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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1월 12일 _ 전삼용 요셉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9-01-12 조회수 : 506

1월 12일 [주님 공현 대축일 후 토요일] 
 
복음 : 요한 3,22-30 
 
< 세상의 덫에 걸리지 않으려면! >

박항서 감독 때문에 베트남에 벌어진 긍정적 효과는 상상을 초월할 것입니다. 
책도 출판되고 영화도 상영되었습니다. 
하지만 한국 국민들은 ‘그런 인기 때문에 가져야 할 부담감이 얼마나 클까?’ 라는 걱정도 합니다.  
 
박항서 감독도 인간에게 받는 인기가 얼마나 부질없는 것인지를 잘 알고 그래서 인기에 연연하지 않는다고 말하고는 했습니다. 
 
그런데 박항서의 매직이 며칠 전 이라크와의 경기에서 2-3으로 역전패 당함으로써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인기나 업적에 치중하지 않으려하지만 역시 그 속에 빠지면 자유롭기 어려운 존재가 인간인 것 같습니다. 
게임에 지고 나서 순간적으로 흥분한 박항서 감독은 물병을 발로 걷어차고 계속 멍하니 운동장을 응시하는 등 그동안 보여주지 않았던 선수들에 대한 섭섭함을 표출했습니다.  
 
물론 그분의 인성 상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새롭게 시작하겠지만 세상이 주는 덫에 걸리면 얼마나 헤어 나오기 힘든지를 잘 보여줍니다. 
 
‘생각하는 사람’으로 유명한 로댕은 처음엔 돈도 없고 실력도 안 돼 꽤 오랜 시간을 은 세공업자로 살았습니다. 
아마 은 세공을 하면서도 끊임없이 조각에 대한 꿈을 버리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늦은 나이에 성공하게 되자 그 성공에 너무 도취되어 그만 세상의 덫에 빠지고 맙니다.
시인 릴케가 로댕의 집에 찾아갔을 때 딸로 보이는 여자 아이가 정원에서 오랑캐꽃을 꺾어 로댕에게 건넸습니다. 
그러나 로댕은 생각에 빠져 그 꽃을 쳐다보지도 않았습니다.  
 
그러자 그 소녀는 침울하게 돌 틈에서 달팽이 껍질을 줍고 있었습니다. 
달팽이 껍질을 하나 발견하자 로댕은 그것을 냉큼 빼앗아 릴케에게 보이며 “이것이 바로 희랍식 조각의 살붙임이다.”라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릴케는 달팽이 껍질은 보지 않고 나무 뒤쪽에 숨어서 울고 있는 소녀를 보고 있었습니다.
유명해 지기는 했지만 그 유명세를 지키기 위해 새로운 작품구상에 모든 정열을 다 쏟았기에 처자식이 눈에 보이지 않았고, 심지어 딸의 아버지를 향한 애정도 볼 수 없었던 것입니다.  
 
만년의 로댕에게 찾아간 영국 작가 오스카 와일드가 로댕에게 살아온 일생을 말해달라고 했을 때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나는 작품을 통해 내 인생의 모든 정열과 행복을 모조리 약탈당했습니다.” 
 
그리고 명성이 무엇이냐고 묻자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명성이란 것은 나에게 맘에 들지 않는 작품을 만들도록 강요했다는 것 외에 아무 것도 아니었습니다.” 
 
명예는 세상의 무서운 덫입니다. 
그 덫에 사로잡히면 자신의 삶을 빼앗기고 맙니다.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는 말이 있습니다.  
 
주관이 뚜렷하지 않으면 세상에 휘둘리게 됩니다. 
사람이 행복을 지향해야지, 행복하게 만드는 도구를 지향해서는 안 됩니다. 
이는 부모님을 좋아하는 것이 아닌 부모님이 주시는 돈을 좋아하는 것과 같습니다.  
 
자녀의 행복은 부모여야지 부모가 주는 것이어서는 안 됩니다. 
우리와 하느님과의 관계도 다를 게 없습니다. 
 
세상 덫에 걸려 참 행복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세상 것을 다 잃어도 행복할 수 있는 무엇을 지니고 있어야합니다. 
이런 준비가 잘 되어 있었던 인물이 바로 세례자 요한입니다.  
 
자신에게 찾아오던 수많은 사람들이 모두 예수님께로 향했습니다. 
그러자 제자들이 이 사실을 요한에게 걱정스럽게 알렸습니다. 
 
그러자 요한은 이렇게 말합니다.
“하늘로부터 주어지지 않으면 사람은 아무것도 받을 수 없다.
... 신부를 차지하는 이는 신랑이다. 
신랑 친구는 신랑의 소리를 들으려고 서 있다가, 그의 목소리를 듣게 되면 크게 기뻐한다. 내 기쁨도 그렇게 충만하다. 
그분은 커지셔야 하고 나는 작아져야 한다.” 
 
참다운 겸손은 이렇듯 세상 모든 것들을 잃는다 해도 행복할 수 있는 힘입니다. 
아이처럼 부모님만 있으면 그만인 행복을 추구해야 세상의 덫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주님만 있으면 충분합니까, 아니면 주님이 주시는 것을 바라고 있습니까? 
 
주님만을 바라고 있다면 일상에서 가장 행복한 시간이 그분을 만나는 시간인 ‘기도시간’일 것입니다. 
만약 기도하는 것이 제일 행복이라고 여기면, 프란치스코 성인처럼 혼자 있을 수 있는 시간을 가장 사랑하게 됩니다.  
 
여기에서 기도하는 사람은 이것저것 청하지 않고 오직 주님의 기도로 만족합니다. 
그 안에 그분께 청해야 할 것이 다 들어있기 때문입니다.  
 
세상의 덫에 빠져 세상 것을 추구하다가 참 행복을 잃지 않기 위해 기도를 가장 행복한 시간으로 만듭시다. 
예수님도 사람들이 찾을 때 혼자 산 속에 들어가 기도하셨습니다. 

(수원교구 전삼용 요셉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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