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3일 [성체 성혈 대축일]
창세기 14,18-20
코린토 1서 11,23-26
루카 9,11ㄴ-17
< 믿음이라는 선물이 담겨 있는 성체 성혈 >
사람은 누군가의 믿음으로 성장합니다.
누구도 자기를 믿어주는 사람이 없다면 그 사람은 자신도 좋아질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지 못해 아주 낮은 수준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회복탄력성]의 저자 ‘김주환’교수가 KBS 아침마당에 나와 강연한 것의 줄거리입니다.
한 개인의 성공과 실패에 중요한 요인인 회복탄력성이 어떻게 얻어질 수 있는가의 연구가 1950년대 중반 하와이 카우아이 섬에서 행해졌습니다.
1950년대까지 카우아이 섬 주민들은 대대로 지독한 가난과 질병에 시달렸고, 주민 대다수가 범죄자나 알코올 중독자 혹은 정신질환자였습니다.
연구자들은 1955년에 이 섬에서 태어난 모든 신생아 833명을 대상으로 이들이 어른이 될 때까지 가정환경과 사회 환경이 그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추적 조사하는 대규모 연구 프로젝트에 착수했습니다.
그 후 20여 년간에 걸쳐 추적 조사한 연구 성과들이 책으로 출간되었지만 그 결과는 상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수준에 불과했습니다.
대부분 가족 구성원들이 가정불화, 이혼, 알코올 중독, 정신질환 등으로 시달렸습니다.
그들은 일찍부터 학습부진에 시달렸으며, 약물중독에 빠지거나 정신질환을 앓았고, 범죄에 빠지거나 사회 부적응자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 연구에 참여한 심리학자 에미 워너는 예외적인 사례들을 발견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전체 연구대상자 중에서 가장 열악한 환경에 놓였던 201명의 성장과정에 대한 자료를 다시 분석하다가 아이들 대부분이 문제아로 성장했을 거란 기대와 달리 약 3분의 1에 해당하는 72명은 별다른 문제가 없었을 뿐만 아니라 강한 자신감과 긍정성을 지닌 훌륭한 젊은이로 성장한 경우도 있었던 것입니다.
그녀는 이러한 현상에 대해 오래 고심한 끝에 그들에게는 삶의 어떠한 역경에도 굴하지 않고 그것을 이겨낼 수 있는 공통된 속성이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꿋꿋이 성장한 아이들은 예외 없이 ‘자신의 입장을 무조건적으로 이해하고 믿어준 어른이 적어도 한 명은 있었던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세상을 살아가는데 꼭 부모가 아니더라도 누군가로부터 인정받으면 그 믿음에 보답하기 위해 자신도 노력하게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누군가를 믿어준다는 것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믿어준다는 것은 자신을 내어놓는 아픔입니다.
사실 아픔이 없다면 상대가 나를 믿는지 알아차릴 수가 없습니다.
‘아이는 부모가 믿는 만큼 자란다’는 신념으로 아들 교육을 시킨 억척 엄마가 있습니다.
바로 [괜찮아 엄마는 널 믿어]란 책을 쓴 저자 김민경씨입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부모와 대화 없이 자란 어린 날을 떠올리며, 내 아이만큼은 ‘잘하면 칭찬, 못해도 격려’의 마인드로 밝게 키우고 싶다는 꿈으로 수많은 자녀 교육서를 읽고, 코칭 리더십 등 다양한 강의를 통해 자녀 교육 노하우를 쌓았습니다.
그러나 교육은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그렇더라도 믿는 만큼 자란다는 신념은 버리지 않았습니다.
성호가 게임에 빠져 초등학교 3학년 때는 결국 엄마의 지갑에 손을 대게 되었습니다.
그 때 엄마가 그 모습을 보았습니다.
엄마는 다시는 그러지 않도록 때려주고 싶었지만, 차차 마음이 가라앉고 자신도 어렸을 때 엄마의 지갑에 손을 댔고 군것질을 했고 남은 돈을 숨겨놓고 가슴 조렸던 기억을 떠올리니 웃음이 피식 나왔습니다.
그리고 그 때 자신이었다면 엄마에게 어떤 말을 듣고 싶었을지를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눈을 맞추고 미소를 지으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돈이 필요하면 엄마한테 말하지 그랬어. 엄마가 안 줄 것 같았어?
내일부터 2000원을 줄 테니까 1000원은 게임하고, 1000원은 맛있는 거 사먹어. 그러나 6시 전엔 꼭 들어와야 한다. 알았지?”
이렇게 아들을 믿어주었습니다.
그러나 성호는 게임에 빠져 초등학생부터 고등학교 1학년까지 반에서 거의 꼴찌만 하였습니다.
그런데 게임 때문에 학교를 자퇴하겠다고 말하던 아이가 어느 날부터 마음을 잡고 스스로 공부를 시작하더니 전교 1등, 연세대 4년 장학생으로 입학하게 되었습니다.
엄마가 믿어준 대로 자란 것입니다.
진정 믿어주는 만큼 자랍니다.
그리고 그 믿음은 내 살을 깎아내는 아픔이 따릅니다.
예수님께서 우리를 동물처럼 살지 않고 하느님의 자녀로 살아갈 수 있음을 믿어주셨습니다.
그 믿음의 표징이 바로 당신의 살과 피입니다.
당신의 살과 피를 먹고 마시면 하느님처럼 순결하고 거룩하고 능력자로서 살아갈 수 있음을 믿게 됩니다.
제가 보좌신부를 할 때 기억에 남는 지역장님이 계셨습니다.
집도 부자이시고 신앙심도 깊어서 소공동체를 이끌어 가시는 분이셨습니다.
그런데 제가 유학 다녀오니 시골의 작은 아파트에 사시고 계신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집에 안 좋은 일이 생겨 큰 집을 팔고 시골로 내려와야만 했던 것입니다.
그때의 포스 넘치던 모습보다는 조금 더 작아진 모습이었습니다.
그분이 집이 망하다시피 하는 그런 고통을 어떻게 넘길 수 있었는지 직접 이렇게 써 보내 주셨습니다.
긴 아픔의 시간이었습니다.
모든 것을 다 정리해야만 했을 때였습니다.
첫 반응이 미사 시작 전 어지럽고 진땀이 흐르며 쓰러지는 상태였습니다.
정들고 많이 힘이 되었던 보금자리를 떠나 조그만 새 보금자리로 옮겨야만 하는 결정을 하는 날......
주님만 함께 모시면 아무 문제가 되지 않을 거라고 스스로 위로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숨을 쉴 쉬가 없었고 기침이 나서 머리를 바닥에 대고 잠을 잘 수가 없었고 밖이 두려워 나갈 수 없는 공포감, 압박감....
삼성병원에서 온갖 검사 다 했지만 결과는 아무 이상 없음...
한상필 루카 박사님이 나의 상태를 보시고, ‘공황장애’라고....
나의 상태는 책을 통해 공황장애 임을 알게 되었지요.
그 고통 중에도 주님만 믿고 기도의 끈을 놓지 않았습니다.
“주님! 너무 슬픕니다. 너무 힘듭니다. 너무 마음이 아픕니다.
너무 억울합니다. 너무 외롭습니다~~~~~
그 순간 머리를 스치는 깨달음을 주셨습니다.
아! 그래 주님께서 제 곁에 내 마음 안에 함께 해 주시는데...
아!~~ 나는 주님의 현존에 대한 외로움을 느끼고 있구나.....
난, 아직도 깊은 기도 안에 머물지 못하고 주님 현존의 외로움 속에 있구나! ......
주님께만 매달리며 장부와 함께 매일미사 봉헌하며 성체 모신 후 얼마나 많은 눈물 흘렸던가.....
6개월 지난 어느 날 2011년 2월28일 월요일 새벽 미사 때 “양 영성체”의 은혜 속에 놀라운 주님은총의 기적이......
“성체 성혈” 모시고 자리에 돌아 왔는데.....
입안에 가득 찬 큰 덩어리!!!! 넘길 수 없는 꽉 찬 큰 덩어리!!!
그 순간, “주님의 몸이심을 믿습니다!
주님의 몸이심을 믿습니다!
주님의 몸이심을 믿습니다!”
뜨거운 눈물 흘리며 고백했을 때 아이스크림이 입안에서 사르르 녹듯이....
입 안 가득 찼던 큰 덩이는 사르르 녹아 영할 수 있었습니다.
놀라우신 주님! 주님사랑! 어찌 잊으오리까!!!
많이 가진 자 부럽지 않고 우리 내외 등 붙이고 사는 조그만 보금자리이지만 부끄럽지 않고.....
행복하나이다~ 행복하나이다~
주님 모시며 살고 있으니.... 모든 것이 행복입니다.....
매 미사 때마다 사제의 손길을 통해 일어나는 “기적의 신비”.
모든 사제를 깨끗하게 해 주시기를.... 기도드리나이다!!
주님! 감사드립니다. 깊은 흠숭드립니다.
주님 홀로 찬미, 영광받으소서! 아멘~ 아멘!
그리스도 성체 성혈 대축일 새벽에.....
(수원교구 전삼용 요셉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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