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6일 [연중 제15주간 화요일]
탈출기 2,1-15ㄴ
마태오 11,20-24
< 온유하고 겸손한 마음이 믿음의 그릇 >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디오게네스는 자기의 생각을 거리낌 없이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으로 유명했습니다.
하루는 어떤 부자가 그의 명성을 듣고 가르침을 얻고자 그를 자기 집에 초대했습니다.
부자의 집은 으리으리했습니다.
정원은 온갖 기화요초로 가득했고 집안은 각종 보석으로 꾸며졌습니다.
부자는 자신의 집을 자랑하느라 디오게네스에게는 단 1분도 말할 기회를 주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별안간 디오게네스가 부자의 얼굴에 가래침을 뱉어버렸습니다.
당황한 부자에게 디오게네스가 처음으로 한 마디 했습니다.
“아까부터 침 뱉을 곳을 계속 찾았는데 이 집은 너무 아름다워 침 뱉을만한 곳이 한 군데도 없더군요.”
교만한 사람은 침을 맞습니다.
교만은 자신을 믿는 마음입니다.
재산을 사랑하는 마음도 자신을 믿는 마음이기에 교만입니다.
이런 마음은 영광이 아닌 침 뱉음을 받게 됩니다.
칭송을 받거나 저주를 받는 것은 다 자신의 마음에 달렸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수많은 기적을 일으킨 티로와 벳사이다,
그리고 카파르나움을 혼내십니다.
그 많은 기적을 소돔과 고모라에서 하셨다면 그들은 회개하였을 텐데 이 도시들에 사는 사람들은 믿으려하지 않았습니다.
오늘 복음말씀만 가지고는 그들이 왜 그렇게 마음이 완고한 사람이 되었는지 알 수 없습니다.
그런데 오늘 복음 밑에 예수님께서 “나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니 내 멍에를 메고 나에게 배워라.
그러면 너희가 안식을 얻을 것이다. 정녕 내 멍에는 편하고 내 짐은 가볍다.” 라고 하신 말씀이 나옵니다.
예수님은 당신의 온유하고 겸손한 마음을 배우라고 하시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기적을 보고도 믿으려하지 않는 사람들의 마음은 예수님의 마음과 반대였던 것입니다.
마음이 교만하고 완고하여 예수님께서 기적을 그렇게나 많이 보여줘도 믿으려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따라서 기적을 요구하기 전에 먼저 믿음을 간직할 마음의 그릇을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신을 믿지 않을 때 하느님을 믿을 수 있게 됩니다.
자신을 덜 믿는 만큼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한 것입니다.
온유와 겸손한 마음의 크기가 믿음을 담는 그릇의 크기입니다.
위대한 성인이 되기 위해 한 수도원에 들어온 젊은 수사가 있었습니다.
그는 외모도 출중하고 머리도 똑똑하여 못 하는 것이 없는 인물이었습니다.
대부분의 나이 많은 수도자들은 이 젊은 수사에게 의지해야 했습니다.
젊은 수사는 자신도 모르게 자신이 그 수도회에 꼭 필요한 인물이라고 자만해졌습니다.
어느 날 일을 하다가 나이 많은 수도자는 새파란 수도자와 일을 하다가 이렇게 말합니다.
“이 흙 위에다 물을 좀 부어주겠나?”
젊은 수도자가 물을 부었습니다.
그러자 물은 옆으로 다 흘러가고 맙니다. 흙이 단단했기 때문입니다.
그러자 이 나이 많은 수도사는 옆에 있는 망치를 들어 흙덩어리를 깨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부서진 흙을 모아놓고 젊은 수도사에게 다시 한 번 물을 부어보라고 말합니다.
물은 잘 스며들었고 부서진 흙을 뭉쳐 가기 시작했습니다.
나이든 수도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이제야 흙 속에 물이 잘 스며드는구먼.
여기에 씨가 뿌려진다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을 것이야.
우리 역시 깨어져야 하느님께서 거기에 물을 주시고, 그럴 때 씨가 떨어지고 꽃이 피고
열매가 맺힐 수 있는 거지.
우리 수도자들은 이것을 ‘깨어짐의 영성’이라고 한다네.
자네를 쌓아가지 말고 깨어가게.
이 일을 시작하면 비로소 수도원에 들어온 것이라네.” 오늘 저주 받는 도시들의 사람들은 고집 세고 교만했습니다.
그들이 그렇게 된 이유는 마음을 잘 가꾸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마음을 소홀히 하고 다른 것을 해봐야 하느님께 사랑받을 수 없습니다.
마음을 잘 가꾼다는 것은 자신의 생각을 죽여서 온유하고 겸손하게 만든다는 것을 말합니다.
마음이 믿음의 그릇이기에 마음을 가꾸지 않으면 믿음도 담겨질 수 없습니다.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지 못하면 예수님께서 아무리 믿음을 부어주어도 믿음이 담기지 않습니다.
그렇게 되면 오늘 저주받은 도시들처럼 지옥에 떨어지게 됩니다.
믿음을 담을 수 있는 그릇은 내 안의 부서지고 낮추인 마음입니다.
믿음을 가지려고 노력하기 전에 그 믿음을 담을 그릇부터 확인해야겠습니다.
(수원교구 전삼용 요셉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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