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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2월 20일 _ 조명연 마태오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9-02-20 조회수 : 332

공지사항 한 가지를 말씀드립니다. 저는 오늘 이태리 성지순례를 떠납니다. 따라서 새벽 묵상 글이 현지와 이곳의 시차로 인해서 정상적인 시간에 발송되기기 힘들 것 같습니다. 또한 현지의 인터넷 사정에 따라서 발송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말씀드립니다. 순례 기간 동안에 여러분들을 기억하면서 기도하도록 하겠습니다. 잘 다녀오겠다는 말씀을 드리면서, 오늘의 새벽 묵상 글 시작합니다. 

사랑하는 연인이 드디어 결혼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결혼을 앞둔 어느 날, 남자가 여자에게 이런 말을 하는 것입니다. 

“내가 당신에게 혼수 예물을 부탁 좀 하려고 하는데 들어줄 수 있어?”

여자는 깜짝 놀랐습니다. 이제까지 어떤 다툼도 없이 결혼 준비를 했는데 갑자기 혼수 이야기를 꺼내는 것을 보면서 ‘이것이 바로 혼수 문제로 싸운다는 것인가?’ 싶었지요. 그래도 우선 들어보자는 생각에 “어떤 예물인데요?”라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남자는 이런 말을 합니다.

“‘안 돼.’와 ‘하지 마.’라는 사용하지 않겠다는 예물이 필요해. 이 말은 나와 그리고 앞으로 태어날 우리 자녀에게도 사용하지 않겠다는 예물이야.”

돈 드는 것도 아니고, 또한 이런 부정적인 말이 좋지 않다는 생각을 평소에도 함께 하고 있었기 때문에 흔쾌히 허락했습니다. 그런데 결혼을 하고 가정생활을 하면서 이 말을 하지 않는 것이 너무 어려웠습니다. 특히 어린 아이가 해서는 안 될 행동을 할 때 “안 돼. 하지 마.”라고 말하게 되는데, 그때마다 남편은 자신을 쳐다보면서 예물을 달라고 요구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 말을 하지 않고 어떻게 했을까요? 자연스럽게 설명을 하게 되었습니다. 안 되는 이유, 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면서 스스로 납득할 수 있도록 한 것이지요. 그러다보니 많은 대화를 나누는 가정이 되었습니다. 결과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과정이 중요합니다. 

요즘 가족 안에 대화가 없다는 말을 많이 듣습니다. 어쩌면 대화가 끊어질 수밖에 없는 “안 돼, 하지 마.”라는 결과만을 드러내는 말을 하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요? 그러나 설명을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대화의 과정을 겪으면서 화목한 가정이 됩니다. 

주님께서도 이런 모습을 종종 보여주십니다. 오늘 복음에서 주님께서는 눈 먼 소경을 보게 해주시는데요, 특별한 과정이 있습니다. 사실 하느님의 아들이신 주님께서는 단 한 마디의 말로써도 소경의 눈을 뜨게 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과정을 밟으십니다. 

먼저, 소경의 손을 잡고 마을 밖으로 데리고 나갔지요. 그 다음에는 소경의 눈에 침을 바르고 손을 얹으십니다. 그리고는 “무엇이 좀 보이느냐?”라고 말씀하시지요. 그런데 소경의 눈이 완전히 치유되지 않았는지 사람들이 희미하게 보인다고만 말합니다. 그리고는 다시 눈에 손을 대시자 완전히 눈이 밝아졌다고 오늘 복음은 우리들에게 전합니다. 

이처럼 예수님께서는 ‘곧바로’가 아닌 어떤 과정을 통해서 천천히 당신을 알아볼 수 있게 만드십니다. 왜냐하면 더 중요한 것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루는 것이 아니라, 주님을 느끼고 체험하는 것. 그래서 하느님 나라에 다가서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결과가 아닌 과정의 중요함을 생각하면서 내 이웃들에게 어떻게 다가가고 있는지를 반성해보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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