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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6월 25일 _ 전삼용 요셉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9-06-25 조회수 : 558

6월 25일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 
 
신명기 30,1-5
에페소 4,29―5,2
마태오 18,19ㄴ-22 
 
< 하나가 되어야 기도에 힘이 생긴다 > 

부산교구 허성 야고보 원로 신부님이 법원 옆에 있는 부산의 모 성당에서 본당신부를 하고 계실 때의 일입니다. 
마침 이혼하기 위해 법원에 온 부부가 법원이 점심시간이 된 터라 갈 곳이 없어 
성당을 배회하고 있었습니다. 
둘 다 신앙인이어서 성당에 잠깐 앉아 있다가 기도가 되지 않아 다시 나왔습니다. 
 
신부님은 그들을 보고 무엇 때문에 이혼을 하려고 하느냐고 물었습니다. 
남편이 먼저 “이 사람은 제가 무슨 일만 하려고만 하면 반대를 합니다.”라고 합니다.
그랬더니 자매가 “당신이 잘했어봐라. 내가 반대하나?”라고 하며 언성이 높아집니다.  
 
신부님은 “아니, 싸우다가도 어른이 오시면 싸움을 멈추는 법인데 신부님 앞에서 이게 뭐 하는 것입니까?”라고 호통을 치셨습니다.
그들은 용서를 청했고 신부님은 그러면 보속으로 2시간 동안 함께 성체조배를 하라고 했습니다. 
 
두 시간 뒤 두 사람이 눈물이 범벅이 되어 사제관 초인종을 눌렀습니다. 
두 시간 동안 성체 앞에 있다 보니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서로가 잘못했다고 뉘우치고 용서를 청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들은 신부님이 보는 앞에서 이혼서류를 찢어버렸고, 신부님은 바로 혼인갱신 예식을 해 주었습니다. 
 
기도의 목적이 무엇일까요? 집안이 잘 되는 것일까요? 
남편이 승진하고 자녀가 성공하는 것일까요?  
 
기도를 통해 오시는 분은 ‘성령’이십니다. 
성령은 사랑이시고 사랑은 일치시킵니다.
그러니 기도하면 하나가 되는 것입니다.
하느님은 기도하는 이들이 하나가 되는 것 외에는 바라시는 것이 없으십니다. 
그런데 이 목적은 제쳐놓고 기도를 하니 다른 것도 들어주실 수 없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두 사람이 마음을 모아 무엇이든 청하면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서 이루어주실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 
그 이유는 두 사람이나 세 사람이라도 당신 이름으로 모인 곳에는 당신도 함께 계시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 용서 이야기가 나옵니다. 
베드로 사도가 자신에게 잘못한 사람이 있다면 몇 번이나 용서해야 하느냐고 여쭈어봅니다.
예수님은 일곱 번에 일흔 번이라도 용서해야 한다고 하십니다. 
 
일곱이란 숫자는 성령을 상징하는 숫자입니다.
용서는 사람의 힘으로 되지 않습니다. 내 안에서 성령께서 시켜주시는 것입니다.  
 
사람이 함께 모이기 위해서는 용서가 절대적으로 요구됩니다. 
완전한 사람이 없기 때문에 항상 서로서로 상처를 줍니다. 
한 사람만 상처 주는 경우는 없습니다. 
그래서 기도를 통해 오시는 성령으로 용서할 수 있는 힘을 기르지 않으면 누구든 갈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반면 기도하여 성령의 힘으로 용서하여 둘이 하나가 되었다면 하느님의 자녀가 된 것입니다.
성령께서 하느님을 아버지라 부르게 하시기 때문입니다. 
하나가 될 줄 아는 사람이라야 그 기도의 목소리가 아버지의 귀에까지 닿습니다. 
둘이나 셋이 하나가 되었다면 그것 자체가 하느님의 자녀라는 증거이기 때문입니다. 
 
내가 용서 못하는 사람이 있으면서 기도해봐야 소용이 없는 이유가 이것입니다. 
무언가 청하기 이전에 무언가 청할 자격이 있는지부터 살펴야합니다. 
누군가에 무언가를 청할 때 그 누군가가 호감을 가질 무언가를 지니고 있어야합니다. 
사랑하는 사람은 모든 것을 얻어낼 수 있으나 미워하는 사람은 아무 것도 얻어내지 못합니다. 
 
우리나라는 남북으로 갈라져있습니다. 
과거의 일들을 잊지 못하고 미움과 원망을 가진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러니 종교 내에서도 좌파니 우파니 갈라지기 일쑤입니다.  
 
이런 종교에서 하는 기도를 주님께서는 듣기 거북해하십니다. 
먼저 화해하고 기도하시기 원하십니다.  
 
이는 마치 민물에 사는 물고기와 바닷물에 사는 물고기가 함께 부모를 찾겠다는 것과 같습니다.
섞일 수 없는 사람들끼리 하느님을 같은 부모라고 해봐야 부모님 마음만 아플 뿐입니다.  
 
주님은 갈라진 겨레가 하나가 되기를 원하십니다. 
갈라진 공동체, 성당, 교회, 나라가 하나가 되기를 원하십니다. 
만약 하나만 된다면 그 공동체가 못할 것이 없을 것입니다. 
 
우산과 나막신을 파는 두 아들을 둔 어머니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어머니가 우산을 파는 아들을 위해 기도하면 나막신을 파는 아들은 장사가 망하고 그렇다고 비가 오지 않게 기도를 하면 우산을 파는 아들이 망합니다. 
 
남과 북이 갈라져있다는 것 자체가 우리 기도가 주님께 도달하는 것을 막습니다. 
통일이 되어 하나가 되면 주님께서는 우리가 청하는 모든 것을 들어주실 것입니다.  
 
로미오와 줄리엣이 우리 장차 미래의 자녀들이라면 그들의 사랑이 비극으로 끝나지 않도록, 먼저 두 집안이 화해하고 하나가 되는 일을 완수해야합니다.  
 
하느님께는 불가능한 일이 없으십니다. 
함께 기도하면 하나가 될 수 있습니다. 
하나가 되면 모든 바라는 것이 이루어질 것입니다. 

(수원교구 전삼용 요셉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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