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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1월 26일 _ 조명연 마태오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9-01-26 조회수 : 267

사제서품을 받고 얼마 안 되었을 때, 선배 신부님과 택시를 함께 탄 적이 있습니다. 택시 기사님께서는 우리의 사제 복장을 보고는 이렇게 말씀하시더군요. 

“신부님이시네요. 사실 저도 천주교 신자인데, 냉담한지가 꽤 되네요. 저 같은 사람은 이제 신자라도 할 수 없겠죠? 저도 신부님들처럼 거룩히 살아야 하는데....”

그러자 선배신부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무슨 말씀을 그렇게 하십니까? 기사님은 수많은 사람을 원하는 장소에 편하게 태워다 줍니다. 이렇게 자신의 일로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주고, 이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드는 것이 하느님의 뜻을 실천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여기에 손님을 반갑게 맞이하고 친절하게 모신다면 더 큰 계명을 지키는 것이겠죠.”

계속 이어서 말씀하세요. 

“오늘 기사님의 친절함을 보면 충분히 하느님 보시기에 좋은 모습으로 살고 계신 것입니다.”

기사님의 표정이 금세 밝아지더군요. 그리고 곧바로 “이번 주부터 성당 나갈게요.”라고 말씀하시는 것입니다. 만약 신부님께서 “성당 안 나가면 벌 받아요.”라는 식으로 말씀하셨다면 어떠하셨을까 싶었습니다. 

생활 속의 작은 실천을 강조하셨던 선배 신부님의 말씀을 떠올리면서, 겉으로 보이는 전례나 예식만을 강조하면서 살았던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물론 전례나 예식이 하느님께 나아가는데 분명한 도움이 됩니다. 그러나 생활 속의 사라 실천은 전혀 하지 않는다면 아무런 의미 없는 행동이 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을 세상에 파견하십니다. 제자들이 율법을 철저하게 지키라고 외치지 않았습니다. 공격적인 개신교 신자들처럼 ‘예수천당, 불신지옥’만을 외쳤던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들이 어느 집에 들어가서 제일 먼저 했던 말은 이것이었습니다. 

“이 집에 평화를 빕니다.”

전교는 바로 평화를 빌어주는 것이었습니다. 이 평화를 얻을 수 있도록 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병자들도 고쳐주었던 것입니다. 이 모든 과정을 마친 다음에 “하느님 나라가 여러분에게 가까이 왔습니다.”라고 말하라고 하십니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파견하신 것처럼 우리들 역시 세상에 파견하셨습니다. 세상 사람들이 평화를 얻고 그 평화 안에서 기쁘게 살아갈 수 있도록, 그래서 가까이 온 하느님 나라를 느낄 수 있도록 우리를 세상에 파견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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