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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3월 10일 _ 전삼용 요셉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9-03-10 조회수 : 420

3월 10일 [사순 제1주일] 
 
복음: 루카 4,1-13 
 
< 생각이 곧 유혹이다 > 
 
영화 ‘매트릭스’(1999)는 성경을 그대로 영화에 옮겨놓았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그리스도교의 세계관이 그대로 녹아있습니다.  
 
낮에는 평사원, 밤에는 해커로 활동하는 청년 ‘네오’는 선지자라 할 수 있는 누군가로부터 이 세상은 현실이 아니라는 암시를 받습니다. 
태어날 때부터 보아온 이 세상이 전부 꿈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네오는 받아들이기 힘들어합니다.  
 
그러나 선지자 ‘모피어스’의 말에 따라 높은 곳에서 뛰어내려도 보고 초인적인 능력도 발휘해보며 지금까지 자신이 믿어왔던 모든 것이 다 누군가가 만들어놓은 프로그램이었음을 조금씩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꿈속에서는 자신이 믿는 대로 할 수 있다는 이점을 이용해 엄청난 능력을 발휘하게 됩니다.
현실에서 마주치는 모든 사람들은 사실 꿈을 꾸고 있는 것이고 실제의 자신들은 기계들의 에너지원으로 쓰이고 있었던 것입니다.  
 
인공지능을 지닌 기계들이 어디에서도 에너지원을 얻을 수 없게 되자 
인간들이 생산해내는 단백질을 사용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만약 에너지원으로 사용되는 인간들이 꿈에서 깨어나면 이 현실을 알게 되어 문제가 되기에 자신들이 만들어낸 프로그램 내에서 평생 꿈을 꾸며 잠들어있게 만든 것입니다.
우리 모두도 태어나자마자 이미 정해진 시스템 속에서 의심 없이 살아갑니다. 
이 헛된 세상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며 살아가는 것입니다.  
 
공부하고 돈 벌고 결혼하고 여행 다니며 늙어갑니다. 
그리고 삶을 참 잘 살았다고 느끼며 죽음을 맞이합니다.  
 
이완용이 죽으면서 자식에게 “앞으로는 미국이 득세할 테니 일본보다는 미국에 붙어라!”는 유언을 남기는 것과 같습니다. 
그들에겐 이 세상이 처음이자 끝입니다.
그러나 개중에 깨어나는 이들이 있습니다. 
이 세상은 영원으로 가는 통로일 뿐이라고 외칩니다. 
물론 아무도 믿지 않습니다. 
누군가 이 세상이 꿈임을 죽었다가 다시 살아남을 통해 증명해내야 합니다.  
 
예수님께서 그것을 보여주셨습니다. 
죽음과 부활은 이 세상을 목적지가 아닌 여행지로 만들어버렸습니다. 
여행자는 그 나라의 환경에 영향을 받기보다는 좋은 경험으로 즐깁니다.
예수님을 따르는 이들이 있습니다. 
예수님처럼 거꾸로 살아보는 것입니다. 
그러면서도 행복하다 말합니다. 
더 가난해지고 더 절제하고 더 낮아지는데도 행복하다 말합니다.  
 
마더 데레사나 이태석 신부님과 같은 분들이 그 예입니다. 
어찌 보면 이들은 세상 부적응자들입니다. 
이제 예수님의 역할을 교회가 합니다. 
교회 안에 들어온다는 것은 세상을 떠나 ‘광야’에 들어오는 것과 같습니다. 
세상 부적응자들이 되는 것입니다.
영화 매트릭스의 핵심주제는 ‘생각하지 말고 인식을 하라.’입니다.
‘모든 인간은 감옥에서 태어난다.’는 진실을 인식하고 ‘이 세상은 그 감옥에 머물게 하기 위해 악한 존재들이 만들어내는 허상임을 깨달으라.’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광야에서 이 노력을 하였고 우리는 교회 안에서 그 세상의 헛됨을 알게 됩니다. 
 
이 깨달음을 위해 가장 장애가 되는 것이 바로 ‘생각’입니다. 
사탄은 우리 머릿속에 어두운 기운을 불어넣어 생각이라는 매개체로 우리를 지배합니다. 
생각은 사탄이 나를 얽어매는 포승줄입니다. 
생각을 많이 해서는 절대 이 세상의 허구성을 인식할 수 없습니다. 
오히려 세상에 더 집착하게 됩니다.
생각을 끊는 곳이 ‘광야’입니다. 
이 세상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해서는 ‘광야’로 나아가야합니다. 
광야는 생각할 거리가 극도로 제한된 장소입니다.  
 
물론 이곳에서도 사탄은 여전히 유혹합니다. 
먹는 것으로 유혹하고 높아지라고 유혹하며 더 많이 가져보라고 유혹합니다. 
예수님께서 광야에서 40일 동안 사탄에게 유혹받으셨다는 뜻은 예수님의 자아가 사탄일 수 있음을 말해주는 것입니다. 
 
왜 굳이 40일 내내 악마와 함께 지내셨을까요? 
우리도 우리 생각과 떨어지려야 떨어질 수 없듯, 예수님도 악한 유혹과 떨어지려야 떨어질 수 없는 분이신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광야라는 이점으로 사탄을 이겨내기는 하였지만 사탄은 다음 기회를 엿볼 뿐입니다. 
 
예수님은 유혹은 받으시지만 그 유혹에 동의하시지는 않습니다. 
예수님께서 광야에서 보여주시듯 세속과 육신과 교만의 유혹을 말씀의 힘으로 끊어버리십니다. 
이를 ‘기도’라고 합니다.  
 
기도는 생각을 많이 하는 것이 아니라 생각을 끊는 연습을 하는 것입니다. 
교회 안에서 생각을 끊고 주님의 뜻만이 내 안에서 이루어지기를 바라고 있다면 
그 사람은 광야에서 깨어나고 있는 것입니다.  
 
그 힘으로 세상 안에서도 광야를 살아갈 때 꿈을 꾸는 사람들 가운데 홀로 깨어있는 선지자가 됩니다. 
 
기도는 이렇듯 생각을 통해 오는 유혹을 끊어 이 세상의 흐름과 정 반대로 살아보게 합니다. 
그리고 그래야 더 잘 살 수 있다는 것을 알게 합니다. 
기도하지 않는 사람은 이 세상에 절대적으로 순응하며 그 노예생활이 행복이라 말합니다.
매트릭스와 비슷한 세계관을 가진 영화가 많습니다.
‘트루먼쇼’나 ‘쇼생크 탈출’과 같은 영화가 그 대표적인데 ‘월-E’란 영화도 추천 드리고 싶습니다.  
 
역시 미래의 이야기인데 환경오염으로 지구에 사람이 살 수 없게 되자 
인간들은 아주 커다란 우주선을 만들어 지구의 환경이 나아질 때까지 지구 밖에서 삽니다. 
지구의 고철을 정리하라고 만들어놓은 ‘월-E’라는 로봇만이 수백 년 동안 혼자 지구를 지킵니다.  
 
그러나 생명을 사랑하는 따듯한 마음이 있어서 조금씩 명령을 어기며 곤충도 살려주고 잡초도 보호해줍니다. 
지구상의 기계 중의 유일하게 인간성을 지닌 기계인 것입니다.
반면 우주에 나가 살고 있는 인간들은 수백 년이 지나는 동안 매일 의자에 앉아 먹고 자고를 반복하며 기계보다 더 기계적인 삶을 살아갑니다. 
자신들이 땅을 버리고 왜 우주를 떠돌아야 하는지도 잊어버렸습니다. 
그저 그렇게 정해졌으니 그렇게 사는 것입니다.  
 
지구에 식물이 자라고 있음에도 여전히 그렇게 살았기에 그렇게 살아야한다고 믿습니다. 
기계지만 유일하게 인간적인 ‘월-E’라는 고철로봇이 그들을 다시 지구로 초대합니다. 
이 월-E를 만나는 장소가 광야이고 그 만나는 시간이 기도입니다.
이 세상에서 살려고 순응하는 것이 곧 죽음입니다. 
이 세상에서 죽어야만 영원히 살 수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들에게도 도시가 아니라 광야로 나오라고 권하고 계십니다.  
 
광야는 교회이고 기도입니다. 
기도를 통해서만 내 생각의 덫에서 빠져나올 수 있습니다. 
우리가 주님의 기도에서 “유혹에 빠지지 말게 하시고”라고 기도하는 것은 
한 편으로는 “내 생각에 빠지지 말게 하시고”라고 기도하는 것과 같습니다.
이런저런 생각이 밀려올 때 그냥 “에이, 몰라!”라고 외치셔야합니다.  
 
생각을 많이 하게 되면 교만해지고 육체적이 되고 욕심이 커집니다. 
생각을 없애는 훈련을 많이 해야 어린이처럼 될 수 있습니다. 
어린이처럼 되지 않으면 하느님 나라를 볼 수 없습니다.
운동을 하지 않으면 근육이 없어져서 막상 힘을 써야 할 때 쓸 수 없게 됩니다. 
기도는 생각을 끊는 근육을 키우는 운동과 같습니다. 
생각을 끊고 싶을 때 끊을 수 있는 훈련을 해야 합니다. 
이것이 가장 중요한 해방의 길입니다. 
 
생각이 좋은 것이라 믿는 것에서부터 죄가 시작됩니다. 
아담과 하와도 뱀과 대화하는 것이 좋은 것이라 여겨 죄에 떨어졌습니다. 
생각 자체가 유혹임을 잊지 말고 생각을 끊는 연습인 기도를 꾸준히 해야 죄에 사로잡히지 않을 수 있습니다. 
 
(수원교구 전삼용 요셉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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