입니다.  
 
그러나 있으면 좋은 것입니다. 
당신을 따르는데 장애가 되지 않으면 굳이 가난을 자랑할 필요는 없는 것입니다.  
 
돈을 미워하라는 말은 일부러 거지가 되라는 말은 아닙니다. 
거지가 되더라도 상관하지 말라는 말입니다. 
 
랩퍼 중 가장 돈을 많이 번다는 도끼는 돈이 엄청 많습니다. 
한 달에 수천 만원하는 백 평이 넘는 초호화 호텔 방에 백화점을 연상케 하는 명품 옷, 장신구, 운동화들을 갖춰놓고 살아갑니다.
고양이 방이 보통 집 안방보다 큽니다. 
 
차고엔 초고가 외제차들이 즐비합니다.
진열장엔 5만 원짜리 돈다발이 수북이 놓여있습니다. 
매달 한 뭉치씩 어머니에게 드린다고 합니다. 
 
그는 밀일까요, 가라지일까요? 아직은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그는 가난을 아는 사람입니다. 
2년 간 기획사 옥상 컨테이너에 살며 랩을 배울 땐 단 돈 5백 원도 없었다고 합니다. 
그는 그 때를 잊지 않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술, 담배, 커피를 일절 하지 않습니다. 
공연이 끝나도 뒤풀이를 하지 않고 바로 집으로 돌아옵니다. 
이 말은 그가 돈 버는 것이 돈에 집착해서가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돈으로 육체의 욕망을 채우기 위함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아마도 그는 돈이 없어도 잘 살아갈 것입니다.
이런 면을 볼 때 밀에 더 가깝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밀은 사랑하고 가라지는 집착합니다. 
가라지는 집착의 본성이고 밀은 사랑의 본성입니다.  
 
내가 사람이나 세상 것들을 사랑하는지, 집착하는지 살펴야합니다. 
둘은 비슷한 것 같지만 매우 다른 심판을 받게 됩니다. 
 
(수원교구 전삼용 요셉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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