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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7월 5일 _ 전삼용 요셉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9-07-05 조회수 : 427

7월5일 [성 김대건 안드레아 대축일] 
 
역대기 하권 24,18-22
로마 5,1-5
마태오 10,17-22 
 
<​세상의 천재, 천국의 바보> 
 
     
한 연구에서 초등학교 교사들에게 가장 마음에 드는 학생들과 가장 마음에 들지 않는 학생들의 목록을 작성하게 했습니다. 
그리고 두 집단의 학생들을 여러 가지 특성에 따라 점수를 매기도록 했습니다.  
 
조사 결과 교사들이 가장 마음에 들지 않는 학생들은 자기 스스로 규정을 만드는 이른바 비순응자들이었습니다. 
기존 체계에 의문을 품고 새로운 시스템을 꿈꾸는 이들이었던 것입니다.  
 
교사들은 이렇게 도발적이면서도 창의적인 학생들은 좋아하지 않았고 순응하고 머리 좋은 학생들을 좋아했습니다. 
그러나 세상을 바꾸는 이들 대부분은 순응하는 학생들이 아닌 비순응자들이었습니다. 
 
심리학자 엘렌 위너(Ellen Winner)는 신동이나 천재들은 어른이 되면 자기 분야에서 전문가가 되고 자기 조직에서 지도자가 된다고 합니다.
하지만 “신동들 가운데 아주 극소수만이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오는 창의력을 발휘한다.” 고 말합니다. 
 
신동들은 자신의 뛰어난 능력을 평범한 방식으로 사용하지만, 세상을 변화시키는 사람들은 자신의 평범한 능력을 천재적으로 발휘합니다.  
 
예를 들면 천재들은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가 되지만 비순응자들은 사람들이 의료 혜택을 받지 못하는 고장 난 의료체계를 바꾸기 위해 싸운다는 것입니다.  
 
천재들은 불합리한 법을 바꾸기 위해 애쓰기보다는 시대에 뒤떨어지는 법을 위반한 고객들을 변호하는 변호사가 됩니다. 
 
그러나 어떤 이들은 불합리한 법에 맞서 새로운 시대를 엽니다. 
퓰리처상을 수상한 역사학자 잭 래코브(Jack Rackove)는 미국의 독립선언문에 서명한 이들은 혁명가적 기질이 전혀 없는 이들이었다고 합니다. 
다만 두려움에 맞설 용기가 있는 이들이었습니다.  
 
세상을 변화시키는 이들은 적응력이 강한 천재들이기보다는 의심을 품고 편한 자리에서 내려와 아슬아슬한 모험을 즐길 줄 아는 용기 있는 이들이었습니다.
[참조: ‘오리지널스; 1장 창조적 파괴’, 애덤 그랜트, 한국경제신문] 
 
오늘은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 대축일입니다.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은 체력도 약했고 공부도 함께 갔던 최방제, 최양업 신학생보다 뛰어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결국엔 가장 먼저 사제가 되었고 복음을 전하기 위해 가장 많은 노력을 하였습니다. 
그 이유는 당연히 믿음 때문이었습니다. 
 
그를 심문하던 관장이 “왜 왕명을 거슬러 그 종교를 믿는 거요. 그 교를 버리시오.”라고 말하자, “나는 그 교가 참되기 때문에 믿는 거요. 그 교는 천주를 공경하도록 나를 가르치고 나를 영원한 행복으로 인도해주오. 배교하기를 거부하오.”라고 대답했습니다. 
 
관장은 시대에 순응하는 엘리트였습니다.
기존체제에 가장 잘 순응하는 이들은 엘리트라 불립니다. 
그러나 김대건 신부님은 더 천재였습니다.
하느님의 뜻을 따랐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천재라도 하느님의 뜻에 다다를 수는 없습니다. 
스티븐 호킹도 평생 천재소리를 들었지만 우주인이 있을 수 있다고는 말했지만 신은 없다는 결론을 내고 죽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 사람처럼 천재가 아니어도 하느님이 계심을 압니다. 
자신의 머리를 믿는 이들은 세상에선 인정받을 수 있어도 거기까지입니다. 
 
자신을 박해하는 이들을 위해 기도해주시는 김대건 신부님의 이런 지혜를 그들은 어떻게 생각했을까요? 
 
“관장님, 천주님의 사랑을 위해 고문을 받도록 해준 데 대해 감사드리오. 천주께서 당신을 더 높은 벼슬에 오르게 하여 그 은혜를 갚아주시기를 기원하오.” 
 
아마 바보로 여겼을 것입니다. 
그러나 하느님의 뜻이 세상에서는 어리석음이지만 우리에게는 구원에 이르는 지혜입니다. 
사람의 머리로 다다를 수 없는 하느님의 지혜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사람들이 너희를 넘길 때, 어떻게 말할까, 무엇을 말할까 걱정하지 마라. 너희가 무엇을 말해야 할지, 그때에 너희에게 일러 주실 것이다. 
사실 말하는 이는 너희가 아니라 너희 안에서 말씀하시는 아버지의 영이시다.”라고 말씀하십니다. 
 
내가 나의 머리에 의지하지 않고 하느님의 영에 의지할 때 나는 천재라는 인간들보다 훨씬 지혜로우신 하느님의 영을 따르는 사람이 됩니다. 
그러면 이 세상의 무의미하고 무가치한 체제에서 벗어나 참 지혜의 삶을 살게 됩니다.  
 
이 세상 사람들은 돈과 쾌락과 명예를 좇지만 성령께서는 가난과 절제와 멸시와 박해의 가치를 알게 하십니다. 
그래서 김대건 신부님이 마지막으로 신자들에게 이렇게 당부하시는 것입니다. 
 
“마음으로 사랑해서 잊지 못하는 신자 여러분, 이런 환난의 때를 당하여 부디 마음을 헛되게 먹지 말고, 밤낮으로 주님의 돌보심을 빌어 삼구(三仇: 세속, 육신, 마귀)를 대적하십시오. 박해를 참아 받아 주님께 영광을 드리고, 여러분들의 영혼을 위한 큰일을 도모하십시오.”
[출처: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와 가경자 최양업 토마스 신부의 삶과 영성’, CBCK 시복시성 위원회] 
 
현명하고 현명하다는 사람들도 세상의 속임수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자신의 머리를 믿고 세상에서 성공하기 위해 순응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하느님은 당신을 믿는 이들을 성령을 통하여 세상을 밟고 천국으로 오르는 길로 안내합니다.  
 
세상에서 천재보다 천국의 바보가 훨씬 지혜롭습니다. 
믿음만 있다면 아무리 바보라도 성령의 지혜로 삽니다. 
세상의 천재는 아무리 똑똑해도 아주 작은 성령의 지혜의 조각에도 다다르지 못합니다.  
 
성령의 지혜는 세상의 어리석음입니다. 
그런 성령을 택하는 것이 순교의 길이요, 참 지혜의 길입니다. 
 
 
(수원교구 전삼용 요셉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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