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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2월 17일 _ [복음단상] 김창해 요한 세례자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9-02-17 조회수 : 296

우리는 언제 행복한가요?


80대 고령이 되신 아버지는 가끔 세월의 허망함을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밭에서 일 하다가 잠깐 나무 그늘에서 낮잠을 자고 일어난 것 같은데 벌써 여든여섯이야.”

“한낱 숨결 같고 지나가는 그림자 같은 인생”(시편 144,4)의 여정에서 우리는 어떤 행복을 좇아야 하는 걸까요?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께서는 선종하시기 전인 2005년, 이 세상에서의 마지막 말씀을 이렇게 남기셨습니다. “나는 행복합니다. 여러분도 행복하세요.” 죽음의 순간에도 무엇이 그토록 그분을 행복하게 했을까요? “행복했었다.”도 아닌,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행복 고백은 죽음의 순간에도 현재형이었습니다. “나는 행복합니다.”

오늘 복음은 산에 올라 밤새 기도하신 뒤 제자들 중 열 두 사도를 뽑으신 예수님께서, 산에서 내려오셔서 많은 제자와 군중들에게 하신 말씀을 전해주고 있습니다. 그 말씀은 어떤 사람이 참 행복한 사람인지, 어떤 사람이 불행한 사람인지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예수님의 말씀에 의하면 ‘행복한 사람들’이란 ‘가난한 사람들, 지금 굶주리는 사람들, 지금 우는 사람들’이었습니다. 현실 안에서는 행복하다고 보기 어려운 사람들이 놀랍게도 예수님께는 행복한 사람들이었습니다. 반대로 ‘불행한 사람들’은 세상의 눈으로 볼 때 부러움을 살만한, ‘부유하고, 지금 배부르고, 지금 웃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얼핏 볼 때 얼른 이해가 가지 않지만, 이는 예수님을 따르는 제자들이 갖추어야 할 우선적인 마음의 자세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제자들이 걸어가야 할 행복한 삶의 길은 세상의 가치와는 분명히 달라야 함을 말씀하시는 것입니다. 지금 당장의 현세적 행복이 달달할지 모르지만 그것은 아침이슬 같아서 날이 밝으면 금방 사라질 것이니 예수님을 따르는 이들은 마치 그것이 모든 것인 양, 영원한 것인 양 현혹되지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지금 가난하고 굶주리며, 우는 사람들일지라도 예수님을 믿고 끝까지 신뢰하는 사람들은 하느님께로부터 차고 넘치도록 은혜와 보상을 받는다는 약속인 것입니다. 당장의 불편이 불행은 아닙니다. 그런 사람들은 세상의 눈으로 볼 때 당장에는 불쌍해 보일지 몰라도 사라질 이슬을 쥐려는 사람들이 도저히 얻을 수 없는, 진짜 행복을 결국 얻어 누릴 것이라는 말씀입니다.

행복과 불행의 차이는 사람과의 비교에 있지도 않고, 더 가지고 덜 가지고의 차이도 아닙니다. 의심을 품지 않고 하느님의 힘과 약속을 끝까지 신뢰하느냐, 잠시 세상이 주는 편리와 안락함에 온 마음을 두느냐의 차이입니다. 우리는 지금 무엇으로 행복한지요? 우리는 언제 행복한지요? 행복은 결심입니다.


글. 김창해 요한 세례자 신부(수원교구 사회복음화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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