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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5월 12일 _ 전삼용 요셉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9-05-12 조회수 : 558

5월 12일 [부활 제4주일(성소주일)] 
 
독서 : 사도행전 13,14.43-52
복음 : 요한 10,27-30  
 
친구는 이해해주지만 엄마는 믿어준다
강론을 가장 하기 힘든 대상은 중학생 아이들입니다. 
그 아이들은 세상 근심과 온갖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미사의 처음부터 끝까지 
땅만 바라보고 있습니다.  
 
성당에 와서 앉아 있는 것 자체가 대견하지만 그래도 강론할 때는 힘이 빠질 수밖에 없습니다. 
마치 일부러 사제를 무시하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한 프로 레슬링 챔피언이 미국 중학생들에게 강의하는데 모든 중학생들이 눈물을 흘리며 경청하는 것을 유튜브를 통해 보았습니다.  
 
‘포크포크: 중학생 전체가 눈물 흘린 엄마와 아들의 사연’이란 동영상입니다. 
어떤 말을 했는지 그대로 옮겨봅니다.
“저희 엄마는 항상 제 학교 행사에 참석하셨어요. 
예를 들어 축구시합이 있었다고 해봅시다. 
엄마는 항상 사이드라인에 서 있었어요. 
그러다 경기가 풀리지 않으면 같이 달리곤 했어요. 
‘마크, 일어나, 일어나!’  
 
그럼 저는 창피했습니다. 
저희 엄마가 저에게 준 가장 큰 선물은 ‘저를 믿어주신 것입니다.’ 
저는 약물과다복용으로 3번이나 죽음 직전까지 갔었습니다.
친구를 알면 나를 알 수 있습니다. 
저는 나쁜 친구들과 어울렸고 제가 결국엔 가장 나쁜 사람이 되었습니다. 
왜냐하면 나는 세상 모든 걸 포기했기 때문입니다. 
친구들과 놀다가 새벽에 집에 들어갔어요. 
어머니는 새벽까지 자지 않고 저를 기다리셨죠.  
 
엄마는 ‘안녕 마크, 오늘 밤 잘 보냈니?’라고 물었고 저는 ‘좋았어요! 이제 그만 자러 갈게요.’
라고 말했습니다. 
‘마크, 1분만 이야기할 수 있을까?’ 
‘엄마, 나 피곤해. 자러 갈게.’
‘마크, 오늘 하루 종일 보지 못했잖니, 엄마랑 잠깐 얘기할 수 없을까? 엄마가 부탁해.’
‘제발 저 좀 내버려 두세요. 왜 귀찮게 해.’ 
저는 문을 쾅 닫고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저를 믿어줬던 유일한 사람에게 말이죠.
우리는 일본에서 레슬링 월드투어를 하고 있었습니다. 
경기 후 새벽 3시에 방으로 전화가 왔습니다.
‘마크,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어 ... 너희 어머니가 돌아가셨어 ...’  
 
저는 전화기를 들고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저는 밖으로 나가 히로시마의 새벽 거리 한 가운데를 미친 듯이 뛰어다녔습니다. 
그리고 하늘을 보며 이렇게 소리쳤습니다.  
 
‘엄마, 정말 죄송해요.’ 저는 엄마의 관을 보는 것이 두려웠습니다.
‘엄마, 제발 일어나주세요.’ 
저는 용기를 내어 엄마 얼굴을 ‘처음’으로 볼 수 있었습니다. 
너무나 아름다웠습니다. 
하얀 옷을 입고 계셨어요. 천사 같았어요. 
 
‘엄마, 엄마는 제 영웅이었어요. 
내 모든 것, 내가 되고 싶어한 모든 것은 다 엄마를 위해서였어요. 
엄마는 저에게 헤아릴 수 없는 사랑을 주셨어요. 
제게 삶을 주셨다고요. 
저를 믿어준 유일한 사람이었어요.’  
 
제가 어떻게 갚을까요? 술에 취해서? 높은 자리에 올라서? 멍청한 짓을 해서? 
나쁜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엄마가 원했던 모든 것은 그저 저와 몇 마디 나눈 거였어요.  
 
엄마랑 얘기를 많이 나눴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지금 제가 하고 있는 일을 보셨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왜 저는 엄마에게 더 좋은 아들이 될 수 없었을까요? 
 
우리는 우리의 선택에 의해 결정됩니다. 
만약 여러분이 주위환경을 술과 마약에 빠진 사람들로 그냥 내버려둔다면 그 길의 끝은 죽음뿐입니다. 
여러분에게 설교하려고 여기 온 거 아닙니다. 
제가 그런 삶을 살아봐서 알려주기 위해 여기 있는 것입니다.  
 
결국 감정, 관계, 꿈은 파멸되고 그 끝은 죽음입니다. 
도대체 무엇을 위해? 
높이 오르기 위해? 
제 인생의 전부는 부자가 되고 유명해지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나는 백만장자가 되어야 해. 나는 경기를 이겨야 해.’ 
결혼생활, 친구, 가족을 희생해서 경기를 이겨야만 했어요. 
도대체 뭘 위해서? 세상에 혼자가 되기 위해서?  
 
그리고 무엇이 중요한 것인지 배웠어요. 
여러분 주머니 속에 무엇이 있는 지 중요하지 않습니다. 
정말 중요한 것은 가슴속에 있습니다.  
 
‘사랑’. 
사랑은 단지 단어에 불과합니다. 
누군가 나타나서 그 의미를 일깨워주기 전까지는요. 
여러분, 여러분이 그 사랑의 의미입니다.”
이 강연을 한 마크 메로(Marc Mero)는 WWE 레슬링 챔피언이었고 ‘지구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 되는 법’(How to be the Happiest Person on the Planet)의 저자이기도 합니다.  
 
현재 학생들에게 큰 영향을 주는 멘토로 활약 중입니다.
마크는 처음에 어머니의 말을 듣지 않았습니다. 
듣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끝내는 어머니를 위해 살았습니다. 
모든 나쁜 행동을 끊고 어머니가 바라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그가 하는 모든 행동은 다 어머니를 위한 것이었습니다.  
 
마크의 귀를 열었던 것은 어머니의 ‘믿음’이었습니다. 
세상에 마크를 믿어주는 유일한 사람이 어머니였습니다. 
우리는 누군가 우리를 믿어주는 사람을 필요로 하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내 양들은 내 목소리를 알아듣는다.”고 하십니다. 
어떻게 양들이 예수님의 목소리를 알아들을까요? 
어떻게 설교 듣는 것을 싫어하는 중학생 아이들이 한 레슬링 스타의 말에 일제히 눈물을 흘릴 수 있을까요? 
 
전에 저는 이해해야 믿을 수 있다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리고 믿어주는 사람보다는 이해해주는 사람을 더 찾았습니다. 
‘세상에 나를 이해해 줄 수 있는 사람 한 사람만 있어도 좋겠다!’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나의 무엇을 이해받고 싶은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나를 이해해 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했습니다.  
 
이는 아마도 죽음이라는 목적지로 향하고 있으면서 뭔지 모를 불안감 때문에 내가 잘 살고 있는 것인지 확인받고 싶은 마음이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나를 온전히 이해해 주는 사람은 한 사람도 만나지 못했습니다. 
부모도, 친구도, 어떤 누구도 나를 온전히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이해받는 것은 나에게 어떤 도움도 되지 못했습니다.  
 
누군가 지금 나를 이해해주면 나의 인생은 거기에서 멈추고 맙니다. 
지금이 옳은 삶을 살고 있다고 착각하기 때문입니다.
정작 찾아야 하는 사람은 나를 믿어주는 사람입니다.  
 
저를 끝까지 믿어주던 사람은 있었습니다. 
바로 어머니입니다. 
가족들이고 나를 사랑해주는 내 주위에 계신 많은 분들입니다. 
이들은 나를 이해하지 못해도 믿어줍니다. 
저는 믿어주는 것이 이해해주는 것보다 더 큰 일임을 나중에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마크 메로의 어머니는 마크의 행동을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언젠가는 바른 길을 갈 것이란 믿음을 버리지 않았습니다. 
처음에 마크는 자신을 이해하는 친구들과 어울렸습니다.  
 
그러나 나중엔 자신을 믿어주는 어머니의 말을 따랐습니다. 
만약 어머니가 “넌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아이야!”라고 말했다면 마크의 인생은 거기서 멈추었을 것입니다. 
어머니가 믿어주었기 때문에 마크가 결국엔 어머니의 말을 듣게 된 것입니다.
사목을 많이 해 보진 않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수많은 신자들을 일일이 다 이해할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말과 행동을 이해할 수 없다고 그들을 포기해서는 안 됩니다. 
조금씩 더 좋아질 것이란 믿음을 버려서는 안 됩니다. 
끝까지 믿어주면 언젠가는 신자들도 사목자의 말을 듣게 될 것입니다.  
 
가슴으로 사목해야지, 머리로 사목하는 것은 한계가 있습니다.
물론 제가 사목을 잘 했다는 말은 아닙니다. 
끝까지 믿어주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모릅니다. 
포기한 적도 많습니다.  
 
그러나 그런 것들이 가장 후회됩니다.
‘믿어 줄 사람이 나 혼자였을 수도 있는데!’
이런 생각이 든다면 의무를 다 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나의 목소리를 잘 들어주는 양들이 많기 위해서는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사목해야겠습니다.  
 
믿어주는 사람은 또한 믿음을 받습니다. 
나를 따르는 많은 이들이 귀를 기울이고 있고 나를 보내신 분도 믿어주시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은 우리를 믿어주십니다. 
그러니 세상에 오셔서 우리를 부르시는 것입니다.  

(수원교구 전삼용 요셉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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