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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4월 22일 _ 전삼용 요셉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9-04-22 조회수 : 472
4월 22일 [부활 팔일 축제 월요일] 
 
사도행전 2,14.22-33
복음: 마태오 28,8-15 
 
< 지금 여기에서 만나지 못하면 언제 어디서 만나겠는가? > 

한 소녀가 서울역에서 온종일 날이면 날마다 오고 가는 여객들 가운데서 누군가를 애타게 기다리며 찾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이상하게 생각하여 묻습니다. 
 
“누구를 기다리는지, 부모 형제인가 애인인가?”
누구냐고 물으면 아무도 아니며 그냥 기다리는 것이라고 대답합니다. 
분명 누군가 올 것이라고 합니다. 
그럼 왜 기다리느냐고 물으면 그것도 모른다고 대답합니다. 
그럼 기다리지 않을 수 없느냐고 물으면, 그럴 수는 없고 기다리는 것 외에는 달리 할 일이 없다고 대답합니다. 
 
어쩌면 우리도 이런 식으로 막연하게 예수님을 기다리는 지도 모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갈릴래아로 가라고 하십니다. 
이 갈릴래아는 단순한 지리적 위치를 나타내는 것이 아닙니다.  
 
예수님은 오늘 저녁에, 그리고 일주일 뒤에 똑같이 예루살렘에서 제자들에게 나타나십니다.
제자들은 갈릴래아로 가진 않은 것입니다.
갈릴래아로 실제로 갔다가는 예수님을 못 만날 수도 있습니다.  
 
예수님을 만나려면 이 ‘갈릴래아’라는 상징을 이해해야 합니다. 
갈릴래아가 명확히 다가오지 않으면 우리도 막연하게 예수님을 기다리는 사람이 됩니다. 
 
내가 누군가를 만나려한다면 정확한 시간과 장소를 정해야합니다. 
둘 중의 하나라도 어긋나면 그 사람은 만날 수 없습니다.  
 
하느님은 “I AM”이신 분이십니다. 
‘I’는 장소를 의미하고, ‘AM’은 시간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내가 지금 ‘나’라고 할 때, ‘나’가 나 자신을 가리킨다면 나는 주님을 만날 장소를 잘못 선택한 것입니다.  
 
내가 나로부터 나오지 않으면 참 나이신 주님을 만날 수 없습니다. 
나의 ‘나’와 하느님의 ‘나’가 각자 다른 세상을 만들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은 당신이 만드신 ‘나’의 세계에서 나를 기다리십니다. 
내가 나를 십자가에 못 박을 때 나는 그분의 세상으로 건너가게 됩니다.  
 
예수님께서 “나는 온유하고 겸손하다.”라고 하실 때, 내가 예수님이 되어 온유하고 겸손하다면 나는 이제 내가 아니라 예수님이 됩니다. 
나의 나는 본래 온유하지 않고 화를 잘 내며 겸손하지 않고 교만하기 때문입니다.  
 
이 나로부터 벗어나 그리스도의 나를 입으면 그분이 계신 곳에서 그분을 만날 수 있습니다.
그 장소가 오늘 복음에서 ‘갈릴래아’입니다. 
 
갈릴래아는 물을 받아들이면 내보냅니다.
이것이 하느님의 뜻입니다. 
나를 벗어나는 길은 하느님의 뜻이 내 안에서 이루어지게 하는 것입니다.  
 
그분의 뜻은 가진 것을 내어주는 것입니다.
내어주려면 지금 감사하고 있어야합니다. 
내가 지금 감사한다면 나를 내어줄 수 있습니다.
지금 내 안에서 감사와 사랑의 감정이 솟아나고 있다면 주님을 만날 정확한 시간에 있는 것입니다. 
주님의 시간은 ‘AM’, 즉 항상 ‘현재’이시기 때문입니다. 
 
만약 ‘미래에 돈을 많이 벌면 가난한 사람을 많이 도와주겠다.’라고 생각한다면 그 사람은 하느님을 만날 수 없습니다. 
하느님은 미래가 아니라 지금 현재에 계시기 때문입니다.  
 
과거의 우울한 마음과 미래의 걱정된 마음은 그분과 시간적으로 만나지 못하게 만드는 감정입니다. 
현재 감사하고 사랑한다면 그 사람은 ‘갈릴래아’에 있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 등장하는 수석 사제들과 원로들은 하느님이 계신 시간과 장소가 어긋난 사람들입니다. 
이들은 무덤을 지키던 경비병들에게 돈을 주며 예수님의 제자들이 시체를 훔쳐갔다고 거짓말을 퍼뜨리라고 말합니다. 
이들이 하는 짓들은 모두 아버지의 뜻과는 반대됩니다.  
 
남을 매수하여 진실하지 못하게 만드는 것도 그렇고, 돈에 매수되어 진실하지 못하게 되는 사람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 사람들이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이들은 갈릴래아에 있는 것이 아니라 죽은 바다인, 사해에 사는 사람들입니다.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나려면 그분이 계신 세상에 머물러야합니다. 
갈릴래아는 자신이 받아들인 물을 흘려보내는 성전과 같습니다.  
 
성전 오른편에서는 항상 생명의 물이 흐릅니다.
갈릴래아는 바로 예수 그리스도께서 죽음으로 만드신 당신의 세상입니다. 
그곳에 머무르기 위해서는 현재 감사와 사랑의 마음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하면 됩니다.  
 
지금 여기에서 그분을 만날 수 없다면 언제 어디에서도 그분을 만날 수 없습니다. 
지금 감사하고 사랑하지 못하면 미래에도 그럴 것입니다. 

(수원교구 전삼용 요셉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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