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1일 [주님 공현 대축일 후 금요일]
복음 : 루카 5,12-16
< 믿음에 경험이 중요한 이유 >
예수님은 항상 “너희가 믿는 대로 될 것이다.”라고 말씀하십니다.
심지어는 “나를 믿는 사람은 내가 하는 일을 할 뿐만 아니라, 그보다 더 큰 일도 하게 될 것이다.”라고도 하십니다.
그러나 우리는 수많은 청원은 드리지만 그리 큰 기적과 같은 응답은 받아내지 못합니다.
오늘 복음에서도 믿음이 강한 나병환자가 “주님! 주님께서는 하고자 하시면 저를 깨끗하게 하실 수 있습니다.”라고 하니 그대로 되었습니다.
왜 우리는 그런 경지까지 가지 못할까요?
그 이유는 우리가 믿음이 있다고 착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연습을 하지 않는 것입니다.
아무리 평생 꿀에 대해 연구를 했더라도 꿀을 맛보지 않았다면 그 꿀 박사는 꿀을 맛본 아이만큼도 알지 못한다 할 수 있습니다.
우리 또한 믿음을 가져야하는지는 알지만 체험으로 연습하지는 않습니다.
연습은 미성숙한 사람만 하는 것처럼 여깁니다.
하지만 프로일수록 더 많은 연습을 합니다.
믿음은 이론만이 아니라 경험으로 증가합니다.
미국의 R.H. 에머슨(1803-1882)은 한평생을 학문 연구에만 몰두한 인물입니다.
그런 박식한 그가 어느 날 아무것도 배우지 못한 한 늙은 가정부로부터 크게 깨달음을 얻습니다.
에머슨이 시골에 살 때 자기 아들이 송아지 한 마리를 끌어당기며 외양간에 넣으려는 모습을 봅니다.
아들의 안간힘에도 불구하고 송아지는 꿈쩍도 하지 않아 에머슨까지 함께 송아지를 당겨 보았지만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이렇게 에머슨 부자가 애를 쓰고 있을 때, 늙은 가정부가 웃으며 이들에게 다가와 말했습니다.
“송아지는 그렇게 힘으로 다루는 게 아닙니다.”
이렇게 말한 가정부는 자기의 손가락 하나를 송아지 입에 물리는 것이었습니다.
그러자 송아지는 그 손가락이 마치 어미의 젖이나 되는 듯 쪽쪽 빨았습니다.
그러자 가정부는 외양간으로 살살 뒷걸음을 쳤고 송아지는 그 손가락을 빨며 그대로 따라왔습니다.
에머슨은 “가정부도 나의 스승이 될 수 있구나.”를 알게 되고, 나중에 이런 말도 남겼습니다.
“인생은 하나의 실험이다.
실험이 많아질수록 더욱더 훌륭한 사람이 된다.”
우리가 믿는대도 잘 안 된다고 말하거나, 혹은 더 안 좋아졌다고 말할 때는 실제로는 안 믿으며 기도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자신이 아픈 사람의 병이 낫게 해 달라고 기도할 때, 마음 깊은 곳에서 ‘고쳐질 리가 있니?’라는 믿음과 반대되는 목소리가 올라옵니다.
점점 큰 것을 청할 때는 오히려 그 반대 목소리가 더 커져서 더 안 좋게 되는 경우도 발생합니다.
어쨌거나 믿는 대로 되기 때문입니다.
믿음은 머리로 하는 것이 아니라 온 마음으로 하는 것입니다.
우리 안에 무의식이란 어둠이 있는데 그 무의식이 끊임없이 믿음을 위협합니다.
그 무의식이 더 이상 나의 믿음에 관여하지 못하게 만들어야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오랜 싸움이 필요합니다.
그 싸움의 방법은 처음부터 큰 것을 청하는 것이 아니라 작은 것을 청하면서 작은 싸움부터 이겨나가는 것입니다.
그 작은 싸움에 항상 승리할 수 있을 때 큰 것을 청해도 반드시 들어주신다는 확신까지 다다르게 됩니다.
예를 들어 높은 곳에서 일을 하시는 분들이 처음에는 매우 겁을 내다가도 하루 괜찮고, 한 달 괜찮고, 몇 년 동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게 되면 오늘도 절대 떨어질 리가 없다고 믿게 되는 것과 같습니다.
매일 자신도 납득할 수 없는 것을 청하기만 하면 믿음은 성장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실패로 맛보는 아픔 때문에 있던 믿음도 사라집니다.
믿음으로 치유 받은 모든 사람들이 그 믿음이 한 순간에 온 것 같지만 오랜 수련을 거쳐 도달한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결과만 보고 믿음이 순식간에 증가할 것이라는 생각을 버립시다.
믿음도 노력해서 증가시키는 것입니다.
그래야 공로가 있는 것입니다.
우리 하루하루를 믿음을 증가시키는 일로 시간을 투자할 때 가장 가치 있는 삶을 살게 됩니다.
그 믿음의 정도로 영원한 천상자리가 정해지기 때문입니다.
오늘도 작은 청원을 드려보며 믿음을 더 성장시키는 하루가 되시기를 빕니다.
(수원교구 전삼용 요셉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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