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일 [연중 제3주간 금요일]
복음 : 마르코 4,26-34
< 장기적 관점으로 오늘 하루의 ‘따로’를 마련하라 >
얼마 전 동남아시아를 여행할 일이 있었습니다.
가이드 한 분을 만났는데 40대 초반이었고 미혼인 남성이었습니다.
거의 20년을 동남아 여러 나라를 옮겨 다니며 가이드 생활을 했다고 합니다.
확실히 물어보지는 않았지만 월세를 사는 것을 보니 집을 살 돈이 충분하지는 않은 것 같았습니다.
‘이렇게 오래 외국에서 살 줄 알았으면 왜 진작 집을 마련하지 않았을까.’를 후회하고 있었습니다.
아마 20년 동안 월세 낸 것만 모아도 동남아에서 집 몇 채는 사고도 남았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 후회하면서도 시내 중심가의 서른 평 넘는 아파트에서 월세로 혼자 살며 차도 굴리고 골프도 치며 생활하고 있었습니다.
그렇게는 10년이 지나도 집을 사지 못할 것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모든 것에서의 고수와 하수의 차이는 ‘앞만 보느냐, 멀리 보느냐’에서 비롯됩니다.
만약 자신이 20년 동안 그렇게 외국에서 살 줄 알았다면, 그리고 차근차근 돈을 모으고 집을 마련하고 사업을 확장했다면 지금과 같았을까요?
분명 그렇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분은 그렇게 오래 외국생활을 할 줄 몰랐고 그렇게 몇 년을 외국에서 살다보니 한국에도 들어와 적응할 수 없게 되어 또 그렇게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우리 한국문화에서 고쳐야 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빨리빨리’ 문화입니다.
이 문화가 어쩌면 멀리 보지 못하게 만드는 것일 수 있습니다.
개발도상국 정도 되면 이 문화가 참 좋은 영향을 미칩니다.
열심히 일해야 할 시기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우리도 어느 정도 잘 사는 나라가 되었고 그렇다면 삶의 시스템도 바꾸어가야 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그런 문화에 젖어 단기적인 성공만을 추구하는 경향이 많습니다.
아이가 태어나서 우리나라 말도 제대로 못하는데 영어를 가르치고 좋은 대학 보내기 위해 학원을 보냅니다.
한 나라 말을 완전하게 잘 할 줄 알아야 두 번째 언어를 배워도 완성도 있게 배울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학원은 아이들의 자기 스스로 방법을 만들어가며 공부하는 습관을 없애버려 완전히 수동적인 사람으로 만듭니다.
결국 이렇게 자란 아이들은 창의력도 없고 남들이 시키지 않으면 아무 것도 못하는 사람이 됩니다.
학생 때 좀 덜 좋은 대학에 들어가더라도 스스로 공부하는 방식을 터득하고 노력하게 하면 비록 실패하더라도 그것이 장기적으로는 삶의 큰 밑거름이 될 것입니다.
삶이 대학이 끝이고 취직이 끝이고 결혼이 끝인 것처럼 가르쳐서는 안 됩니다.
어떤 대학을 나왔는가와 행복은 전혀 연관성이 없다는 연구결과들이 많습니다.
10년 , 20년 , 30년 후, 그리고 내가 죽을 때, 그리고 우리 후손이 살아갈 세상을 예측해야합니다.
성공한 사람치고 복권을 사라고 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 이유는 그렇게 단기적인 이익을 보려고 하는 사람치고 망하지 않은 사람이 없기 때문입니다.
누가 경마장에서 도박하는 사람에게 투자하고 싶겠습니까?
투자의 귀재인 워렌 버핏은 10년 이상 가지고 있을 수 없는 주식은 사지 않는다는 원칙이 있다고 합니다.
이것은 신앙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신앙도 키워나가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하느님의 나라는 마치 땅에 뿌려진 씨앗처럼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자라서 열매를 맺게 된다고 말씀하십니다.
씨앗이 뿌려졌다고 곧바로 열매 맺는 일은 없습니다.
밭에 뿌려진 씨앗을 열매 맺기 위해 끊임없이 무언가를 하지 않으면 열매는 거의 맺히지 않습니다.
이 뒤에 나오는 말씀이 더 중요합니다.
씨앗은 말씀입니다.
그 말씀은 씨앗으로 뿌려집니다.
“예수님께서는 그들이 알아들을 수 있을 정도로 이처럼 많은 비유로 말씀을 하셨다.
비유를 들지 않고는 그들에게 말씀하지 않으셨다.”라고 합니다.
그런데 그 열매는 비유말씀을 깨달으려고 노력하는데서 맺히게 됩니다.
오늘 복음에서 “그러나 당신의 제자들에게는 따로 모든 것을 풀이해 주셨다.”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제자들에게만 따로 설명해주시는 것이 몇 년 후에는 비유말씀만 들은 이들과의 차이를 내게 되어 있습니다.
‘따로’ 무언가를 하는 것이 하느님 나라가 열매 맺게 하는 방법입니다.
제자들은 다른 사람들과는 다르게 따로 예수님과 머무는 시간을 가졌고 그것이 차이를 만들어냈던 것입니다.
스마트폰을 생각해 내어 세상을 바꾼 스티브 잡스는 무슨 일이 있어도 아침에 한 시간은 명상을 했다고 합니다.
주님은 더 노력하는 사람에게 따로 더 많은 무언가를 안겨주려 하십니다.
하느님 나라도 마찬가지입니다.
매일매일 다 소진시키지 말고 하느님 나라를 위해 ‘따로’ 다만 10분이라도 무언가를 할 수 있다면 10년 후의 우리 영성은 지금과 같지 않을 것입니다.
(수원교구 전삼용 요셉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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