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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3월 15일 _ 전삼용 요셉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9-03-15 조회수 : 434

3월 15일 [사순 제1주간 금요일]
 
독서 : 에제키엘 18,21-28
복음: 마태오 5,20ㄴ-26
 
< 진짜 의로운 사람은 이웃에게 화를 내지 않는다 >
 

가만히 보면 화를 내는 사람은 일반적으로 더 큰 잘못을 한 사람인 경우가 많습니다.
영화 ‘완벽한 타인’에서 가장 화를 많이 내는 캐릭터가 이서진입니다. 
 
몰래 외도를 한 친구와 동성애자가 된 친구에게 분노를 터뜨립니다.
“그렇게 공부 잘해서 좋은 대학 가더니 속은 썩은 인간들이구만!
그러면서도 나 맨날 무시하고.” 라는 식으로 화를 냅니다. 
 
그러나 영화 마지막에 가면 진짜 못된 사람은 이서진이었습니다.
갓 결혼해서 아내가 임신했는데 또 다른 여인을 임신시키고 심지어는 자신의 친구 아내와도 불륜을 저지르고 있었습니다.
 
이런 경우가 ‘방귀뀐 놈이 성낸다.’는 것일 것입니다.
2005년 실제로 지하철에서 방귀를 크게 낀 사람이 그 냄새가 싫어서 자리를 바꾸려는 사람을 폭행했다는 뉴스가 실린 적도 있었습니다. 
 
방귀를 뀌어서 든 죄책감을 감소시키기 위해 누군가를 희생 제물로 삼아야했던 것입니다.
화를 많이 내는 사람은 그 만큼 자신 안에 죄가 많다고 보아야합니다.
 
누군가에게 화를 낸다는 것은 그 화를 내는 것에 대해 자신은 의롭다고 주장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정말 의로운 사람은 화를 내지 않습니다.
자신의 불의를 화를 통해 정당화 할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당신 제자들의 의로움과 바리사이-율법학자들의 의로움을 비교하십니다. 의로움은 빚이 없다는 뜻입니다.
빚이 없으니 당당하게 누구 앞에나 설 수 있는 마음이 의로움입니다. 
 
그래서 하느님 앞에서 의롭다는 말은 하느님 나라에 들어갈 준비가 되었음을 말합니다.
윤동주 시인의 말처럼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어야” 의로운 것입니다.
 
그런데 바리사이-율법학자들은 자신들의 행위로 의롭게 될 수 있다고 믿은 이들입니다.
율법을 잘 지키는 자신들의 행위로 의롭게 된다고 믿는 이들이기에 그들이 바치는 예물도 더 의롭게 되기 위한 것입니다.
즉, 무언가를 희망하며 바치는 예물인 것입니다. 
 
그러나 예물은 이미 받은 것에 감사해서 드리는 것이어야지 그 예물을 통해 무언가 얻어내려는 것이어서는 안 됩니다.
 
그렇다면 우리의 의로움은 어떻게 바리사이-율법학자들의 의로움을 넘어서야할까요?
먼저 우리의 행위로는 의롭게 될 수 없음을 깨달아야합니다. 
 
우리는 다 죄인이고 예수님만 하느님 앞에서 의로우신 분이십니다.
다행스럽게도 그분은 우리의 불의를 입으시고 우리는 그분의 의로움을 입었습니다. 
 
우리가 그리스도임을 고백할 때, 그분은 우리가 되십니다.
그리고 그렇게 입으신 우리 불의를 당신 자신과 함께 십자가에 달아 죽이셨습니다. 
 
우리가 의로워짐은 이렇듯 우리의 공로가 아니라 그리스도의 희생 덕분입니다.
그러니 누구 앞에서 자신의 의로움을 자랑할 수 있겠습니까?
 
여기서 바리사이-율법학자들의 의로움과 그리스도인의 의로움의 차이가 발생합니다.
바리사이-율법학자들은 자신들의 행위로 의로워졌다고 믿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을 그렇지 못하다고 판단하며 화를 냅니다.
 
그러나 실상 화는 자신의 불의를 드러내는 표징입니다.
예수님은 “자기 형제에게 성을 내는 자는 누구나 재판에 넘겨질 것이다.”라고 하시며, 누군가에게 화를 내는 상태로 예물을 바쳐봐야 소용이 없다고 하십니다. 
 
예수 그리스도에 의해 의로워진 사람은 자신의 공로가 하나도 없기에 누구에게든 화가 나지 않습니다.
 
화는 자신이 의롭다는 착각에서 생겨나는 것입니다.
우리는 주님 앞에서 다 불의한 사람이고 혹시 의롭게 되었더라도 이는 모두 주님 덕이니 같은 처지끼리 무슨 판단을 할 수 있겠습니까? 
 
따라서 이웃에게 화가 나 있는 상태로 예물을 바치는 것은 의롭지 않은 제물이니 바쳐도 소용이 없습니다.
먼저 이웃과 화해하고 주님 앞에 나아와야 합니다.
 
주님의 은총으로 의로워진 사람은 남에게 화를 내지 않습니다.
자신의 처지를 알기 때문입니다.
자신은 두 발로 걷고 있다고 해서 네 발로 걷는 아이에게 화가 날 수는 없습니다.
본성이 자기 힘으로 바뀐 것이 아님을 알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다른 모든 나쁜 본성과 마찬가지로 분노는 참아내야 하는 것이 아닙니다.
아예 생기지 말아야합니다.
남에게 화를 내는 사람은 바리사이-율법학자들처럼 그리스도에 의해 의롭게 된 사람들이 아니라 자신들의 행위로 의롭게 되려는 사람임을 명심하고 항상 겸손한 마음으로 이웃과 사이좋게 지냅시다. 

(수원교구 전삼용 요셉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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