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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7월 15일 _ 전삼용 요셉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9-07-15 조회수 : 604

7월 15일 [연중 제15주간 월요일] 
 
탈출기 1,8-14.22
마태오 10,34─11,1 
 
< 샘플 사용 가능한 신앙 > 

화장품이나 혹은 이와 유사한 제품들에는 ‘샘플’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샘플을 조금 써보고 결정하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샘플은 돈을 받지 않습니다. 
더 많은 제품을 팔기 위한 하나의 장사수단입니다.  
 
샘플을 사용해보지도 않고 많은 양을 구매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하지만 샘플을 억지로 내밀며 뿌려보라고 하면 ‘미안해서 사야 되지 않을까?’라는 부담감이 들어 아예 그 쪽으로 가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 부담감을 떨쳐낼 수 있어야 우리는 참으로 좋은 물건을 고를 수 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복음도 이런 식으로 전하라고 하시는 것 같습니다. 
처음엔 아주 무시무시한 말씀으로 시작하십니다.
당신께서는 평화를 주러 오신 것이 아니라 칼을 주러 오셨다고 하십니다.  
 
그래서 가족이 서로 갈라지게 되고, “집안 식구가 바로 원수가 된다.”고 하십니다. 
당신을 받아들이면 가족과도 원수가 되어야 하는데, 그래도 좋으면 받아들이고 싫으면 말라는 식입니다.
박해 시대 때를 생각해보면 정말 이 말씀이 맞습니다.  
 
남편이 아내를 고발하고 자녀가 부모를 고발하였습니다. 
이렇게 되면 이제 ‘가족을 먼저 생각할지, 믿음을 먼저 생각할지’ 결정해야만 합니다. 
이때 가족을 선택하게 된다면 당신에게 합당하지 않다고 말씀하시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예언자를 예언자라서 받아들이는 이는 예언자가 받는 상을 받을 것이고, 의인을 의인이라서 받아들이는 이는 의인이 받는 상을 받을 것이다.”라고 하십니다. 
이 말씀은 ‘의인을 의인으로 받아들이기 위해서 당신은 무엇을 버리고 있습니까?’ 라고 묻는 것과 같습니다.  
 
예수님을 예수님으로 받아들이기 위해 가족의 애정 같은 것도 버릴 수 있느냐고 묻는 것입니다.
어떤 찬송에 “나 무엇과도 주님을 바꾸지 않으리. 다른 어떤 은혜 구하지 않으리. 
오직 주님만이 내 삶에 도움이시니, 주의 얼굴 보기 원합니다.”라는 가사가 있습니다.  
 
우리는 끊임없이 하느님이 주시는 생명과 사탄이 내미는 것과의 가치를 재며 무엇을 선택할지 고민하게 됩니다.
그런데 조금 더 내려와 보면 결론적으로 이런 말씀을 하십니다. 
 
“이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그가 제자라서 시원한 물 한 잔이라도 마시게 하는 이는 자기가 받을 상을 결코 잃지 않을 것이다.” 
 
가족의 애정까지도 끊을 각오를 하고 당신을 따라야만 한다고 말씀하시다가, 물 한 잔만 봉헌할 수 있어도 반드시 상을 받는다는 말씀으로 끝내시는 것입니다.
이렇게 말씀하신 의도는 처음부터 뛰어들기 겁나거든 아주 조금만이라도 받아들여 보라는 
말씀이신 것 같습니다.  
 
물 한 모금을 당신의 제자들에게 봉헌하는 것이 더 좋은지, 그냥 마셔버리는 것이 더 좋은지 일단 해 보고 결정하라는 말씀 같습니다. 
일종의 복음 샘플인 것입니다.
저도 강론을 쓰기 싫을 때가 종종 있습니다. 
생각은 안 나고 올려야 할 시간이 다가오면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그럴 때는 좀 쉬고 싶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러면 주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 같습니다.
“고생하면서 사랑받는 게 낫니, 푹 쉬면서 아무 사랑도 못 받는 게 낫니? ... 
그냥 안 써도 되게 해 줄까?” 
 
그러면 저는 정색을 하고 “아뇨, 쓰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를 외칩니다.
사실 큰 고생도 아닌데 많은 분들이 제 글을 읽어주는 것에 참으로 감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주님께도 인정받는 느낌을 받습니다. 
그러면서도 내면에서는 ‘내가 고생하는 것에 비해 그만큼 만족이 오고 있는가?’ 란 질문을 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입니다.
저도 처음엔 강론을 주일만 올렸습니다. 
그것도 아는 지인들에게만 보냈습니다. 
그러다가 매일 쓰게 되었고, 지금은 여러 군데 올라가고 있습니다.  
 
카톡이나 페이스북을 통해서도 읽으시는 분들이 많다고 합니다.
만약 주일 강론만 지인들에게 보낼 때 그 노력에 비해 돌아오는 것이 적다고 느꼈다면 지금까지 쓰지는 못했을 것입니다. 
어쩌면 샘플을 써 보는 것도 좋은 것 같습니다. 
문제는 거의 공짜인 샘플도 써 보지 않고 지례짐작으로 “안 사!”라고 해 버리는 마음일 것입니다. 
 
어떤 연예인이 병역을 기피한 일 때문에 괘씸죄로 입국이 거부당한 일이 있습니다. 
그것 때문에 얼마나 마음고생이 심했겠습니까? 
만약 군 생활도 샘플이 있었다면 그렇게 겁먹고 바로 국적을 포기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하늘나라의 행복은 다행히 샘플이 있습니다. 
냉수 한 잔을 주는 행위도 하늘나라의 행복을 줍니다. 
샘플을 잘 이용해 좋은 것을 많이 사서 부자가 되어야겠습니다. 

(수원교구 전삼용 요셉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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