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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3월 8일 _ 전삼용 요셉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9-03-08 조회수 : 488

3월 8일 [재의 예식 다음 금요일] 
 
복음: 마태오 9,14-15 
 
< 배부른 눈, 배고픈 눈 > 

영화 ‘보헤미안 렙소디’에서 나온 프레디 머큐리의 마지막 콘서트 공연장인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방탄소년단’의 공연계획이 잡혔습니다.  
 
9만석이 넘는 유럽에서 두 번째로 큰 스타디움을 방탄소년단이 다 채울 수 있을지 의구심을 갖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우려와는 다르게 티켓팅 단 90분 만에 전석이 매진되었습니다.  
 
‘방탄소년단’은 전 세계 어디든 가장 큰 공연장에서 매진을 이루어낼 수 있는 세계 몇 안 되는 한국의 자랑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밴드 뒤에는 그들을 키워낸 프로듀서 방시혁이란 인물이 존재합니다. 
우리는 방시혁이란 인물이 큰 꿈을 품고 차곡차곡 실행하여 이런 성과를 이루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서울대 졸업식에서 했던 방시혁의 축사는 이런 고정관념을 완전히 깨는 것이었습니다.
방시혁은 애초에 꿈이 없었습니다. 
지금도 꿈이 없다고 합니다.  
 
중학교 때부터 음악을 좋아했지만 가족의 바램대로 서울대 법대에 가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성적이 위태위태하여 집안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조금 낮은 ‘미학학과’에 지원하게 됩니다. 
별 생각 없이 지원한 학과였는데 그 어려운 수업이 매우 재미있어 음악에 대한 생각은 떠오르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때그때 즐기며 사는 스타일 같습니다. 
 
그러면서 왜 다시 음악을 하게 되었는지는 생각이 나지 않지만, 어쨌든 대학을 졸업하고 박진영과 함께 제이와이피(JYP)를 설립합니다.  
 
그러다 ‘빅히트’라는 지금의 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하여 독립합니다. 
당시는 자금이 충분하지 않은 상태였기에 SNS나 유튜브를 통하여 멤버들이 개인적으로 팬들과 소통하게 하였고 그것이 큰 성공의 비결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 모든 것 또한 방시혁이란 프로듀서가 계획하여 이루어졌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살다보니 그냥그냥 그렇게 되었다고 합니다.
방시혁은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인생이기에 앞으로도 꿈은 가지지 않겠다고 말합니다. 
 
그렇다면 성공하게 된 비결이 전혀 없는 것일까요? 
있습니다. 
이렇게 성공하게 된 비결을 방시혁 자신은 바로 ‘분노’때문이라고 말합니다.  
 
그는 음악이 온전한 대접을 받지 못하는 환경에 분노했고 더 잘 할 수 있는데 그럭저럭 하려는 연습생들에게 분노하였습니다. 
아마도 JYP에서 뛰쳐나온 것도 그런 불만 때문이었을 수도 있겠습니다.  
 
그는 무엇을 먹으려고 계획하는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그저 배가 고픈 사람이었던 것입니다. 
분노가 그의 힘이었고 배고픔이 그의 힘이었습니다. 
 
우리가 단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배고파지기 위해서입니다.  
 
배부를 때와 배고플 때의 차이가 무엇일까요?
짐승의 눈을 보면 잘 압니다. 
배부른 짐승의 졸린 눈과 배고픈 짐승의 매서운 눈초리는 그 짐승들이 어떠한 행동을 하게 될지 예상하게 합니다.  
 
배가 고프면 인생이 치열해집니다. 
무언가를 끊임없이 갈구합니다. 
어쩌면 이것이 우리가 단식해야 하는 이유일 것입니다. 
 
신앙에 있어서도 배부른 사람과 배고픈 사람이 차이가 납니다. 
배고프고 박해받을 때의 신앙의 자세와 차만 있으면 언제든 성당에 갈 수 있는 지금의 신앙의 자세가 같을 수 없습니다.  
 
순교자들의 신앙생활은 처절했습니다. 
그러나 뜨거웠습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의 신앙생활은 너무 무뎌져있고 미지근해져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배고플 때의 신앙이 사라졌기에 미사에 나오지 않고 선교도 잘 되지 않는 것이 아닐까요?
배부른 짐승은 잠만 자기를 원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그들이 신랑을 빼앗길 날이 올 것이다. 그러면 그들도 단식할 것이다.” 
 
갓 혼인을 한 신부가 어떤 이에게 신랑을 빼앗겼다면 밥 생각이 날까요? 
단식은 이런 목마름을 느끼기 위해 필요한 것입니다. 
 
제가 유학시절 신학생 때 무언지 모를 배고픔이 있었습니다. 
제대로 된 사제가 되고 싶은 갈망이었을 것입니다.  
 
그때 새벽 4시에 혼자 일어나서 성당에서 기도했습니다. 
졸지 않으려 서서 기도하다가 앞으로 고꾸라진 것이 몇 번인지 모릅니다.  
 
하루 한 끼 먹었습니다. 
고기도 먹지 않았습니다. 
체중도 지금보다 20kg 덜 나갔습니다. 
좋은 사제가 되기 위해서는 나를 이겨야만 한다는 생각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막상 사제가 되니 그런 갈망은 어디로 사라졌는지 모르겠습니다. 
먹고 마시다보니 어떤 때는 배가 고픈 것이 무엇인지도 잊고 살 때가 있습니다. 
그리고 “배 좀 고파봤으면 좋겠다!”라고 말하고 있는 저를 발견할 때도 있었습니다. 
 
배고픔이 없으면 열정도 없고 열정이 없으면 그냥 시간만 흘러갑니다. 
인생을 오래 살아도 남는 것이 하나도 없게 됩니다.  
 
방시혁의 분노는 아무래도 자신의 인생이 그냥 그렇게 흘러가는 것에 대한 분노가 그 근저에 있었을 것입니다.


우리는 그냥 지나버리는 오늘 하루에 분노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 배고픔을 위해 단식을 해 봅시다. 
잡아먹힐 것을 두려워하는 초식동물의 두려운 눈 대신 먹이를 찾아 돌아다니는 하이에나의 눈을 가지게 될 것입니다.  
 
사순절은 우리에게 흐리멍덩한 눈을 날카롭게 새로 장착하라고 기회를 주는 시기입니다. 

(수원교구 전삼용 요셉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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