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회사를 다니던 형제님께서 명예퇴직을 하게 되었습니다. 아직 일할 나이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도무지 자신을 받아주는 곳이 없었습니다. 특별한 기술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어서 한동안 일 없이 지낼 수밖에 없었지요. 그러다가 형제님께서는 거리의 환경 미화원을 하게 되었습니다. 일에는 귀천이 없다고 평소에도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렇게라도 일하게 되었다는 점에 감사했습니다.
어느 날 새벽, 청소를 하다가 한 아주머니께서 이런 아들에게 자신을 가리키면서 하는 말을 듣게 되었습니다.
“너도 공부 안 하면 저렇게 된다.”
이 형제님께서는 명예퇴직을 할 때까지도 공부하는 것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지금의 모습을 공부하지 않는 게으른 사람을 평가한다는 사실에 서러움까지 느끼게 되었지요. 사실 환경미화원이 없다면 거리는 지금처럼 깨끗해질 수 없습니다. 어떤 일이든 모두가 그 자리에서 필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못하는 가운데 아픔과 상처를 받는 사람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다른 이들에 대한 판단이 아픔과 상처가 주는 곳으로 향해서는 안 됩니다. 그보다는 힘과 용기를 불어 넣어줄 수 있는 판단이 되어야 합니다. 주님께서도 바로 이렇게 우리에게 다가오셨습니다. 우리 모두를 안아주는 사랑으로, 우리 모두를 편안하게 해주는 평화로, 우리 모두를 기쁘게 해주는 행복으로 다가오셨습니다. 그래서 주님을 통해서 새 하늘, 새 땅이 열리게 된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사람들은 요한의 제자들과 바리사이들은 단식을 하는데, 왜 예수님의 제자들은 단식을 하지 않느냐고 따집니다. 즉, 경건한 사람들은 이렇게 열심히 단식을 하는데, 예수님의 제자들은 단식을 하지 않으니 경건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는 올바른 판단이 아니었습니다. 자기의 기준에 맞춘 판단은 이렇게 잘못된 판단을 가져오게 합니다. 모르고 한 행동이라고는 하지만, 이렇게 주님을 함부로 판단하는 불경을 저지를 수도 있다는 것이지요.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고 주님께서는 말씀하십니다. 항상 새로운 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새 마음을 갖춰야 한다는 것입니다. 과거에 연연하는 헌 마음으로는 언제나 새롭게 다가오시는 주님을 받아들일 수 없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새로운 마음, 열린 마음, 순수한 마음만이 우리와 함께 하시는 주님과 함께 하는 유일한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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