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관광객이 어느 도시를 지나가다가 많은 사람들의 존경과 사랑을 받는 현자의 집을 방문했습니다. 그는 유명한 현자의 집에 들어가서는 깜짝 놀랐습니다. 현자의 집은 초라한 방 한 칸에 가구라고는 책상과 의자 한 개만 있었기 때문이었지요. 혹시 다른 곳에 가구들이 있는가 싶어서 “현자님, 가구들은 어디 있습니까?”라고 물었습니다. 이 물음에 현자는 뜬금없는 질문을 합니다.
“당신의 가구는 어디에 있지요?”
“제 거요? 당연히 제 집에 있지요. 저야 이곳에선 그저 지나가는 나그네 아닙니까?”
이에 현자는 말합니다.
“나도 그렇소.”
소유하고 있는 많은 것들에 대해 놓지 못하는 집착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까? 이는 내 자신이 이 세상의 나그네라는 점을 잊고 있기 때문입니다. 소유에는 물질적인 것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나를 드러내고 싶어 하는 마음, 용서하지 못하는 마음, 쉽게 판단하고 단죄하는 마음 등도 소유의 또 다른 모습입니다.
어차피 이 세상 삶을 마치고나면 모든 것을 두고 떠나야 한다는 것은 변함없는 진실이지요. 그럼에도 왜 이다지도 많은 소유에 집착하고 있을까요? 이런 집착이 주님의 뜻에 맞게 살아갈 수 없도록 만듭니다. 지금의 집착하는 내 모습을 내려놓고, 대신 철저히 주님의 뜻에 맞춰 사는 삶이 바로 회심이 아닐까 싶습니다.
오늘은 성 바오로 사도의 회심 축일입니다. 바오로 사도는 원래 예수님을 박해했던 사람이었습니다. 박해했던 이유는 예수님은 틀렸고, 율법을 철저히 따르는 자신의 생각이 맞다는 집착 때문이었습니다. 주님의 뜻이 아니라, 자기 뜻에만 맞춰 살았기 때문입니다. 그런 그가 예수님을 만나고 나서 얼마나 큰 죄책감에 시달렸을까요? 하느님을 알아보지 못했다는 사실, 그것도 모자라 하느님을 박해까지 했으니 도저히 주님 앞에 얼굴을 들기 힘들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는 과거 자신의 모습에 머무르지 않습니다. 그런 자신까지도 선택해서 당신의 일꾼으로 삼는 주님의 사랑을 발견했고, 그래서 그는 자신이 가지고 있었던 모든 것을 내려놓고 주님의 일을 하는데 자신의 모든 것을 봉헌합니다. 즉, 온 세상에 가서 복음을 선포하라는 주님 말씀을 따라, 이방인의 사도로 기쁜 소식을 전합니다.
이 바오로의 회심을 바라보면서, 지금 내 자신이 내려놓을 것은 무엇인지를 떠올려 보았으면 합니다. 나중에 이 세상을 떠날 때에는 어떤 아쉬움도 없이 주님 앞에 기쁘게 나아갈 수 있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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