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4일 [사순 제1주간 목요일]
복음: 마태오 7,7-12
< 원하는 것을 너무 오래 청하지 말라 >
과월절을 앞두고 한 유태인이 랍비에게 와서 말했습니다.
“랍비님, 저는 너무 근심 걱정이 많습니다.
없는 것이 많아 골머리가 아픕니다.
못 살겠습니다.” 랍비는 무슨 근심이냐고 물었습니다.
그는 과월절이 다가오는데 무교절 빵을 살 돈도 없고 포도주, 자기 옷, 아내 옷, 자녀 옷은 물론 고기도 살 돈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랍비는 물었습니다.
“무교절 빵은 얼마요?” “5000원입니다.” “포도주는 얼마요?” “1만원이요.”
“자네 옷은?” “5만원이요.” “아내 옷은?”
“10만원이요.” “자녀 옷은?” “3만원이요.”
“과월절 고기값은?” “2만원이요.”
이 말을 들고 랍비는 조용히 말했습니다.
“이제 자네는 돌아가서 너무 많은 걱정을 하지 말고 한 가지 걱정만 하게.
21만5000원 걱정 하나만 하게.
그리고 하느님께 한 가지만 기도하게.
21만5000원을 달라고 말이야.”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우리가 청하면 반드시 얻는다고 말씀하십니다.
그런데 실상 우리가 청하는 것을 다 얻나요? 그렇지 못합니다.
그 이유는 오늘 복음 끝에 나오는 “그러므로 남이 너희에게 해 주기를 바라는 그대로 너희도 남에게 해 주어라. 이것이 율법과 예언서의 정신이다.”라는 말씀에 주의를 덜 기울였기 때문입니다.
왜 청하면 반드시 받을 수 있다는 말씀 끝에 다시 내어주라는 말씀을 덧붙이신 것일까요?
청하는 것에 대해 집착하지 말라는 뜻입니다.
내가 누군가에게 줄 줄 모르는 사람이라면 주님께 무언가를 청할 때도 자신의 이기심을 채우기 위한 목적일 것입니다.
그런데 내가 그 청하는 것에 집착하고 있다면 그것을 받지 못하게 될까봐 걱정하게 됩니다.
받지 못하게 될까봐 걱정하는 것은 이미 믿음이 없다는 증거가 됩니다.
믿고 청해야 다 받게 됩니다.
믿는데 왜 걱정이 있어야할까요?
그러니 받은 것을 다 내어줄 줄 아는 마음으로 청하라는 뜻입니다.
내어주려는 마음이 믿는 마음입니다. 또 채워주실 것을 믿기 때문입니다.
이는 봉헌하는 마음이 믿는 마음인 것과 같습니다.
봉헌하면 다시 주시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봉헌한 밀떡과 포도주는 주님께서 당신 아드님의 살과 피로 되돌려주십니다.
십자가의 죽음도 마찬가지입니다.
부활이 아니면 예수님께서 당신을 십자가에 못 박도록 하지 않으셨을 것입니다.
이 믿음이 있어야 바라는 것을 얻을 수 있습니다.
‘청하는 것에 대한 집착을 버리면 청할 필요가 없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집착을 내려놓는다는 말은 아예 신경을 끄라는 말이 아닙니다.
그것을 받게 되던 받게 되지 않던 상관하지 않겠다는 뜻입니다.
무엇이든 청하되 주님께서 주시는 것이면 다 좋은 것이라는 믿음을 가져야합니다.
그러면 주님께서 다 잘 되게 해 주십니다.
그런 믿음 안에서 불안감이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불안하지 않아야 주님께서 나를 통해 좋은 일을 하실 수 있습니다.
노자 도덕경에서도 ‘위이불시’ 즉 ‘행하되 결과를 기대하지 마라.’는 말이 있습니다.
걱정 많은 사람은 아무 것도 얻지 못합니다.
항상 걱정하는 일만 생깁니다.
그 걱정하는 것을 받을 준비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주님은 우리가 무엇이 필요한지 정확히 알고 계시고 그것을 주실 준비를 하고 계십니다.
우리는 주님께서 그런 분임을 믿기만 하면 원하는 모든 것을 얻게 됩니다.
그래서 무언가를 청할 때 그것을 진정으로 얻고 싶다면 “짧게” 청하십시오.
원하는 것을 너무 오래 청하면 그 청하는 것이 근심거리가 됩니다.
받는다는 것보다 받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어오기 때문입니다.
무언가를 짧게 청하고 그 다음부터는 주님의 기도나 성모송을 바치십시오.
그리고 그분께 맡기고 하루를 평안히 사십시오.
잔잔한 호수라야 하늘을 비출 수 있듯 평안한 마음이라야 은총을 받을 준비가 된 것입니다.
그래서 먼저 하느님 나라를 구하면 나머지는 덤으로 받는다고 하신 것입니다.
또한 이런 이유로 복음서에서 항상 ‘주님의 기도’ 다음에 무언가를 청하라는 내용이 나오는 것입니다.
결국 주님의 기도만 열심히 바치면 됩니다.
그리고 짧게 무언가를 원하는 마음만 가지면 다 이루어집니다.
우리가 바라야 할 유일한 것은 내 마음을 넘어 이 세상에 주님의 나라가 임하는 것뿐입니다.
(수원교구 전삼용 요셉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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