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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4월 5일 _ 전삼용 요셉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9-04-05 조회수 : 475

4월 5일 [사순 제4주간 금요일] 
 
복음:요한 7,1-2.10.25-30 
 
< 결말을 알면 두렵지 않다 > 

제가 사제가 되어 로마로 다시 유학 갔을 때 신학생 때 다니던 대학에 그대로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신학생 때는 성경을 공부하였는데 사제가 되어서는 교의신학으로 바꾸었습니다. 
성경 석사를 그 학교에서 했기 때문에 교의 석사를 할 때 이득을 볼 것으로 생각이 되었습니다. 
이미 들었던 겹치는 과목들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당시 학장은 깐깐하기로 소문난 사람이었습니다. 
만약 면담이 잘 안 되면 석사를 1년 더 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두려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유학이 싫었기 때문에 1년을 더 사는 것이 참으로 싫었습니다. 
두려우니 원하는 것을 이루려고 막무가내로 따지기부터 시작하였습니다.  
 
학장님은 약간 기분이 상했는지 절대 제가 요구하는 것은 들어줄 수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별 이유도 없었습니다. 
두려워하니 두려운 일이 일어나고야만 것입니다. 
 
저는 다음에 다시 오겠다고 하고 일단 물러났습니다. 
그리고 학교에서 발행되는 책자를 면밀히 검토하였습니다. 
그랬더니 학장님의 말이 틀린 것을 알았습니다.  
 
학장님은 석사 3년을 이야기했지만 학교에서 발행된 교칙에 의하면 2년 내에 끝낼 수 있게 되어있었습니다. 
저는 형광색 펜으로 그런 내용들에 체크를 하여 다시 학장을 찾아갔습니다.  
 
그 내용들을 보더니 학장은 이런 식으로 규칙을 정하면 어떻게 하느냐고 화를 내면서도 제가 원하는 대로 해 주었습니다. 
규칙은 규칙이기 때문입니다. 그날도 믿는 대로 되었습니다. 
 
처음 학장을 만날 때는 1년이 더 늘어날까봐 매우 두려웠습니다. 
그 다음 학장을 만나러 갈 때는 왠지 자신이 있었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바로 ‘아는 것의 차이’였습니다.  
 
알면 두렵지 않습니다. 
위태로운 다리라도 처음이 겁나지 수십 번, 수천 번 건너면 안전하다는 믿음이 박혀 일반 다리처럼 건너게 됩니다. 
두려움은 대부분 무지에서 오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첫 장면은 예수님께서 유다인들을 겁내시는 것처럼 비춰집니다.
유다인들이 예수님을 죽이려고 하였으므로 유다지방에서는 돌아다니기를 원치 않으셨던 것입니다.  
 
그런데 초막절 축제가 다가오자 예수님께서는 당당하게 유다의 중심 예루살렘을 활보하십니다. 
그리고 드러내놓고 가르칩니다. 모든 사람이 의아해합니다. 
급기야 사람들은 “최고 의회 의원들이 정말 저 사람을 메시아로 알고 있는 것은 아닐까?” 라는 말까지 합니다. 
 
예수님은 실상 아무 두려움도 느끼지 못하셨던 것입니다. 
그리고 그 이유를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나는 나 스스로 온 것이 아니다. 나를 보내신 분은 참되신데 너희는 그분을 알지 못한다. 
내가 그분에게서 왔고 그분께서 나를 보내셨기 때문이다.” 
 
예수님은 알고 유다인은 모르는 분이 계셨습니다. 
바로 예수님의 아버지이십니다. 
아버지는 모든 것을 주관하시는 전지전능하신 분이십니다.  
 
그분께 파견 받았기에 그분의 섭리에 모든 것을 맡기시니 두려울 것이 없는 것입니다. 
자기 생각을 먼저 하니 두려운 것입니다. 
자기를 보면 하느님을 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무서운 영화들을 볼 때 재미있는 것은 무서운 귀신들이 바로 죽이지 않고 죽여도 최대한 두렵게 만든 다음에 죽인다는 것입니다. 
우리를 두렵게 만드는 장면들의 공통점은 최대한 예상과 어긋나는 설정을 하는 것입니다.  
 
장롱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 조심스레 열어보니 아무 것도 없습니다. 
안심하며 뒤를 돌았을 때 바로 뒤에 있는 것입니다. 
 
예상대로라면 두려울 것이 없습니다.
‘이웃집에 신이 산다’라는 영화가 있는데 신의 딸이 사람들에게 문자로 그 사람들이 죽는 날짜를 다 보내버렸습니다. 
그러자 살 날짜가 얼마 안 남은 사람들은 죽음의 준비를 하고 살 날짜가 많은 사람들은 정말 죽지 않는지 실험까지 해 봅니다.


어떤 사람은 높은 빌딩에서 떨어져보기도 합니다. 
그러자 오늘 죽을 사람이 깔려 죽고 자신은 삽니다. 
도로 위 높은 다리에서 떨어지면 곡물을 싣고 가는 트럭 위로 떨어집니다. 
 
알면 두렵지 않습니다. 
모든 인간의 결말은 죽음입니다. 그런데 믿는 이들의 결말은 부활입니다. 
그래서 두렵지 않은 것입니다.  
 
믿으면 알게 됩니다. 
그분을 알기 위해 하루에 단 5분도 투자하지 않으면서 계속 두렵다고만 하면 그건 그냥 두려운 것을 좋아하는 것밖에 되지 않습니다.  
 
하느님을 알려는 노력을 합시다. 
그분을 알면 모든 것을 알게 됩니다. 
모든 것을 알면 아무 것도 두려울 것이 없게 됩니다. 

(수원교구 전삼용 요셉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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